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남자 월드컵과 2023 호주. 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끝나고 국가대표 축구팀에게는 굵직한 대회들이 이어진다. 남자 A 대표팀은 1960년 이후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고 U23 남자 축구 대표팀은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대회는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중요하지만, 연령별 대표팀의 굴레를 넘어 성인 대표팀에서도 주축 선수로 올라선 이강인에게도 중요하다. 이강인은 어린 나이에 축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빠르게 축구 유학길에 올라 스페인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속에서 이강인은 큰 기량발전을 이뤘고 스페인 프로 축구리그에 데뷔했다. 출전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이적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탓에 기량이 정체되는 시기도 있었지만,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A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올라섰다.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자신감을 더한 이강인은 스페인 리그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올라섰고 프랑스의 명문팀 파리 생제르맹 입단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의 이적료와 연봉도 대폭 상승했고 선수로서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았다. 파리 생제르맹은 중동 자본이 팀을 인수한 이후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며 우수한 선수를 대거 영입했고 프랑스 리그에서는 독보적 1위 팀으로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팀이 됐다. 이런 팀에 이강인이 합류한다는 사실은 축구 팬들에게는 매우 관심 가는 소식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에는 축구 팬들이 잘 아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이지 현존하는 축구 황제로 불리는 메시, 프랑스의 에이스 음바페, 브라질 에이스 네이마르가 소속되어 있어 그들과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강인이 영입된 시점에 메시는 미국 리그로 네이마르는 사우디 리그로 떠나면서 이강인과 이들과의 플레이는 볼 수 없게 됐다. 다만, 구단과 갈등을 빚던 에이스 음바페가 리그 개막을 앞두고 합류하면서 이강인과의 조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이강인에게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과 함께 국가대표로서 큰 과제들이 연이어 주어졌다. 우선,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2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주축이 돼야 한다. 이어서는 손흥민과의 함께 할 수 이는 마지막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의 오랜 숙원인 우승의 꿈을 이루는데도 그가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미션들을 모두 수행하기 위한 여정이 만만치 않다. 그의 대표팀 차출을 둘러싼 A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간 입장 조율이 원만하지 않다.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선발되긴 했지만, 아직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이강인이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이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9월 A 매치 기간 이강인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소속시켜 함께 훈련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다. FIFA가 인정한 A 매치 기간에는 각 클럽들이 선수 차출을 막을 수 없다. A 대표팀이 아니라 해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데도 제한이 없다.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과 계약을 하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을 보장하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중심 선수가 돼야 하는 만큼 그와의 훈련 시간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가뜩이나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대표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와 황선홍 감독의 리더십 문제 등 악재가 겹쳐 있다. 성적에 대한 압박도 매우 크다.
하지만 A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그는 이강인의 A 대표팀에 차출돼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그에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A 대표팀을 우선시하는 건 대부분 나라에서 보편적인 정서다. 이강인이 함께 하는 건 호재라 할 수 있지만, 단체 스포츠인 축구에서 준비 없는 경기는 경기력 발휘를 어렵게 한다.
또한,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가치는 매우 크다. 특히, 두 대회는 선수들에게도 소중한 기회의 장이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 게임 금메달은 병역 혜택이 뒤따라온다. 이제 그 기량이 만개하고 있는 이강인에게 아시안게임 출전은 병역 혜택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다.
그 중요성으로 이강인은 대표팀 차출 의무가 없는 아시안 게임 출전을 계약의 중요 조건으로 넣었다. 병역 혜택이 금메달 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비판받을 수도 있지만, 유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야 하는 선수에게 병역의무 이행의 부담을 더는 건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도 2018 아시안 게임 대표 선수로 나서 금메달을 이끌었고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었다면 손흥민이 현 소속팀인 토트넘에서 득점 왕에 오르고 올 시즌 팀 주장으로 레전드의 길을 걷기 어려웠다. 아시안게임 당시 많은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금메달을 간절히 원했다.
이강인에 대해서도 축구팬들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축구 팬들에게 이강인, 그리고 아시안게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국민적 정서에 둔감한 모습이다. 승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A 대표팀 평가전에 꼭 이강인을 기용하겠다는 건 다소 아쉬움이 있다.
