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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 팀 SSG가 아닌 키움 히어로즈였다. 키움은 전력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KT와의 준플레이오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과정도 극적이었다. 키움은 거의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승리했다. 

키움은 말 그대로 언더독의 반란을 현실화했고 그 기세에 2021 시즌 디팬딩 챔피언 KT와 정규리그 87승의 2위 LG도 무너졌다. 특히, LG는 준 플레이오프 5차전 승부를 하고 올라온 키움에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하고도 이후 3경기를 연달아 패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의 후폭풍은 매우 컸고 정규리그 2위로 팀을 이끌었던 유지현 감독의 무난해 보였던 재계약을 무산시키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플레이오프 4차전, 9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키움 선수들은 분명 크게 지쳐있었다. 접전의 후유증으로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도 다수 있었다.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SSG의 수월한 승리가 예상됐다. 

키움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4차전까지 키움과 SSG는 2승 2패로 팽팽히 맞섰다. 마무리 김재웅을 중심으로 불펜진이 마지막 힘을 짜내며 마운드에서 버텼고 이정후를 중심으로 한 타선은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홍원기 감독의 적절한 경기 운영도 조화를 이뤘다. 키움은 2015 시즌 준플레이오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른 두산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5차전 이후 키움은 한계를 보였다. 단단히 팀을 지키던 불펜 투수들의 힘이 고갈되면서 버티지 못했다. 리드를 잡아도 경기 후반 역전을 허용했다. 키움은 5차전과 6차전 아쉬운 1점 차 패배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다.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자 했던 그들의 꿈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게 됐다. 

우승에 실패했지만, 키움의 선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야구 전문 기업, 그에 따라 필연적인 풍족하지 못한 재정, 그로 인한 다수 우수 선수들의 유출 속에서도 키움은 꾸준히 선수들을 육성해 전력화하고 과감한 트레이드와 효과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단단한 전력을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구단 운영과 관련한 난맥상이 드러나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선수단은 그런 외풍에도 굴하지 않고 매 시즌 집중하며 상위권 성적을 만들었다.

두산은 2021 시즌까지 7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내며 최고 구단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키움 역시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지난 10년간 대부분 시즌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오랜 세월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하는 많은 구단들과 크게 비교하면 키움의 성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프로야구단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히어로즈 구단의 발자취는 프로야구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3 시즌 키움은 이전까지의 성과를 넘는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키움은 스토브리그 기간 기존 전력을 대부분 유지했고 필요한 FA 선수를 적극 영입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불펜진 강화를 위해 NC에서 마무리 투수 경력이 있는 베테랑 원종현을 FA 시장에서 영입했다. 항상 공격력에 아쉬움이 있었던 외야진 보강을 위해 퓨처스 FA 선수였던 LG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을 다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키움의 여건상 대형 계약은 할 수 없었지만, 필요한 자리를 확실히 보강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빠르게 마무리했다. 재계약 대상이었던 외국인 타자 푸이그가 사생활 문제와 송사로 다음 시즌 정상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미련 없이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과거 키움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반 시즌을 함께 했던 내야수 러셀을 영입했다. 러셀은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이 있는 내야수지만 최근 수년간 부진했다. 키움과 함께 했던 2020 시즌 KBO 리그에서도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이었다. 이후 러셀은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메이저리그 복귀도 하지 못했다. 대신 멕시칸 리그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키움은 그를 영입 레이더망에 넣고 있었고 그의 기량이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자 푸이그를 대신해 그를 영입했다. 러셀은 2023 시즌 팀 주전 유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았던 수비 능력을 발휘한다면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내야 수비를 한층 강화시킬 수 있다. 지난 시즌 1군에서 활약했던 젊은 내야수들의 기량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내야 수비의 안정은 마운드에도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키움은 외국인 투수에 있어 지난 4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을 해준 좌완 에이스 요키시를 150만 달러의 키움으로서는 높은 금액에 재계약했고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고 아직 20대 젊은 투수인 우완 후라도를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 금액인 100만 달러에 영입해 선발진을 더 강화했다. 

이렇게 스토브리그 기간 이전과 달리 외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키움이지만, 그들의 방향성은 잃지 않았다. 키움은 팀의 세대교체를 고려했다. 신인 선수 지명에 있어 다수의 유망주 포수를 대거 지명하며 이지영이 이후를 대비했고, 젊은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FA 시장에 나온 내부 FA 투수 한현희와 정찬헌과의 계약을 사실상 포기했다.

타 팀에서도 보상 선수 부담으로 이들의 영입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한현희와 정찬헌은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시점에 싸인 앤 트레이드나 키움과의 단 년 계약 외에는 최악의 경우 소속팀 없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키움은 스토브리그에서 이전과 같이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버리지 않았다. 2022 시즌을 앞두고 팀의 역사라 할 수 있는 거포 박병호와의 FA 계약을 사실상 외면하면서 그의 KT 행을 지켜보기만 했던 키움이기도 했다.

