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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출전 선수 24명의 명단이 6월 9일 발표됐다. 12명의 투수와 13명의 야수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애초부터 나이 어린 프로 저 연차 선수로 선발 기준을 한정했고 경험을 보강할 3장의 와일드카드 선수 역시 그 연령을 제한하는 등 국가대표 세대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여기에 아마 야구 선수로 202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한 고교 3학년 투수 장현석이 포함되면서 최근 야구 국가대표 선발에서 소외됐던 아마 야구를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프로야구 리그가 중단되지 않는 만큼 각 구단의 전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수 선발에서 구단별 안배를 한 흔적도 보였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그동안 대표팀 선발에서 비판을 받아왔던 세대교체 부재, 리그에 대한 배려, 선수 선발의 공정성까지 두루 살핀 선수 선발을 했다. 물론, 이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부상 재활 중인 선수들의 회복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하고 국제경기에서 그 비중이 한층 큰 포수 부분이 약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대회를 3개월 넘게 남겨둔 시점에 너무 이른 발표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애초 2022년 열리기로 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연기되면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류중일 감독의 실전 경기 공백이 너무 길어졌다는 부분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표팀 명단을 결정됐고 대표 선수로 선발된 선수들이 남은 기간 국가대표에 걸맞은 성적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박세웅

 



이 대표팀 명단 중 롯데는 다른 팀과 달리 5인 로테이션에 포함된 투수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안경 에이스 박세웅과 올 시즌 큰 기량 발전과 함께 리그 상위권 선발 투수로 거듭난 포수 출신 나균안이 그들이다. 두 투수는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세웅은 경쟁이 치였던 와일드카드 3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세웅은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삼성의 선발 투수 원태인과 함께 지난 도쿄 올림과 올해 열렸던 WBC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세웅은 부진한 성적으로 큰 비판을 받았던 대표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하며 호평을 받은 몇 안 되는 선수였다. 이런 국제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박세웅은 와일드카드의 가장 유력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박세웅은 불안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을 매우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시즌 전 열리는 WBC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에서 실시되는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국내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는 WBC 호투로 이어졌다.

박세웅은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유력한 후보였다. 성적 또한 뛰어났다. 병역의무 이행을 더는 연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세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과 금메달이 절실했다. 이는 큰 동기부여 요소가 됐지만, 아시안 게임이 연기되면서 시즌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아시안게임 연기가 발표된 후 박세웅은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티를 내지 않았지만, 큰 상실감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22 시즌 후 박세웅은 상무 입대를 신청했다. 박세웅으로서는 상무 입대의 마지막 기회였다. 여기서 롯데 구단과 박세웅은 5년간 90억원이라는 장기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다음 시즌 군 입대를 앞둔 선수와의 장기 계약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더 파격적인 건 박세웅이 상무 지원을 포기하고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롯데는 장기 계약 선수가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누수에 대한 우려보다는 검증된 선발 투수를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게 중요했다. 아울러 박세웅이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이 가능하다는 확신도 있었다. 박세웅 역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과감히 상무 지원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필요가 맞물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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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의 2023 시즌은 그는 물론이고 롯데의 팀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시즌 초반 불안했다. WBC 참가를 위해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린 데 따른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다. 박세웅 외에 WBC 참가 선수들 중 상당수, 특히, 투수들의 시즌 초반이 힘든 예가 많았고 박세웅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런 불안한 투수를 박세웅을 더 초조하게 할 수 있었다. 4월 부진에 이어 5월까지 부진하다면 그의 국가대표 선발 꿈은 사라질 수 있었다. 이 위기에서 박세웅은 5월 중순부터 극적인 반등을 이뤄냈다. 5월 19일 SSG전 6이닝 1실점 선발승을 시작으로 박세웅은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갔다. 투구 내용도 달라졌다. 그의 장점인 탈삼진 능력이 되살아났고 시즌 초반 부족했던 이닝 소화능력이나 경기 운영 능력도 에이스 다움을 되찾았다.

이를 바탕으로 박세웅은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들 중 원태인과 함께 투수 중에서 국제경기 경험이 가장 풍부한 만큼 아시안게임에서도 박세웅은 금메달을 다툴 일본, 대만과의 경기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박세웅과 함께 대표팀에 선발된 나균안의 선수 이력을 더 극적이다. 나균안은 나종덕이라는 이름으로 2017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지명됐다. 통상적으로 투수들이 1라운드 지명이 보통인 게 신인 드래프트임을 고려하면 롯데가 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롯데는 당시 강민호라는 리그 정상급 포수가 있었지만, 그를 이어갈 포수가 필요했고 고교 야구 최고 포수 유망주인 나균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포수로서 나균안의 포수로서 프로 선수 생활은 험난했다.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롯데는 그를 1군에 올려 빠른 성장을 기대했지만, 프로의 벽은 매우 높았다. 여기에 2018 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가 삼성과 계약하며 팀을 떠났다.

 

 

 



롯데는 당장 경험 많은 포수 영입이 필요했지만, 나균안과 또 다른 포수 유망주 나원탁을 중심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과감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무모한 결정이었다. 두 젊은 포수들은 준비를 거치지 못하고 전쟁터에 나온 신병들이나 다름없었다. 치열한 1군 무대에서 버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두 포수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롯데는 상당 기간 포수난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가 2017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하위권을 전전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포수 부재였다. 그 속에서 나균안의 부담은 한층 더 커졌다. 롯데 팬들의 격려는 질타로 변했다. 그렇게 성장하지 못하는 유망주 포수로 시간을 보내던 나균안은 큰 결정을 했다.

