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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위협할 정도로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여자 배구가 국제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강 진출을 이뤄내며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여자배구였지만, 이후 국제경기에서 좀처럼 승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패배의 이력은 국가대항 리그전인 2023 국제배구연맹 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VNL에서도 계속 쌓이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VNL에서 9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패배도 문제지만, 1세트를 빼앗기도 힘들 정도로 상대 팀과의 실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홈에서 열리는 VNL에서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6월 27일 대표팀은 이번 대회 단 1승에 그치고 있는 불가리와의 경기에서도 세트 스코어 1 : 3으로 패했다. 한 세트를 따냈다는 점 외에 성과가 없었다. 

앞으로 홈경기 일정이 불가리아보다 훨씬 강한 상대인 도미니카, 중국, 폴란드라를 점을 고려하면 승리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극심한 부진 속에 대표팀의 세계 랭킹도 30위권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앞으로 있을 2024 프랑스 파리 하계 올림픽 출전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아시아 선수권에서도 메달권 진입을 낙관할 수 없다. 

그만큼 현재 대표팀의 전력은 매우 약하다. 이는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도쿄 올림픽 이후 여자배구 대표팀은 대대적인 세대교체기에 접어들었다. 오랜 세월 대표팀을 이끌었던 슈퍼스타 김연경을 포함해 양효진, 김수지 등 베테랑이 대표팀에서 은퇴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고군분투했고 도쿄 올림픽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 

 

 

 



특히, 김연경은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에도 다년간의 해외 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클래스 선수다운 기량에 카리스마 가득한 리더십을 대표팀을 이끌었다. 1인 3역 이상의 역할을 하는 김연경의 존재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세계 강호들과 맞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김연경에 대한 큰 의존도는 그의 대표팀 은퇴 이후 대안 부재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김연경은 뛰어난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공격력 외에 블로킹, 수비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지난 선수였다. 사실상 그의 공백을 단기간에 메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와 함께 대표팀에서 은퇴한 베테랑들의 공백도 쉽게 메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대표팀으로서는 도쿄 올림픽 이후 팀을 리빌딩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진의 정도가 너무 깊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국가대표 팀이라 하기 부끄러운 경기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끌었던 라바리니 감독 후임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대표팀은 세계 배구의 중요한 흐름인 스피드 배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배구의 흐름은 높이보다는 세터를 제외한 전 선수가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에 가담하는 빠른 토털 배구가 대세다. 여기에 강한 서브도 중요한 옵션이 되고 있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블로킹과 수비 전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배구 강국들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라이벌 중국과 일본, 심지어 태국도 그런 배구를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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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표팀의 배구는 과거 공격수의 역량에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 전술로 일관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을 지속 선임하며 최신 배구 전술과 흐름을 따르고 나름 데이터 분석을 하고는 있지만, 세계 배구 흐름을 따라가기도 버거운 대표팀이다. 그 대안도 부재하다. 

이는 우리 배구 환경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배구, 특히, 여자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스타 마케팅 효과가 더해지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전술적인 면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공격 스타일은 거의 모든 팀들이 전술이다. 단단한 수비로 공을 걷어내고 높은 토스로 외국인 공격수의 한방을 기대하는 단순한 전술은 공격을 단조롭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전술은 득점 확률이 높고 승리를 위해서는 아주 효율적인 전술이다. 

그 사이 우리 공격수들의 기량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배구 리그에서 팀 에이스 역할을 하는 선수는 매우 한정적이다. 팀 득점의 가장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라이트 공격수 아포짓 스파이커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 담당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국제 경쟁력을 가진 아포짓 스파이커가 전무하다. 

여기에 세대교체를 한다고 했지만, 베테랑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의 부재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내 여자 프로배구팀의 주력 선수들은 30대 선수들이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더디고 팀 내 역할 비중도 크지 않다. 과감히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는 선수 자원이 극히 부족하다. 