그에 따른 키움 팬들의 비난도 매우 컸다. 하지만 키움은 냉정했고 박병호의 KT 행과 함께 막대한 FA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고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키움으로서는 효과적인 투자와 지출이 불가피하고 이는 프랜차이즈 스타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그럼에도 키움은 박병호 부재의 상황 속에서도 정규리그 3위,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팀 생존과 성적을 모두 잡은 키움이었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2023 시즌 키움은 그들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다. 이유가 있다. 키움은 2023 시즌 후 키움 그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이정후와의 이별이 불가피하다. 이정후는 키움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무서운 속도로 기량을 발전시켰고 2022 시즌 최고 전성기를 열었다. 이정후는 타율을 포함해 타격 부분 5관왕에 올랐고 타격 각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키움이 약체 타선이라는 평가에도 공격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정후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이런 이정후지만 그는 2023 시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 자격을 얻는다. 이정후는 이미 해외 리그,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같은 팀 선배였던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옆에서 봤던 이정후였고 도전을 할 수 있는 그에 필요한 기량도 갖추기도 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재정 상황이 개선되면서 선수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에 KBO 리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상황이 이정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소속팀 키움 역시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소속팀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한 경험이 있는 키움이다. 그와 함께 막대한 포스팅 비용을 통해 재정을 채웠던 키움이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거친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었을 때 그들을 잡을 자금 여력이 없는 키움으로서는 그들의 가치를 높여 실익을 챙기는 게 구단에 더 유리했다. 이정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정후의 공백은 전력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전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은 빠르게 그 자리를 메웠지만, 이정후의 공백은 아직 젊은 선수들의 비중이 큰 키움에는 쉽게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키움은 이정후가 최 전성기에 있고 전성기 이정후와 함께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즌 큰 도전을 해야 한다. 이정후 역시 그의 커리어에 우승을 더한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에 있어 큰 가점이 될 수 있다.

이정후는 2023 시즌 키움은 물론이고 WBC, 아시안게임 등에서 대표팀 주축 타자로 바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앞으로 국제 경기 출전도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는 이정후와 함께 키움 타선은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이 더해지면서 베테랑 이용규와 2022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김준완, 좌투수 전문 타자로 포스트시즌에서 존재감을 보인 임지열 등이 외야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타 팀에 비해 이정후를 제외하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높은 출루율과 기동력, 끈질긴 투수와의 싸움을 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가 많다. 

내야진은 외국인 타자 러셀과 국가대표 내야수 김혜성이 유격수, 2루수로 센터 라인을 책임지고 2022 시즌 1군에서 경험을 쌓은 김휘집과 신준우가 그들의 백업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후 포스트시즌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한 김태진은 유틸리티 선수로 그 쓰임새가 더 커질 전망이다. 코너 내야수 자리를 책임질 송성문과 김웅빈, 신예 선수들의 활약까지 내야진의 뎁스는 매우 두껍다. 

포수진은 포스트시즌에서 베테랑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지영을 축으로 다수의 젊은 포수들이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키움은 타선은 화려하기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야구를 할 것을 보인다. 2022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키움의 타선은 끈적끈적한 야구로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고 필요한 득점을 하는 효율적인 야구를 했다. 2023 시즌도 야수진은 다양한 선수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키움 전력의 핵심은 마운드다. 선발 마운드는 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선 안우진을 축으로 요키시, 후라도 두 수준급 외국인 투수가 있고 최원태와 호주 윈터리그에서 흔들리는 제구를 잡은 영건 장재영이 5인 로테이션을 구성할 수 있다.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젊은 선발 투수 후보군도 다수 확보되어 있다. FA 한현희와, 정찬헌에 키움이 냉정하게 대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펜진은 2022 시즌 신데렐라 스토리를 쓴 새로운 마무리 김재웅을 축으로 좌완과 우완, 언더핸드까지 다양한 조합의 불펜 구성이 가능하다. 여기에 FA 불펜 투수 원종현이 더해졌고 방출 선수로 나와있던 또 다른 베테랑 임창민이 가세했다. 키움 불펜진에 부족했던 경험이 채워지면서 불펜진의 깊이가 더해졌다. 마운드에 있어서 키움은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는 SSG나 LG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외국인 투수들을 기량을 능가하는 안우진이 있는 키움이 더 강하다 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안팎의 이런저런 문제에도 팀을 안정적으로 이끈 홍원기 감독의 지도력이 키움의 강점이 될 수 있다. 홍원기 감독은 프런트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이전 감독들이 석연치 않게 경질된 이후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그 존재감이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를 이겨내고 팀의 강점을 잘 살려내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홍원기 감독의 경기 운영은 매우 뛰어났다.

이에 홍원기 감독에 대한 키움 팬들의 의구심과 부정적 시선은 환호로 변했다. 2022 시즌 후 홍원기 감독은 3년의 재계약을 했고 키움은 흔들림 없는 스프링캠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2023 시즌 키움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2023 시즌 키움은 구단의 새 역사,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이정후라는 팀에 절대적 존재와의 이별을 앞둔 시점에서 키움은 우승에 필요한 전력을 만들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의 경험도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만 오른다면 또 한 번의 돌풍을 기대할 수 있는 키움이다. 과연 키움이 이정후와 웃으며 이별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멋진 이별을 위해 뛸 키움의 2023 시즌이 기대된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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