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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대표팀의 여정이 아쉬움 속에 마무리 됐다.

이미 조 예선 2패로 사실상 예선 탈락이 확정된 대표팀은 예선 마지막 독일전에서 1 : 1 무승부로 대회 유일한 승점을 얻었다.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은 1무 2패의 전적을 남겼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월드컵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10년 이상 함께한 베테랑들이 함께하는 월드컵으로 그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긴 세월 함께한 선수들인 만큼 팀 조직력도 극대화되어 있었고 국제대회와 평가전을 치르는 등 체계적 준비도 이루어졌다. 다수 선수들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면서 국제경기 경험도 축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 예선 1차전부터 대표팀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위해 꼭 승리해야했던 콜롬비아전에서 초반 허용한 2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0 : 2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초반 득점 기회를 제외하면 공격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렸고, 상대 돌파를 쉽게 허용했다. 수비에서 아쉬운 실책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꼭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첫 경기의 생소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무기력했다는 말이 딱 맞는 경기였다.

대표팀은 이런 침체 분위기를 다음 경기에서 반전시키지 못했다. 2차전 모로코전은 모로코가 같은 조에서 가장 약한 팀으로 평가받은 만큼 승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컸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은 승리와 함께 승점 3점이 절실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예상보다 강했다. 모로코는 첫 경기 독일전에서 0 : 6으로 완패한 팀이 아니었다. 수비는 단단했고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표팀은 전반 초반 1실점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0 : 1으로 패했다. 충격적 결과였다.

무엇보다 1, 2차전 모두 가지고 있는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여기에 단 1득점도 못한 공격력이 중요한 패인이 됐다. 공격진에 다수 해외파 선수가 있고 다양한 공격 옵션이 있음에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그 사이 대표팀이 속한 조에는 이변이 있었다. 세계 랭킹 2위, 같은 조 최강 독일이 콜롬비아에 패하면서 예상을 빗나가는 흐름이 발생했다. 대표팀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는 독일이 2승을 하고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것이었지만, 1승 1패의 독일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했던 대표팀을 더 힘들게 하는 일이었다.

대표팀은 조 예선 탈락이라는 상실감에 떨어지는 동기부여라는 또 다른 적과도 싸워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표팀과 독일과의 경기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대표팀은 이전 경기와 달리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빠른 공. 수전환, 의욕넘치는 플레이로 맞섰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 첫 선발 출전한 혼혈 선수 케이시 유진 페어는 16살의 나이라 볼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최전방에서 팀 공격을 주도했다. 강한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수와 경합을 해주고 빠른 돌파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기도 했다. 그의 최전방 공격수 투입은 성공적이었고 이는 대표팀 공격을 보다 활력있게 만들었다.

그와 함께 미드필더에서 경기 조율에 주력하던 대표팀 에이스 지소연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선수들 모두가 이전 경기에서 보여준 무기력증을 벗어나려는 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대표팀의 달라진 모습에 독일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이미 2패를 하고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할 수 있는 한국을 손쉬운 상대로 봤지만, 한국은 무기력했던 그 팀이 아니었다.

경기는 대표팀이 전반 초반 선취 득점을 하면서 더 가열됐다. 패하면 조 예선 탈락 가능성이 커지는 독일은 강하게 대표팀을 몰아붙였다. 이에 맞서 대표팀은 라인을 내려 수비에 치중하기 보다 미드필더 부터 맞섰다. 대회 내내 불안했던 수비진도 침착했고 안정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은 초조해졌다. 매우 공세적으로 나선 독일은 전반이 끝날 무렵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동점골이 독일의 16강 진출을 확정해준건 아니었다. 동시에 경기를 하고 있는 콜롬비아, 모로코전에서 예상을 깨고 모로코가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갔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독일은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역대 여자 월드컵에서 조 예선 탈락 이력이 없었던 독일이었다. 그들의 조 예선 탈락은 큰 이변이 될 수 있었다.

독일은 다급했다. 독일은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격 비중을 높여갔다. 신체조건의 우위를 활용한 좌우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이 위협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일이 볼 점유률을 높이며  대표팀을 압박했다. 이에 대표팀은 장신 공격수 박은선을 수비수로 투입하며 상대 장신 공격수에 대응했고 기동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교체하며 맞섰다.

모로코가 리드를 유지하며 승리 가능성을 높여갈수록 독일 선수들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그럴수록 그들의 플레이는 더 거칠어졌다. 이런 상황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고 역습을 시도하며 골을 노리는 경기를 했다. 상대 거친 플레이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주심의 아쉬운 판정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더 자극했다. 승점을 위한 대표팀 선수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부상자 발생이 이어지면서 추가 시간이 무려 15분 넘게 주어진 처절한 후반전 승부는 결국 추가 득점없이 마무리 됐다. 경기 종료 후 독일 선수단과 응원단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마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 패하며 예선 탈락했던 독일 남자 대표팀의 데자뷰같은 장면이 2023 여자 월드컵에서 재현됐다.

이렇게 여자 월드컵 대표팀의 여정은 대회 최고 이변을 만들어 내며 마무리 됐다. 대표팀은 예선 마지막 경기 선전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최강팀과의 대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왜 이전 두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 점에서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큰 성과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목표였던 16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대신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대표팀으로서는 이번 대회 준비 과정부터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애초 약하다고 평가했던 콜롬비아, 모로코는 예상보다 강했다. 전력 분석 시스템을 다시 살펴야 한다. 선수 기용에서도 베테랑들을 중용했지만, 독일전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큰 역할을 했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불가피해진 세대 교체의 원활한 진행이다. 황금세대로 불렸던 30대 선수들이 다음 월드컵에 함께 하는건 무리가 있다. 이번 대회 출전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판을 짜야한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 축구의 저변은 넓지 않고 선수층도 두껍지 않다. 대표팀 경기력 유지를 위한 장기적 관리 가 필요하다. 혼혈 선수나 귀화 선수의 적극 수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아직도 제대로 활성화 되지 못한 여자 프로축구리그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이는 여자 스포츠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자 축구 황금세대의 마지막 도전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마무리 됐다. 실패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척박한 여자축구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고 지금의 여자축구 환경을 만들었고 여자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활을 했다. 그 마무리가 아쉽다고 해서 그들이 걸어온 과정의 의미를 폄하할 수. 없다.

이제 그들의 성과와 부족함을 보완해 다음 월드컵에서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한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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