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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포수는 그 어떤 포지션 보다 힘들다. 수비 시 무거운 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수시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해야 하다. 해야 할 일도 많다. 투수 리드는 물론이고 뛰어난 블로킹 능력도 보여야 했다. 최근에는 날카롭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포크볼,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면서 포수 블로킹이 한층 중요해졌다. 또한, 기동력 야구가 다시 중요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루 저지 능력도 필요하다. 이 밖에 수비 시 포수는 수비 전반을 컨트롤해야 한다.

이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전 포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는 리그의 포수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20대 주전 포수는 찾아볼 수 없다. 백업 포수진에서도 젊은 포수들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에서 포수 선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일정 기량을 갖춘 경기 경험을 쌓은 젊은 포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각 구단들은 포수 육성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모든 구단이 배터리 코치를 두고 있고 포수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FA 시장에서 포수의 가치는 나날이 치솟았다. 올 시즌을 앞둔 FA 시장에 나온 4명의 포수는 모두 만족할 만한 계약을 얻어내며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그 FA 포수 중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NC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공. 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 포수로 뛰어난 투수 리그와 도루 저지 능력, 중심 타선에 설 수 있는 타격 능력까지 팀 전력을 단번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포수다. 양의지는 이미 두산에서 두산의 수차례 우승을 이끌며 그 능력을 입증했고 NC에서도 NC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올 시즌 양의지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그가 프로에 데뷔했던 두산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양의지 영입을 위해 초 장기 계약을 제안했고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의지가 30대 후반의 나이로 에이징 커브의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 큰 추락을 경험했던 두산은 팀 재건을 위한 구심점이 절실했다. 양의지의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올 시즌 양의지는 그의 이름값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두산이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데는 양의지의 힘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양의지에 필적하는 오히려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포수가 있다. 올 시즌 LG의 새 주전 포수 박동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동원은 지난 시즌 중 트레이드로 프로 데뷔 이후 줄 곳 함께 했던 키움을 떠나 KIA로 팀을 옮겼다. 포수난에 시달리던 KIA는 박동원 영입을 위해 전천후 내야수 김태진과 신인 지명권 현금을 키움에 건넸다.

KIA는 박동원이 2022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칫 박동원을 한 시즌도 활용하지 못하고 떠나보낼 수 있는 위험에도 KIA는 박동원 트레이드를 강행했다. 그의 잔류를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히어로즈에서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장정석 전 단장과 박동원의 관계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KIA의 바람은 지난 FA 시장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FA 전 장기 계약이 유력해 보였던 박동원이었지만, 관련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FA 시장이 열린 이후에도 박동원과 KIA의 계약 소식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타 팀 이적설이 더 강하게 들려왔다. 결국, 박동원은 LG와 전격 계약하며 KIA를 떠났다. 박동원을 2023 시즌 주전 포수로 전력 구상을 했던 KIA에는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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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프랜차이즈 포수 유강남의 롯데행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박동원과 빠르게 접촉해 계약을 이끌었다. KIA는 이런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연히 프런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더해 시즌을 앞두고 KIA 장정석 전 단장이 박동원과의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더해지며 KIA의 충격을 더했다. 이는 박동원이 왜 KIA를 떠나 LG로 향했는지 대한 의문을 조금을 이해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LG 주전 포수로 시즌을 시작한 박동원은 LG에서 그 존재감이 매우 컸던 유강남의 존재감을 극복해야 했다. 유강남은 LG에서 육성한 포수로 누구보다 LG 포수를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맞는 투수 리드와 뛰어난 포구 능력으로 LG 마운드가 리그 최강으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동원은 유강남의 큰 장점이었던 수비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 포수는 아니었다. 그 역시 오랜 프로 경력으로 포수로서 충분한 경험치를 쌓았지만, LG 투수들과 빠르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또한, 박동원의 장점인 장타력을 갖춘 타격 능력이 넓은 잠실 홈구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2023 시즌 6월 현재 박동원은 리그 최고 포수로 당당히 자리했다. 그 바탕에는 놀라운 공격 생산력이 있다. 박동원은 6월 13일 현재 홈런 14개로 이 부분 1위를 달리고 있고 타점과 장타율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 역시 0.952로 리그 1위다. 리그 최고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동원의 올 시즌이다. 박동원의 활약은 그를 5월 KBO 리그 MVP 자리에 오르게 했다.

