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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히트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외야수 안권수가 상당 기간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롯데는 6월 5일, 안권수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사실을 알렸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을 고려하면 그의 복귀는 3개월 소요가 예상된다. 이 기준이라면 안권수를 1군에서 볼 수 있는 시점은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이 정도에나 가능하다. 

안권수의 올 시즌  활약과 그의 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롯데에는 전력 손실 요소가 발생했다. 안권수로서도 한국에서 더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크게 좁아졌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안권수는 올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히던 팔꿈치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게 팀이나 자신을 위해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몸 상태로는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고 팀에서도 그에 대한 활용 범위가 극히 제한되는 상황에서 안권수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권수는 올 시즌 전 KBO 리그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위기가 있었다. 안권수는 남다른 선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재일 동포 선수로 일본에서 나서 자랐고 야구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고교 시절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일본 프로야구 팀에 지명을 받지 못했고 독립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런 안권수에게 2020 KBO 리그 신인 선수 드래프트 참가는 그의 꿈인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 다만, 그의 기량에 대한 검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와 재일 동포 선수라는 한계점이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안권수에게는 또다시 좌절의 순간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두산이 그를 지명했다. 신인 2차 드래프트 10라운드 99번째 선수로 지명된 안권수는 꿈에 그리던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그것도 부모님의 나라, 그리고 자신의 나라, 그의 정체성의 뿌리인 한국에서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어렵게 KBO 리그의 문을 열었지만, 안권수는 두꺼운 두산의 선수층을 뚫어내기가 어려웠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 한참 어른 선수들과 퓨처스 리그에서 경쟁해야 했고 1군에서 출전 기회도 한정적이었다. 일본과는 다른 리그 문화와 생활 환경도 극복해야 했다. 안권수는 좌절하지 않았고 두산에서 출전 경기 수를 실력으로 늘려나갔다. 

2022 시즌 안권수는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두산의 라인업의 혼란 속에 1군 주전 외야수로 그 입지를 넓혔다. 시즌 초반 안권수는 뛰어난 타격 능력에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이며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다. 시즌 후반기 부상과 체력 저하 등의 문제로 좋았던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할 만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안권수의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재일 동포 신분인 안권수는 병역법에 따라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안권수는 법령에 따라 2023 시즌 후 입대를 해야 했다. 이제 30살을 넘은 나이, 일본에 가족들이 모두 거주하고 삶의 터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안권수가 입대를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안권수는 1군 주전 선수로 확실한 입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소속팀 두산 역시 1시즌만 활용할 수 있는 안권수 보다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팀 운영에는 더 효율적이었다. 두산은 안권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했다. 안권수는 이대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롯데가 안권수와 연결됐다. 2023 시즌을 앞두고 즉시 전력감 선수 영입에 주력하던 롯데에 안권수가 보였다. 롯데는 유망주들의 입대 공백을 메우고 1군 선수단의 뎁스를 두껍게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2022 시즌 가능성을 보인 안권수는 그에 맞는 선수였다. 연봉 역시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충분히 복권을 긁어볼 만한 선수였다. 안권수 역시 1시즌이지만, 프로야구 선수로 이력을 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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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안권수는 2023 시즌 롯데 엔트리에 합류했다. 애초 안권수는 백업 외야수로 1군 엔트리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범경기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며 점점 롯데 외야진에서 그 입지를 넓혔고 개막전 선발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시즌을 시작했다. 안권수는 그를 떠나보냈던 두산과의 개막 2연전에서 매우 돋보이는 활약을 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안권수는 롯데의 새로운 1번 타자로 4월 한 달 폭풍 같은 활약을 했다. 쉽게 아웃되지 않고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1번 타자는 롯데가 그동안 찾고 있던 선수였다. 안권수가 1번 타순에 고정되면서 롯데 타선은 짜임새를 더했다. 안권수는 4할 한 달 3할이 넘는 타율과 뛰어난 출루 능력, 득점 기회에서 타점 생산력까지 더하며 롯데 타선의 핵심 선수로 자리했다. 어느새 안권수는 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가 됐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안권수는 2023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월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그의 대표팀 선발 가능성은 충분했다. 만약, 그가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금메달 멤버가 된다면 그의 프로선수 이력 지속에 큰 장애물이 되는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한 이슈를 합법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롯데로서도 수준급 외야수를 더 오랜 기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흔들리게 됐다. 안권수는 4월 말부터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 출전에 제한을 받았다. 롯데는 그의 출전 경기를 조절하면서 관리를 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사라질 수 없는 문제였다. 이에 안권수는 정밀 검사를 통해 수술 외에는 해결 방안이 없음을 인지했다. 보통의 선수라면 당장 수술을 결정했겠지만, 안권수는 그 보통의 선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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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에게 올 시즌 한경기 한 경기는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고국에서의 프로야구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일 수 있는 2023 시즌 안권수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또한, 병역의무 이행의 새로운 길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는 수술과 재활이 큰 부담이었다. 안권수의 여러 꿈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안권수는 완벽한 몸 상태로 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KBO 리그 선수로서의 활약을 선택했다.

안권수가 순조롭게 재활에 성공한다면 그는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점, 포스트시즌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올 시즌 롯데는 봄데라는 이미지를 벗고 3강 팀으로 상위권 성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7 시즌 이후 이루지 못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안권수가 후반기 가세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안권수의 공백을 대신할 수 있는 자원도 풍부하다. 이미 1군 외야진에서 외국인 선수 렉스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황성빈을 포함해 대형 신인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 김민석, 2년 차 선수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윤동희, 1루수 수비도 가능한 장타력 있는 좌타자 고승민 등이 내부 경쟁 체재를 유지하며 외야진을 구성하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외국인 타자 렉스로 조만간 복귀 예정이고 시즌 중 영입한 장타력 있는 타격이 장점이 베테랑 외야수 국해성도 1군에 콜업할 수 있다. 좌투수 전문 타자인 신윤후도 언제든 1군에 콜업할 수 있는 자원이다. 안권수의 장기 결장에도 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롯데다. 

 

 

 



올 시즌 롯데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선수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상황에 맞는 활약을 하는 팀 야구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 롯데에 없었던 작전과 기동력을 겸비한 스몰볼이 자리를 잡았고 득점권에서 집중력은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이다. 폭발적인 타선은 아니지만,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공격으로 필요한 득점을 하고 있다. 여기에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도 최근 시즌 중 최상급이다. 올 시즌 롯데는 단단해진 마운드의 힘을 더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매우 끈끈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권수의 장기 공백은 롯데에 아쉽다. 안권수는 올 시즌 롯데의 달라진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안권수는 성실한 태도와 헌신적인 플레이로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었다. 벤치의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안권수가 보여주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은 롯데 팬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고 있었다. 안권수의 역할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결코 작지 않았다. 최근 경기에서 롯데가 그를 대신한 1번 타자 황성빈의 타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도 안권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커지게 하고 있다. 물론, 건강한 안권수라는 전제가 따르긴 한다. 

안권수는 건강한 안권수가 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안권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안권수는 그것보다는 팀에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남은 건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 전력에 가세하는 일이다.

비록,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었던 꿈은 멀어졌지만, 안권수에게는 아직 이루고자 하는 꿈이 남아있다. 안권수가 그 꿈에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지 그가 돌아와서 어떤 활약을 할지 안권수로서는 또 한 번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안권수가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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