나균안은 2020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이 있었고 장기간 재활에 매달렸다. 나균안은 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투수 나균안의 스토리는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투수로서 점점 가능성을 확인한 나균안은 투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시점에 이름도 나종덕에서 지금의 나균안으로 개명했다. 이후 포수로 나종덕은 그의 선수 이력에서 과거로만 남게 됐다. 

투수 나균안의 성장세는 기대 이상이었다. 2021 시즌 1군 마운드에 서기 시작한 나균안은 2022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7.2이닝을 소화했고 3승 8패 2홀드 방어율 3.98을 기록했다.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포수로서 투수로 전환한 투수의 첫 풀 타임 시즌임을 고려하면 그의 앞으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나균안은 풀 타임 선발투수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 나균안은 올 시즌 롯데의 4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뒤 순위 선발 로테이션이었지만, 그의 비중은 금세 격상됐다. 외국인 투수 2명의 포함해 롯데 선발 투수들이 시즌 초반 부진한 상황에서 나균안은 홀로 빛났다. 4월 한 달 나균안은 홀로 선발 투수진을 이끌었다.

나균안은 4월 5번의 선발 등판에서 1점대 방어율에 4승을 기록하며 롯데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강력한 구위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제구 능력과 다양한 변화구, 포수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까지 더해지며 나균안은 완성형 선발 투수의 면모를 보였다. 나균안의 4월 호투는 리그에서도 큰 화제였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투수가 팀 에이스가 됐다는 스토리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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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는 있었다. 5월 들어 나균안은 그의 투구 패턴을 철저히 분석한 상대 타자들에 공략당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구가 뛰어난 나균안의 공격적인 성향을 고려해 상대 팀을 빠른 볼 카운트에서 적극적이 타격으로 대응했고 나균안은 이에 흔들렸다. 자칫 부진인 길어질 수 있었지만, 나균안은 다시 안정감을 되찾았다. 

나균안은 그의 전담 포수로 활약하고 있는 정보근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고 속구 구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또한, 다른 투수들과 달리 높은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 활용하는 투수로 범타를 유도하는 전략도 활용했다. 이렇게 진화를 거듭하며 고비를 넘긴 나균안은 다시 6월 9일 삼성전까지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며 에이스의 면모를 다시 보였다.

6월 9일 삼성전의 7이닝 1실점 호투는 시즌 6승과 연결됐다. 이는 4연패의 팀을 구한 매우 순도 높은 투구였다. 이 경기까지 나균안은 올 시즌 12경기 선발 등판했고 6승 1패, 방어율 2.43의 호성적을 유지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는 9번에 이르고 65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19개에 불과할 정도로 볼넷 대 삼진 비율도 매우 뛰어나다. 이런 투수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은 이유가 없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는 기간 국가대표와 거리가 있었던 롯데로서는 2명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 편에서는 시즌 운영에 대한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두 선발 투수의 팀 내 비중은 매우 크다. 올 시즌 롯데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은 선발 투수진이다. 6월 들어 롯데는 그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지만, 5인 선발 로테이션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는 이전 롯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단단한 선발진은 부진한 기간이 있다고 해도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기간, 롯데는 5인 선발 로테이션 두 자리 공백이 발생한다. 롯데는 4경기 이상 박세웅, 나균안이 없는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해야 한다. 올 시즌 롯데는 2017 시즌 이후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팀이 심각한 부진에 빠지지 않는다면 아시안게임 기간 롯데는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는 시점이다. 두 선발 투수의 공백이 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나균안

 



이에 롯데는 2군에서 선발 투수 자원을 추가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트레이드 영입한 좌완 투수 심재민을 바로 1군에 올리지 않고 투구 이닝을 늘리며 선발 투수 준비를 시키고 있다. 지난 시즌 9승의 선발 투수 이인복도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최영환 등 대체 선발 투수들이 꾸준히 퓨처스리그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세웅과 나균안의 팀 내 비중을 고려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한편으로는 그 공백을 잘 메운다면 롯데는 현재와 미래를 함께 잡을 수 있는 기회다. 박세웅과 나균안이 금메달 멤버가 되면서 병역 혜택을 받는다면 롯데는 수준급 선발 투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강력한 국내 선발 투수진은 팀이 강팀으로 자리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다.

또한, 중요한 기회를 잡은 두 투수가 아시안게임 전까지 호투를 거듭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성과로 선수생활의 큰 짐을 던 두 투수가 시즌 후반기에도 호투를 이어간다면 마지막 순위 경쟁과 포스트시즌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롯데는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두 자릿수 승수가 보장된 20대 국내 선발 듀오의 확보라는 큰 그림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그림이 잘 그려진다면 박세웅과의 장기 계약, 나균안의 투수 전환은 롯데 프런트의 큰 성공사례로 구단 역사에 남을 수 있다. 박세웅과 나균안 역시 올 시즌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박세웅과 나균안,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상관관계다. 선수와 구단이 모두 윈윈하는 결과로 이 관계가 올 시즌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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