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야구] 롯데 서튼, 한화 수베로, 외국인 감독들의 운명은?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은 매우 영광스럽고 개인 커리어를 빛나게 하는 자리지만, 그에 비례해 성적에 대한 압박과 부담이 가중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실제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가장 1순위기가 감독이다. 이에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감독이 부지기수다.

시즌 중 경질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다. 프로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2023 시즌을 앞두고도 4명이 새롭게 감독으로 선임됐다. 한 팀에서 오랜 기간 감독 자리를 지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좋은 성적을 내고도 경질되는 게 감독직이다. 

2023 시즌 프로야구에서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는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이 있다. 롯데 서튼, 한화 수베로 감독이 그들이다. 두 감독은 최근 2년간 소속팀 성적 부진으로 고심해야 했다. 물론, 롯데와 한화는 그 기간 리빌딩에 주력했고 팀 페이롤을 줄이고 내부 선수 육성에 더 주력했다. 하지만 하위권 성적의 팀 성적은 분명 감독에게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대신 누가 봐도 전력이 떨어지는 팀 상황은 성적 부진에 대한 감독의 책임을 가볍게 했다.

이에 두 감독은 그들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까지 팀을 지휘할 수 있게 됐다. 임기는 보장됐지만, 두 감독은 성적에 대한 강한 압박과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롯데와 한화가 스토브리그에서 FA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눈에 보이는 전력 보강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전력이 약해서 성적이 부진하다는 변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한편으로 롯데와 한화는 코치진 구성에 있어 국내 지도자들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선수단과의 소통 강화를 이유로 하고 있지만, 외국인 감독들의 권한을 일정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즉, 성적 부진은 곧바로 새로운 대안 모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 서튼 감독

 

롯데는 스토브리그의 강력한 구매자였다. 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해 팀에 부족했던 ㅍ포지션을 확실히 보강했다. 여기에 즉시 전력감 선수를 방출 선수 시장에서 대거 영입했고 검증된 외국인 선수 3명과 높은 연봉으로 재계약했다. 이를 통해 롯데는 2022 시즌 후 은퇴 한 티 레전드 이대호의 공백을 메웠고 전력을 확실히 강화했다. 지난 2년간 리빌딩 체제 속에서 팀을 지휘했던 서튼 감독에게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확실히 생겼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 호흡을 맞추던 외국인 코치진이 대부분 팀을 떠났다. 롯데는 1군 코치진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외국인 코치는 2군 타격 파트를 담당할 라이언 롱 코치뿐이다. 서튼 감독으로서는 오롯이 자신의 역량을 홀로 입증해야 한다. 중량감 있는 국내 코치진과의 소통과 조율이 중요해진 서튼 감독이다. 

서튼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유망주 발굴과 팀 체질 개선에 일정 성과를 내긴 했지만, 다소 구시대적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부실한 팀 전력으로 그 비판이 상당 부분 희석되긴 했지만, 2023 시즌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서튼 감독은 KBO 리그에서는 최초의 외국인 선수 출신 감독으로 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롯데에서 2군 감독부터 차근차근 리그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롯데의 부진한 성적이 감독 책임만은 아니라는 여론 속에 계약 기간을 보장받았다. 2023 시즌은 자신의 지도자로서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그의 진정한 실력과 능력이 무엇인지 2023 시즌이면 확실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화 수베로 감독은 지난 2년간 최하위에 머문 팀에서 고군분투했다. 한화는 지난 2년간 확실한 리빌딩 체제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내부 육성은 지지부진했고 FA 영입 등 팀 구심점이 될 선수들의 영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그 속에서 수베로 감독은 다수의 외국인 코치진과 함께 한화의 리빌딩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이전에는 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 등 수비 전술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선수 관리나 운영에서도 국내 지도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에서 선수 육성에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거친 스타 선수들도 다수 있다. 한화는 그의 이런 선수 육성의 경험을 높이 평가했고 팀 체질 개선을 위한 적임자로 선택했다.

하지만 4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팀 승률과 2021 시즌보다 2022 시즌 더 퇴보된 팀 성적은 수베로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불러왔다. 2022 시즌 후 경질설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는 대신, 프런트와 코치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수베로 감독 영입에 큰 역할을 했던 정민철 단장이 팀을 떠났고 지도가 경력이 풍부한 손혁 단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이에 경험이 풍부한 프런트진과 트레이너들이 보강됐다. 그 과정에서 프런트의 역할이 커졌다. 이는 코치진에서도 외국인 코치들의 자리가 국내 지도자로 대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롯데 서튼 감독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대로 수베로 감독은 3루 작전, 주루 코치와 투수 코치만큼은 자신과 호흡을 함께 하는 외국인 코치가 유지되면서 지속성을 유지하게 됐다. 대신 팀 운영에 있어 자신의 비중이 이전보다 준 건 분명하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한화는 스토브리그 기간 팀 중심 타선을 이끌 FA 외야수 채은성을 영입했고 내야수 오선진에 투수 이태양을 FA 시장에서 추가로 영입했다.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FA 최대어였던 포수 양의지에게 대형 계약을 제시하는 등 선수 영입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도 기대감을 높이는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더 나아진 경기력과 성적이 필요한 한화의 2023 시즌이다. 이는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수베로 감독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O 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은 의사소통 문제와 문화와 야구관에 대한 차이 등이 있음에도 긍정적인 면이 더 부각됐다. 풀타임 시즌을 함께 한 1호 외국인 감독이라 할 수 있는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긴 부진으로 패배감이 가득했던 팀 분위기를 노피어 야구로 대표되는 자신의 야구 철학을 빠르게 이식하며 변모시켰다.

 

 

한화 수베로 감독

 

그 결과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 시절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이 됐고 그 유산은 그가 팀을 떠난 이후에도 수년간 이어졌다. 로이스터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선발 투수의 비중을 크게 높이는 마운드 운영과 공격력을 극대화한 화끈한 공격 야구로 팀의 색깔을 확실히 만들었다. 여기에 성적이 뒷받침되면서 롯데는 최고 인기 구단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의 뒤를 이어 2017, 2018 시즌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 감독을 했던 힐먼 감독은 팀을 홈런 공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빅볼 야구를 하는 팀으로 면모 시켰고 2018 시즌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명예롭게 팀을 떠날 수 있었다. 그는 성적 외에도 구단의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보통 감독과는 다른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팀에 큰 변화를 모색하는 팀이 외국인 감독을 고려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감독들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KIA가 선임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에 감독까지 역임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성적 부진 등 이유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경질됐다. 그와 함께 경쟁했던 서튼, 수베로 감독 역시 그 입지가 단단하다 할 수 없다. 2023 시즌 시즌 성적으로 그들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KBO 리그가 메이저리그 시스템이 도입되고 프런트가 중심이 되는 구단 운영이 보편화된 상황도 외국인 감독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데이터 분석이 체계화되는 상황에서 감독의 역할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에 프런트 출신 감독이 등장하기도 했다. 선진 야구를 이식할 수 있다는 외국인 감독의 영입 명분도 크게 줄었다. 이는 외국인 감독 무용론을 크게 할 수 있다.

서튼, 수베로 감독은 달라진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성과다. 또한, 두 감독의 성공과 실패는 롯데와 한화의 2023 시즌 결과와도 연결된다. KBO 리그 두 외국인 감독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한화 이글스,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