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발리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의미는 멀리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또는, 명품 브랜드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도 발리는 말이 몇몇 종목에서 사용되고 있다. 대신 그 단어의 어원이나 영어 스펠링에는 차이가 있다.
스포츠에서 발리는 영어 단어 volley로 표기된다. 이 말의 어원은 고대 라틴어와 프랑스어로 거슬러 갈 수 있다. 그 단어에는 날다라는 의미가 함께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스포츠에서는 공을 가지고 하는 구기종목에서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 공중에 있는 동안 이루어지는 플레이와 기술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발리라는 말이 가장 먼저 사용된 스포츠는 테니스를 들 수 있다. 현재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이기도 한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자들이 라켓으로 공을 쳐 넘겨 승부를 내는 경기다.
테니스에서 발리는 상대방이 친 공이 땅에 닿기 전에 라켓으로 쳐서 넘기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은 주로 네트 앞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수시로 네트앞으로 나와 발리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를 서브 앤 발리 유형의 선수라 칭하기도 한다.
이 발리가 하나의 스포츠 종목을 칭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배구가 그 종목이다. 영어로 volley ball로 표기되는 배구는 네트 사이에서 6명 또는 9명으로 구성된 양 팀이 공을 넘겨 승부를 겨루는 단체 구기종목이다.
테니스와 유사하지만, 배구는 공이 땅에 닿으면 플레이가 종료되고 점수를 얻고 빼앗긴다. 공격하는 팀의 공이 상대 진영에 닿으면 공격 포인트가 올라가고 상대 공격을 네트 앞에서 블로킹으로 땅에 떨어뜨리거나 그 공을 수비에서 걷어 올려 공격을 성공시키면 득점을 하게 된다. 배구 규정에 어긋난 반칙 행위 외에 배구는 상대 진영에 얼마나 많이 떨어뜨리느냐로 승패가 엇갈린다.
이 배구는 1895년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활동중인 단체인 YMCA의 체육부장으로 일하던 윌리엄 모건에 의해 고안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보다 덜 과격하고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구기 종목을 고심했고 테니스에서 힌트를 얻어 배구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1915년에서 1916년 사이 한국 YMCA에서 학생들에게 처음 보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구는 신체적 접촉이 없어 부상 위험이 덜하고 각자의 역할이 잘 분업화 된 단체 스포츠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에 배구는 단체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도록 돕는 YMCA의 활동에도 부합하는 스포츠 종목이었다.
이후 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 스포츠로 발전했고 1918년 지금의 6인제 배구 형태로 현대적인 스포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배구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급속히 전 세계로 전파됐고 1947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배구연맹이 창설되고 규격화된 경기 규칙이 제정됐다.
배구는 여타 스포츠에 비해 그 시작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미 친숙한 스포츠인 테니스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고 복잡하지 않은 경기 규칙 등으로 빠르게 중요 구기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발전 단계를 거친 배구는 1964년 도쿄하계올림픽에서 남. 녀 배구가 모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하계올림픽의 주요 구기종목으로 그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또한, 배구는 초기 시작은 미국에서 이후 유럽에서 대중화의 길을 걸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나라에서 국가대표팀을 만들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세계화 된 스포츠의 면모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배구는 하계올림픽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여자 배구가 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 경쟁력을 가진 종목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남녀배구가 모두 강팀의 면모를 보였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프로리그를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자배구는 올림픽 등에서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자 배구에 비해 인기가 각종 지원, 처우면서도 아쉬움이 있었지만, 최근 다변화한 미디어 환경속에서 김연경을 대표로 하는 여자배구 선수들의 국제경기 활약상과 걸크러쉬 적인 매력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남자배구를 능가하는 건 물론이고 여타 프로스포츠 못지 않은 인기 스포츠로 성장했다.
지난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여자배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강 진출에 성공하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여자배구의 인기를 더 높이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런 인기는 선수들의 연봉이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실제, 여자 프로배구 선수들의 연봉수준은 인기 프로스포츠 못지 않은 수준이다. FA 자격을 얻게 되면 그 연봉 수준은 크게 상승한다. 40대 나이의 선수도 기량이 뛰어나면 좋은 조건에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여자배구의 환경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최근 여자배구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여자배구의 인기를 이끌었던 국제경기에서 여자배구는 크게 고전하고 있다. 그 정도가 부진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국제경기에서 여자배구는 거의 모든 경기를 패했다. 강팀은 물론이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팀에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중국, 일본 그리고 태국에도 경기력이 밀리고 있다. 현대 여자배구의 세계랭킹은 30워권이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하다.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권에서도 메달권 진입이 어려워 보인다. 불과 얼마 전 2021년에 열린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던 팀이었음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몰락이라 할 수 있다.
그 원인은 김연경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기량의 베테랑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와 그들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 육성 실패가 결정적이다. 특히, 김연경은 대체 불가의 선수였고 대표팀에서 그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막상, 그가 대표팀에서 은퇴하자 그 공백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김연경은 공격과 수비, 블로킹까지 다재 다능한 선수였다. 대표팀에서 김연경은 선수 3명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해외 리그 경험을 쌓았던 이력은 국제대회에서 큰 경쟁력이었고 뛰어난 리더십은 경기장에 코치 한 명이 더 뛰는 효과가 있었다.
그의 공백을 당장 메운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선수 한 명의 공백이 팀 전력 수준을 크게 좌우한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여자배구는 김연경 효과에 기대어 그 실력이 가려졌다 할 수 있다.
여자배구는 이 김연경을 앞세워 이미 아시아권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남자배구와 달리 국제경기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이며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대중들은 남자배구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플레이를 하는 여자배구의 매력을 알게 됐고 큰 인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여자배구는 아시아에서도 상위권을 장담할 수 없다.
세대교체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지만, 여자배구 선수층이 그렇게 두껍지 못한 상황에서 뛰어난 기량의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어 성장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연전연패 중인 여자배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계속되는 부진에도 팬들의 마음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자배구는 상대적인 무관심과 그에 따른 지원 부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인기스포츠의 자리에 올라섰다. 분명, 여타 프로스포츠와 다른 스토리가 있는 여자배구다.
하지만 과거가 현재의 영광을 언제까지 지속해줄 수 없다. 아직은 김연경이 대표팀을 은퇴했지만, 국내 리그에서 현역 선수로 활약 중이고 그 후광 효과가 상당 부분 여자프로배구의 인기를 지탱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김연경의 그림자를 벗어나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하는 여자배구다.
발리라는 말이 들어가는 또 다른 종목은 축구다. 축구의 기술 중 발리킥이 있는데 이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의 공을 발로 차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땅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어 슛의 강도가 매우 강하고 무엇보다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뛰어난 골 감각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 축구사에 남을 뛰어난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이동국이 현역 선수 시절 멋진 발리킥으로 많은 득점을 했다.
이동국 외에도 발리킥을 하는 선수들은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스트라이커들이 주로 구사하는 기술이다. 이를 응용해 몸을 뒤로 눕혀 공중에 있는 공을 슛과 연결하는 기술로 바이시클 킥, 오버헤드 킥이 있다. 이 또한,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만드는 멋진 기술로 스포츠 진기명기 시간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렇게 발리라는 말이 사용되는 스포츠 종목들을 살펴봤다. 발리라는 말이 어원과 각 스포츠 종목, 그리고 기술이 묘하게 잘 어울림을 알 수 있다. 이는 스포츠가 사람들의 일상속에서 파생되고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포츠의 발전에는 당시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음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포츠의 역사를 살피는 건 그 시대를 살피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다.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의 이런 면들을 살핀다면 스포츠에 대한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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