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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다시 현실이 됐다. 일본에서 열렸던 2023 WBC 조 예선에 출전했던 야구 대표팀 선수 일부가 유흥업소에서 음주를 즐긴 사실은 썰이 아니었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제기된 이 문제는 야구팬들의 입에서 전해졌고 공론화됐다. KBO에서도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영어 이니셜로 거론되던 선수들의 실명이 밝혀졌다. 

SSG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과 NC의 마무리 투수 이용찬, 두산의 불펜 투수 정철원은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님을 항변하기도 했다.

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프로선수들이고 그들의 행동 모두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2023 WBC가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는 점에서 큰 실망감이 드는 건 피할 수 없다.

이번 WBC는 최근 계속된 야구의 국제 대회 부진의 흐름을 끊고 퇴색된 야구 강국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나름 철저한 준비를 거친 대회였다.


일찌감치 출전 선수 명단을 발표했고 전임 감독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년도 우승 팀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갔다. 또한, 스프링 캠프 기간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아 대회 준비를 위한 훈련을 하기도 했다. KBO에서도 이 대회의 성적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런 노력에도 2023 WBC는 이미 나온 결과대로 WBC 3회 연속 조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일본과의 야구 수준차를 절감해야 했고 세미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와의 경기 역전패는 더 충격적이었다.

이에 야구팬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편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는 우리 야구 수준 전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이번 WBC를 통해 일본의 야구는 크게 발전했음을 실감했고 체코 등 야구 변방 국가들의 발전도 뚜렷하게 살필 수 있었다. 세계 3대 프로야구 리그를 운영하는 한국의 야구 수준은 국제 대회에서 리그 크기와 비례하지 않았다. 세계 야구 수준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이 유일한 성과였다. 

2023 WBC의 실패는 이어질 2023 프로야구 시즌에 대한 흥행에 악재가 될 수 있었다. 이미 프로야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수들의 일탈로 비난 여론이 누적된 상황이고 혁신하지 못하는 KBO의 모습에는 실망감이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프로야구 흥행에 큰 힘이 됐던 국제 대회에서의 연속 부진은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며 적신호가 켜진 프로야구 흥행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방역 지침이 완화되고 사라지는 야구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스크를 벗고 취식이 가능하고 마음껏 응원을 할 수 있는 야구장의 매력을 야구팬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프로야구는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성공적인 흥행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롯데가 올 시즌 상위권에서 지속력 있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프로야구 흥행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치열한 순위 경쟁도 야구팬들의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흥행 훈풍에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WBC가 끝난지 꽤 지난 시점에 이 문제가 제기된 것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시점이 다소 뜬금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는 사실이었고 여기에 거론된 선수들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올해 WBC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매우 컸고 선수들 역시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이 사건에 중심에 있는 김광현 역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국가대표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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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WBC의 결과는 큰 실패였다. 그 과정에서 음주 관련한 사항이 있었다.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 했었던 노력에 대한 진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다. 과연 선수들이 그들이 말한 대로 온 힘을 다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야구 팬들은 WBC 실패에도 준비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 원인 분석에 귀를 기울였고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냈다. 야구 팬들의 수준은 높아졌고 성숙된 자세로 국가대표 야구팀을 바라봤다.  WBC의 부진 여파는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빠르게 사라져갔다. 

WBC 음주 파문은 또 한 번 팬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었다. 장소가 식사와 함께 반주를 곁들이는 수준이 아닌 유흥업소였고 음주 시점이 경기를 앞둔 전날 그리고 당일 새벽까지 이어졌다는 보도는 야구팬들을 더 실망하게 하고 있다. 악화된 여론을 감지한 KBO는 이 사안을 빠르게 공론화하고 조사 후 징계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 프로야구 선수협에서도 빠르게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음주 자체는 사생활의 영역으로 그것만으로 일탈행위로 보기 어렵고 선수 품위손상의 부분도 주관적인 판단이 불가피한 사안으로 중징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징계의 강도보다는 프로야구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 구성원으로서의 동업자 정신에 대한 아쉬움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사건의 중심에 오랜 세월 국가대표에서 에이스 투수로 활약했던 김광현이 있다는 점은 아쉬움의 강도를 더한다. 김광현은 누구보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은 물론이고 WBC에서 김광현은 국가대표 에이스로 많은 족적을 남겼다. 김광현이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가 된 2023 WBC 일본전에서는 선발 투수로 나서 일본의 간판타자 오타니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인상적인 투구를 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김광현의 선수 커리어에서 너무 나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음주 관련한 일탈 행위들이 끊이지 않았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음주 운전에 음주 관련 사건들이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을 채웠다. 이로 인해 선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최근 음주 관련 일탈에 대한 KBO의 대처도 매우 강경하다. 

