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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후반기 키움 히어로즈에 엄청난 악재가 발생했다. 후반기 첫 3연전에서 간판타자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이정후는 수비 도중 발목이상을 호소했고 그대로 교체됐다.

애초 발목이 접질린 정도의 부상으로 보였지만, 부상은 심각했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전했다. 수술 후 재활 기간만 3개월, 반전이 없다면 올 시즌 정규 시즌에서 그리고 키움의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해도 이정후의 플레이를 보기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정후가 야수진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게 큰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 

이정후의 존재감은 그의 뛰어난 기량으로만 평가될 수 없다. 이정후는 키움의 중심 선수이자 리더로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였고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컸다. 또한, 리그 전체를 봐서도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아버지 이종범에 이어 프로야구 최고 선수로 반열에 오른 남다른 스토리를 가진 선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정후는 프로야구 흥행을 이끄는 선수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2023 시즌은 이정후에게 중요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 자격을 얻는다. 올 시즌 더 좋은 조건의 포스팅 결과를 얻기 위한 마지막 쇼케이스 무대였다. 이정후는 시즌 초반 타격 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타격감이 떨어지는 등 크게 고전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재능은 부진도 빠르게 극복하게 했다. 원래 타격폼으로 돌아온 이정후는 지난 시즌 야구 팬들이 알던 이정후로 돌아왔다. 7월에는 더 폭발적인 타격으로 남은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이정후가 제 페이스를 찾으면서 키움도 하위권을 넘어 순위 경쟁에 나설 힘을 더할 수 있었다.

키움은 외국인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변화시켰고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첫 3연전에서 2승 1패 위닝 시리즈에 성공하며 긴 연패를 끊기도 했다.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던 시점에 이정후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올 시즌은 키움에게 전성기의 이정후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키움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FA 시장에 나서 필요한 선수를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정후의 시즌 아웃은 키움의 올 시즌 팀 운영 전략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안 그래도 키움은 시즌 초반부터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민을 거듭했다. 오랜 세월 팀과 함께 하며 프랜차이즈 선수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던 외국인 투수 요키시가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교체됐고 공. 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러셀도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교체됐다.

국내 선수 중에는 불펜진 보강을 위해 FA로 영입한 베테랑 투수 원종현이 거듭된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외야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베테랑 이용규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 경기 출전수가 제한됐다. 이 밖에에도 키움은 거듭된 부상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즌을 이어왔다. 키움은 돔 구장을 홈구장을 사용하는 탓에 우천순연 경기수도 가장 적다. 시즌 막바지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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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상승 반전해야 할 키움이었지만, 이정후의 부상으로 이런 계획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 올 시즌 키움은 공격력에서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이정후 없는 키움 타선은 그 무게감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새로운 외국인 타자 도슨이 빠르게 리그에 적응하면서 외야 한자리와 중심 타자 자리를 담당하면서 이정후의 공백을 조금을 덜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타 팀의 분석이 끝난 이후에도 활약이 이어질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결국, 김혜성과 최근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이원석, 이형종, 이용규 등 베테랑들이 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흔들리는 마운드가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하는 키움이다. 키움은 최근 경기에서 대량 실점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7월 25일 한화전에서는 한 이닝 13실점이라는 최악의 경기를 하며 대패하기도 했다. 후반기 첫 3연전 롯데전에서 마운드가 나름 역할을 했지만, 이는 롯데 타선의 집중력 부족이라는 도움이 있었다. 

키움으로서는 지난 시즌과 달리 기복이 커진 마운드, 이정후가 빠지면서 더 헐거워진 타선, 여전히 진행형인 부상까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어려운 후반기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정후 역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야구 국가대표팀도 빠르게 이정후의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 대표팀 선수 명단에서 외야수로 등록된 선수는 이정후를 포함해 3명이었다. 내야수로 등록된 강백호가 외야 수비가 가능하고 내야수 김혜성 역시 외야 수비가 가능하지만, 이정후 자리에 새로운 외야수로 필요하다.

후보군 중 후반기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는 젊은 외야수 듀오 윤동희, 김민석 중 한 명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고 부족한 우타자 보강을 위해 윤동희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롯데는 주력 선발 투수 박세웅, 나균안이 대표팀에 선발됐고 주전 외야수 윤동희까지 선발된다면 3명의 공백이 발생하지만, 이들이 모두 병역 의무 이행이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발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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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체 선발이지 이정후의 자리를 완전히 메울 수준은 될 수 없다. 이정후는 기량뿐만 아니라 20대 나이지만, 풍부한 국제경기 경험이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력인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서 이정후는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치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였다.

그가 함께 할 수 없는 대표팀으로서는 새로운 주장 후보를 정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우승을 다툴 대만과 일본이 정예 프로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는 탓에 한국의 우승이 유력하지만, 지난 아시안게임의 경기를 되돌아보면 그 과정이 결코 수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칫 낯선 투수에 타선이 막히면 큰 고전을 할 수 있다. 이정후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게 할 수 있는 선수였지만, 이제는 그가 없는 대표팀 운영이 현실이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는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루어진다면 이정후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WBC 출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소속 구단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야구는 축구와 같이 A매치 의무 차출 규정도 없다. 이정후는 마음 놓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그대로 사라진 건 대표팀에도 큰 손실이다. 

안타까운 부상이다. 그동안 이정후는 프로 데뷔 후 큰 부상 없이 정규 시즌을 소화했고 포스트시즌과 국가대표로서도 꾸준한 활약을 했다. 매 시즌 진화하며 리그 최고 선수로 발전했다. 국제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보였고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같은 팀 동료였던 김하성의 성공적인 올 시즌은 이정후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더 크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마침 이정후도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를 보였고 소속 구단인 키움도 이를 지원했다. 현실적으로 FA가 된 이정후를 잔류시키기 어려운 키움으로서는 이정후의 가치를 극대화해 수익을 얻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키움은 주력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이정후 역시 그 가능성이 컸다.

이정후는 한살이라도 어릴 때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는 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었고 올 시즌 후 포스팅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많은 이들의 계획을 흐트러지게 하고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려 했지만, 십자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좌타 거포 나성범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이정후의 부상이다. 

하지만 아쉽고 안타까울 시간이 없다. 아직 시즌을 포기할 수 없는 키움이고 이정후 없는 남은 시즌을 치러야 했다. 키움으로서는 이정후와의 예정된 이별을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다. 야구 국가대표팀 역시 특정 선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운영에서 벗어나 새롭게 이기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후 역시 조급하지 말고 완전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정후에게는 부상에 대한 리스크로 가치 평가에 불리함이 있을 수 있지만, 건강한 이정후만 확인되면 누적된 데이터는 그를 메이저리그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갑작스러운 이별이지만, 이제는 걱정과 아쉬움보다는 이정후 없는 야구를 어떻게 잘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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