단적으로 여자 프로배구 FA 시장에서 여전히 베테랑 선수들의 시장 수요는 크다. 심지어 40대 선수도 다년 계약을 하고 있다. 이는 그 선수가 노력한 결과지만, 그만큼 프로배구의 선수층이 한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해마다 여자 프로배구는 다수의 신인 선수들을 드래프트로 영입하고 있지만, 그 선수들이 주전으로 도약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당연히 대표팀의 세대교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프로배구의 중요한 선수 수급처인 중고교 배구의 저변 문제로 연결된다. 남자 배구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여자배구의 선수층인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프로에 지원할 수 있는 절대 선수가 점점 부족하다. 최근 몽골 출신의 선수들을 귀화시켜 활용하는 것도 국내 선수 자원 부족이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등장한 김연경의 존재는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여자 프로배구가 높은 인기와 함께 FA 계약으로 남자 선수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지만, 이런 환경 변화가 배구 선수 선수층의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점점 출생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힘든 운동을 기피하는 흐름까지 더해지며 모든 스포츠에서 선수 부족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고 인기 스포츠 반열에 오른 여자 배구조차 그 문제가 직면해 있다.

이에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기존의 외국인 선수 제도에 더해 아시아 지역 선수들을 추가로 선발하는 아시아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프로배구의 시장 확대라는 명분도 있지만, 그만큼 프로배구 모든 팀들이 쓸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선수들로서는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일이지만, 이를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여자 배구 대표팀의 계속되는 부진은 분명 우려되는 일이다. 여자배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국제 대회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이미 아시아권에서도 상위권에서 밀려난 남자배구와 달리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하는 등 국제 경쟁력을 유지했다. 이는 방송과 언론에 큰 관심으로 이어졌고 배구 선수들 상당수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는 대중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배구의 인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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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여자배구의 수준이 아니었다. 김연경을 포함한 몇몇 베테랑들의 헌신에 근거한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주력 선수들의 자신의 역량을 모두 폭발시킨 대회였고 라바리니 감독은 그들의 역량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림픽 개최가 1년 연기되는 상황에 대표팀은 보다 긴 시간 조직력을 갖춘 시간도 있었다. 모든 상황이 대표팀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했다. 

지금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속적으로 팀 조직력을 갖출 시간이 부족하다. 빡빡한 프로배구 리그 일정은 선수들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게 하고 있고 대표팀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부족한 선수층은 그런 선수들을 대신할 수 없게 한다.

여기에 현 대표팀 감독인 세자르 감독은 유럽 프로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배구에서 보편적인 일이라 하지만, 리빌딩 중인 대표팀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새로운 선수 구성으로 최상의 조직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이 상시로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VNL을 준비하면서도 세자르 감독은 국내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을 원격으로 지도했다. 이 기간 김연경이 대표팀 어드바이저로 함께 하기도 했지만, 훈련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끈 라바리니 감독도 프로배구팀 감독을 겸직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프로배구 리그가 각국에서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원격 지도였지만, 지속적으로 대표팀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세자르 감독은 라바리니 감독과는 분명 다른 환경이다. 투잡 감독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그동안 배구협회의 무능하고 부조리한 행정 능력과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외국인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자 프로배구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 실제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감독 비중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이는 극심한 부진에도 세자르 감독이 배구팬들의 비판을 덜 받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유가 있다 해도 패배 속에서 발전의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모습은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높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권에서도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태국에도 밀리는 경기력이라면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선수들의 역량의 맞는 전술이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배구의 흐름을 따르기 버겁다면 우리에게 맞는 전술을 찾을 필요도 있다. 

 

 

 



선수들 역시 대표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여자 프로배구는 최근 인기와 더불어 매우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다수의 선수가 FA 계약을 하고 있고 남자 선수 못지않은 연봉을 받고 있다. 선수 수명도 한층 길어졌다. 미디어와 관심으로 다수 선수가 대중 스타로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따내고도 협회의 무관심으로 김치찌개 회식을 하던 때와는 크게 다른 환경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선수들의 프로선수로서 사명감까지 높였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여자배구는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올림픽 4강을 이루는 등의 감동 스토리로 대중들의 관심을 얻었고 인기로 이어졌다. 이제는 노력에 맞는 대우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성과를 만들어낼 의무도 있다. 진정한 프로라면 그들의 실력을 증명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 부진이 거듭된다면 배구 역시 우리들만의 공놀이가 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국제 대회 부진으로 많은 이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거품론이 일어나는 상황을 배구계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는 말이 있다. 현재 여자배구는 영광의 순간을 지나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어 있다. 바꿔 말해 더 나빠질 게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시 한 발 한 발 위를 보며 올라서야 하는 상황이다.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는 팬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자배구가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아직은 걱정이 더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이대로 라면 도쿄올림픽 4강은 재현될 수 없는 신화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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