이 기세를 몰아 박동원은 2004 시즌 현 LG 1군 코치진 박경완 이후 KBO 역사에서 더는 기록되지 않았던 포수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KBO 역사에서 포수 홈런왕은 레전드 이만수와 박경완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팀의 포수 홈런왕은 아무도 이루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만약, 박동원이 홈런왕에 오른다면 LG 구단 역사상 최초의 일이 된다. 즉, 박동원의 올 시즌은 새로운 역사를 여는 일이 될 수 있다.

박동원의 MVP 시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박동원은 2015 시즌부터 꾸준히 두 자릿 후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 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타격의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1 시즌에는 그의 커리어 최다인 22홈런을 기록했지만, 무려 114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홈런의 효율성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 순간에서나 풀 스윙으로 일관하는 타격 폼은 공갈포의 이미지를 가지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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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박동원의 스윙은 오히려 더 거침이 없어졌다. 카운트에 상관없이 박동원은 풀 스윙을 하고 있다. 다른게 있다면 그러면서도 정교함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박동원의 삼진 비율은 이전 시즌보다 크게 줄었고 이는 높아질 출루율로 연결되고 있다. 박동원은 볼넷보다 삼진이 훨씬 많은 타자였지만, 올 시즌 나쁜 공도 잘 골라내고 있다. 이는 타고난 파워에 효율성을 더했고 많은 홈런 생산과 연결되고 있다. 정교함을 더한 박동원의 공을 부술듯한 풀 스윙은 이제 리그 투수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박동원의 이런 변화에는 LG를 타격의 팀으로 변모시킨 이호준, 모창민 타격 코치와의 만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코치는 LG의 타격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들이 LG의 타격 파트를 담당한 이후 LG는 기존의 답답한 타선의 이미지를 벗고 리그 최강의 타선으로 거듭났다.

박동원 역시 이런 팀 분위기 속에서 놀라운 발전을 했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LG 타선에서 박동원은 타격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것이다. 이는 박동원이 더욱더 거침없는 스윙을 할 수 있게 했다. 리그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는 LG의 팀 분위기 역시 박동원에게는 상승효과를 불러왔다. 

박동원의 활약은 LG의 전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박동원은 좌타자들이 중심인 LG 타선에서 아주 귀한 우타 거포다. 박동원은 오랜 세월 이어진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은 오스틴과 함께 좌타 라인과 균형을 이룬 강력한 우타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박동원이 하위 타선에서 장타력을 발휘하면서 LG 타선은 상. 하위 타선 어느 곳 하나 피할 곳이 없는 촘촘한 타선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리그 홈런 1위가 하위 타선에 배치된 LG 타선은 상대 팀 투수들에게는 큰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동원의 뜨거운 방망이는 6월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홈런 생산 개수는 줄었지만, 3할을 훌쩍 넘는 타율로 뛰어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몰아치기에 능한 만큼 언제든 홈런 생산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최근 LG가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완전체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점도 상승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박동원은 이런 활약에도 수비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특히, 장점이라 평가됐던 도루 저지에서 1할대 도루저지율로 기대와 거리가 있다. 엄청난 공격력으로 이 부분을 대신하고 있지만,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과 포스트시즌에서 이 부분은 팀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박동원에 대한 평가를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더 강해질 상대 팀의 견제, 백업 포수진이 약한 팀 상황에서 풀 타임을 소화하는데 따른 체력 부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런 전망에도 박동원은 올 시즌 가장 빛나는 선수인 건 분명하다. 박동원은 오랜 세월 KBO 리그를 최고 포수 자리를 양분하던 양의지, 강민호의 양강 체제를 깨뜨릴 후보이기도 하다. 지금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도 꿈이 아니다. 포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덜어진 LG 역시 오랜 숙원인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의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현재까지 LG의 박동원 영입은 매우 성공적이다. 그와 체결한 4년간 65원의 계약이 가성비 뛰어난 계약으로 보일 정도다. 그만큼 박동원은 충분히 FA 선수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고 가치를 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홈런왕 타이틀을 더한다면 박동원은 리그 역사를 새롭게 여는 선수로 그 이름을 남길 수도 있다. 박동원이 포수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어려움인 체력 부담을 덜고 시즌 내내 그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LG 트윈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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