이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 후 계속된 평가전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아쉬운 경기력에 국내 상주 약속을 저버리는 듯한 모습으로 그에 대한 축구 팬들의 비난이 커지는 상황에서 승리가 절실한 클린스만 감독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현재 남자 축구 A 대표팀의 외국인 코치진 대부분은 유럽 등지에서 별도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일종의 투잡으로 대표팀 일을 하고 있다. 이전 감독이었던 벤투 감독이 코치진과 함께 축구 트레이닝 센터가 있는 파주에 인접한 곳에 집을 얻고 상주했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영상 통화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이 있고 훈련이 없는 시점에 국내 체류에 대한 효율성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K 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다 많은 선수들을 살피고 가능성 있는 선수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점은 비판받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이 집이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살핀다는 명목으로 해외에 머무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표팀 감독 계약 시 국내 상주 조건이 명시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의 커리어에서는 큰 금액이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고 북중미 월드컵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감독직에 대한 성실성과 진정성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결과까지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평가전 승리가 필요하다. 9월 A 대표팀은 모처럼 해외 원정 평가전을 가진다. 웨일스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에서 경기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팀의 주축 선수가 된 이강인이 이 경기에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강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강인은 향후 경기 스케줄이 한층 더 험난해졌다. 영국에서 열리는 A 매치에 나선 후 다시 팀으로 복귀,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과 합을 맞출 시간도 매우 한정적이다. 차출 일정을 소속팀과 어떤 식으로 합의가 됐는지에 따라 예선전이 아닌 토너먼트에 가서 합류가 가능할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팀 전술을 운영하는 게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지만, 그렇게 팀을 만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강인 역시 엄청난 이동 거리가 부담이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이후 아시안컵에도 나서야 한다. 아시안컵은 대표팀 차출이 의무사항이다. 이강인은 월드컵에 이어 소속팀 일정 급박하게 전개된 이적 후 새 소속팀 합류와 프리시즌 참가, 다시 대표팀 A 매치,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소속팀 경기, 아시안컵이라는 숨 가쁜 일정이 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에 되어서야 온전히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고 국가대표에서 주전으로 나섰다. 이미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부상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마침 이강인의 부상 소속이 들렸다. 이강인은 프리 시즌 기간 중에도 햄스트링 이상으로 준비에 차질이 있었다.
이강인은 그동안 자신의 약점인 체력과 몸싸움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근육량을 늘리는 등 벌크업을 했고 허벅지 근육을 크게 발달시켰다. 이는 파워를 늘리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몸을 만들었지만, 근육에는 무리가 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는 근육 부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최근 현실이 됐다. 이강인은 상당 기간 재활이 불가피하다.
이는 그동안 이강인의 스케줄에 대한 고민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단 9월에 있을 A 대표팀 경기 일정 소화가 불투명해졌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도 어려워 보인다. 부상 회복이 더뎌진다면 아시안게임 출전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다. 당장은 아직 확실한 주전이라 할 수 없는 소속팀에서 입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이강인은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출전으로 상당 기간 소속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환경이다. 파리 생제르맹은 최근 팀을 재편하는 과정이고 젊은 팀으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금력으로 외부 선수 영입이 가능한 팀이다. 이강인이 팀 변화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언제든 그를 대신할 선수를 수급할 수 있다. 부상 등ㅇ변수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강인이 부상일 당했고 국제경기 출전 예정이다. 이강인으로서는 소속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에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야 하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강인은 우리 한국 축구의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매우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뛰어난 개인기와 드리블 능력으로 탈압박 능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뛰어난 패스 능력이 있다. 수비 가담 능력도 향상됐고 중앙 미드필더와 윙 플레이가 가능한 다재다능함도 있다.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고 더 큰 성장 가능성도 있다. 향후 10년은 대표팀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선수이고 손흥민 다음 대표팀 에이스 후보이기도 하다.
성공을 위해 어려서 부터 쉼없이 달려온 이강인이다. 올 시즌은 그런 이강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큰 고난의 시간이기도 하다. 해야 할 것은 많지만, 여러 제약들이 있다. 혹사 논란 속에 건강에 대한 이슈까지 불거졌다. 자칫 이루고 싶은 걸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보다 체계적인 몸 관리와 함께 지혜로운 스케줄 조절이 필요하다. 이는 이강인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 : K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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