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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육성과 적극적인 세대교체, 최근 프로야구의 중요한 흐름이다. 이 흐름 속에 경쟁력이 있지만, 나이와 연봉 등을 고려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베테랑들 상당수가 자의반 타의 반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구단이 주최하는 은퇴식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상 선수는 한정적이고 소리 없이 사라져간 선수들이 수년간 다수 존재했다.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의 재 취업률 또한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나름 이름값있는 선수들도 변화를 피하지 못했다. 

두산의 베테랑 좌완 투수 장원준은 수년간 세대교체의 파고를 어렵게 이겨내며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장원준은 2004 시즌 롯데의 1차 지명 신인으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는 이닝이터로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장원준은 2008 시즌부터 2017 시즌까지 매 시즌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여기에 매 시즌 평균 16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큰 부상 없이 매 시즌 많은 이닝을 던져주는 선발 투수의 가치는 매우 크고 장원준은 그에 부합하는 투수였다. 

특히, 장원준은 롯데의 가장 화려한 시기였던 로이스터 감독 시절, 선발 투수로 중용되며 기량을 발전시켰다. 그때까지 장원준은 경기마다 경기 중에도 기복이 심했던 투수로 장롤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런 장원준을 선발 투수로 중용했고 이런 신뢰를 그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장원준은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를 이끌었던 선발 투수 중 유일한 현역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장원준은 불운한 투수였다. 장원준은 당대 최고 좌완 투수였던 김광현, 양현종 등과 동시에 활약했다. 장원준은 그들과 비교해 임팩트가 부족했다. 그의 소속팀 롯데가 주로 하위권에 머물렀던 탓에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에서 등판할 기회가 적었던 탓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장원준은 국가대표 선발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렸다. 이는 그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됐다. 이는 국가대표 활약을 통한 병역 혜택의 기회를 잃게 했다. 장원준은 최 전성기에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해 경찰청 야구단에서 2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에게는 아쉬운 공백기였다. 

 

 

 



하지만 장원준은 병역 의무 이행 후 복귀해 특유의 꾸준함을 유지했고 그동안의 실적은 FA 계약을 통해 인정받았다. 2014 시즌을 마친 후 장원준은 FA 자격을 얻었다. 원 소속팀 롯데는 그의 잔류를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장원준의 선택은 두산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두산은 선발 마운드 보강을 위해 움직였고 장원준을 대형 계약으로 영입했다. 장원준은 야구 인생 처음으로 연고지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었다. 

두산에서도 장원준은 꾸준했다. 장원준은 두산에서 필요했던 이닝이터 선발 투수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두산이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왕조 시대를 여는데 큰 힘이 됐다. 이에 장원준은 성공한 FA 선수라는 기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장원준은 FA 4년 차에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평균 성적만 유지했다면 장원준은 두 번째 FA에서도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2018 시즌 장원준은 3승 7패 2홀드 방어율 9.92의 부진을 보였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대두됐다. 한 시즌 정비하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했다. 장원준은 FA 재수를 선택했다. 

장원준이 부활한다면 검증된 좌완 선발 투수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바람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장원준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부상까지 겹치며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장원준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고 등판 간격을 조절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며 부활을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고 현역 선수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했다. 

하지만 장원준은 포기하지 않았고 두산 역시 장원준을 포기하지 않았다. 장원준은 매 시즌 연봉이 크게 삭감되는 상황 속에서도 현역 선수로서 남았다.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되고 팀 엔트리 구성에 따라 1군과 2군을 오가는 고단한 여정이 지속됐지만, 장원준은 반등을 꿈꾸며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노력은 2021 시즌과 2022 시즌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나타났다. 장원준은 압도적인 구위는 사라졌지만, 관록의 투구로 불펜진에서 존재감을 유지했다. 장원준은 2021 시즌 1군에서 32경기 마운드에 올랐고 2022 시즌 27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장원준은 두산 불펜진의 상수로 자리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장원준은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다. 2022 시즌 두산은 전력 약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두산은 변화 필요성을 절감했고 코치진을 대폭 개편했다. 왕조 시대를 함께 했던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승엽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그와 함께 선수단의 세대교체에도 힘을 실었다. 다수의 베테랑들이 팀을 떠났다. 이는 마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원준은 함께 활약했던 베테랑 투수들의 은퇴와 방출을 지켜봐야 했다. 변화에 중점을 둔 두산의 스토브리그 흐름이라면 장원준도 현역 선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었다. 두산이 그와의 연봉 계약을 포기한다면 장원준은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제 30대 후반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현역 선수 연장을 장담할 수 없었다. 두산 역시 팀에서 큰 상징성을 가진 투수의 처리를 놓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산은 팀 전력 구상에 맞지 않은 선수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그 인연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산의 결정은 장원준의 동행이었다. 장원준은 다시 한번 두산에서 현역 연장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시즌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마침 두산은 경험이 풍부한 좌완 불펜 투수의 존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장원준의 연봉은 1군 최저 연봉 수준인 5000만원이다. 한때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로서는 자신의 가치 하락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통이라면 은퇴를 고려할 수 있지만, 장원준은 마운드에 서는 게 중요했다. 이런 베테랑의 의지를 두산도 인정했다. 

 

 

 



하지만 장원준의 2023 시즌이 부활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두산은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전력화가 필요하고 부진한 베테랑 선수에게 무한정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장원준이 부진하다면 그는 바로 1군 전력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스프링 캠프에서 한참 어린 후배들과의 1군 엔트리 진입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두산으로서는 냉정히 장원준이 절대 전력이 아닌 값싼 보험용이라고 할 수 있다. 

장원준에게 호재도 있다. 장원준이 두산에서 최고 전성기를 보냈던 시기 배터리를 구성했던 양의지가 FA 계약으로 두산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양의지의 존재는 장원준이 보다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다. 장원준을 잘 아는 양의지라면 장원준의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영광과 시련이 공존하는 장원준의 프로선수 이력이다.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많은 부활의 기회를 제공받은 행운의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장원준에서 주어질 마지막 행운의 시즌일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충분한 시간을 그에게 부여했다. 더는 그를 예우할 수 있는 팀 상황이 아니다. 장원준은 실력으로 자신이 1군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장원준은 더 절실하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부진은 바로 은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2군에서 장원준 이상으로 출전 기회가 목마른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의 부활을 위해 그 엔트리를 마냥 제공할 수 없다. 2023 시즌 장원준은 30대 후반의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현실이 성공한다면 장원준은 강한 의지의 선수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베테랑의 과한 욕심으로 평가될 수 있다. 상반된 결과의 열쇠는 결국, 장원준이 쥐고 있다. 장원준은 수년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그와 함께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다. 


사진 : 두산 베어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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