프로 선수들이라 해서 음주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선수들의 음주와 자체를 문제시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른 나라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례 등을 살피면 음주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어느 야구 전문가의 지적대로 이번 WBC의 실패는 선수들의 음주 파문과 정신력의 문제가 아닌 우리 실력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음주 파문에 연루된 선수들의 WBC 실패의 원흉처럼 인식되는 건 무리가 있다. 

언론의 보도 방향도 심야 술자리가 여성 접대부가 있는 주점이었는지 등 지협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들로 채워지는 모습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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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사안이 가지는 문제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로서 가치를 그들 스스로 깎아 내렸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일반 직장인과 비교할 수 없는 연봉을 받는 건 야구를 잘하는 것도 있지만, 그 높은 연봉에는 프로 선수로서 가져야 할 품격과 도덕성 등 보이지 않은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해져 있다. 프로라고 하면 뭔가 달라야 하고 높은 연봉에 걸맞은 자기 관리와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도 그 선수가 리그에서 최고 선수로 자리한다면 국가대표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다면 이는 리그 수준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는 프로의 세계에서 그런 여유를 가져도 최고 레벨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사례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리그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의 여론도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사안은 국가대표 제도에 대한 개혁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동안 야구는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에는 큰 관심을 보였지만, 야구에서 가장 큰 국가대항전으로 자리한 WBC 등 국제 대회에서는 국가대표 선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게 사실이었다. 특히, WBC는 리그가 개막하기 전 열리는 대회로 대회 참가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선수들은 물론이고 구단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WBC는 그동안의 국제 대회 부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안팎의 여론 속에 나름 최강의 전력으로 나섰지만, 선수들의 마음 한편에서는 리그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의 경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국가대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상비군 제도를 마련하고 참가 의지가 강한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국가대표 출전과 관련한 인센티브를 더 늘릴 필요도 있다. FA 일수 추가 등의 혜택이 있지만, 특급 선수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 일수를 더 늘려주거나 출전 수당 등을 지급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해 직전 리그 성적만을 고려할 게 아니라 그동안 국가대표로서의 참가 실적 등을 수치화해 적극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병역혜택과 관련한 대회 참가 시 활용돼야 한다. 

 

 

 



프로가 활성화된 스포츠에서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만으로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이끌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야구는 여타 스포츠와 달리 국제적인 선수 이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국가대표 이력이 자신의 커리어와 인지도를 쌓고 더 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리그 진출의 기회가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리그에서의 활약만으로도 미래가 보장되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국제 대회 참가에 대한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구단들로서도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구단의 중요한 자산이 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 출전으로 부상을 당하고 리그를 망친다면 큰 손실이다.

이제는 국가대표 참가에 대한 여러 보상책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야구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 탓에 실행이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동기 부여 요소가 덜한 선수들의 참가보다는 대회 참가에 적극적인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구단들에게 부상 등에 대비해 연봉 일부를 보전할 수 있는 보험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WBC 음주 파문은 변함없이 프로야구를 그리고 응원하는 팀을 성원하는 팬들을 다시 한번 한숨 짓게 했다. 하지만 이는 야구 국가대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이 돼야 한다. 여론 무마용으로 하는 해당 선수에 대한 징계가 능사가 아니다. 선수들의 일탈과 사적 행동이 관심사가 되고 포털의 트래픽을 늘리지 않고 우리 야구의 국제 경쟁력 리그 수준 향상 등 야구의 콘텐츠를 어떻게 더 수준 높게 할지에 대한 야구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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