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경기였다. 그 경기를 통해 롯데는 작은 희망을 찾았다. 롯데는 8월 2일 NC와의 홈경기에서 6 : 3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롯데는 7월부터 이어진 4연패를 끊었다.
롯데는 연패 탈출이라는 결과 외에 경기 내용에서 의미가 컸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한명인 NC 에이스 페디의 벽을 넘었기 때문이다. 페디는 롯데전에서 승리를 했다면 역대 최단 기간 15승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손에 쥔 결과는 시즌 3패였다.
롯데에게는 분명 어려운 경기였다. 선발 투수 매치업이나 최근 경기력 등에서 롯데는 NC에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롯데는 부상 선수 발생으로 타선의 힘도 떨어져 있었다.
경기 초반 흐름도 롯데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롯데는 초반 페디 공략에 성공하며 앞서갔지만, 3회와 4회 연달아 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전날 선취득점 후 동점 허용, 이후 무기력한 공격력에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연장전에서 패배한 흐름이 반복되는 듯 보였다.
롯데 선발 투수 반즈는 매 이닝 NC 타선과 힘겨운 승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후반기 롯데 선발 투수중 가장 나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투수답게 무너지지않고 이닝을 늘려갔다. 그가 버티면서 롯데 타선이 힘을 냈다. 그 주역은 포수 정보근이었다.
정보근 4회말 NC 에이스 페디로 부터 역전 2점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 흐름을 일순간 반전시켰다. 정보근은 유강남의 부상으로 최근 2군에에 콜업됐다. 정보근은 그동안 수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타격에서 아쉬움으로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도 1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롯데 최고 포수 유망주 손성빈이 상무에서 제대해 팀에 돌아오자 2군으로 향해야 했다.
어렵게 돌아온 1군 경기에서 정보근은 말 그대로 큰 사건을 만들었다. 정보근은 페디의 몸쪽으로 밀려들어온 실투를 걷어올려 좌측담장을 넘겼다. 시즌 중 홈런을 거의 볼 수 없는 정보근이 리그 최고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장면은 누구도 예상못한 일이었다. 페디 역시 홈런을 허용 후 망연자실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충격탓인지 페디는 이후 추가 실점했고 롯데 5 : 3으로 앞서나갔다.
이후는 롯데 투수들의 시간이었다. 후반기 들어 불안한 투구를 지속했던 롯데 투수들은 이날 달랐다. 선발 투수 반즈는 계속된 위기를 극복하며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고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후 롯데는 구승민, 최준용, 마무리 김원중이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롯데로서는 모처럼 선발 투수와 불펜진이 조화를 이루는 경기를 했다. 롯데가 시즌 전 구상했던 필승불펜진이 제대로 가동된 경기였다.
투수들의 분전에 타선도 경기 후반 추가 득점으로 힘을 실었다. 한 마디로 투.타가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경기였다. 롯데는 그 경기를 연패를 벗어나는 경기, 리그 최고 에이스를 상대로 구현했다. 승리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롯데는 한 경기 승리지만, 선수들의 강한 승리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플레이에 집중력을 더했고 선발 투수 반즈는 투구수 100개를 넘은 시점에도 6이닝을 책임졌다. 전날 타구에 맞는 부상으로 다음 경기 등판이 불투명 했던 구승민이 1이닝을 책임졌고 전날 2이닝 30개 가까운 투구를 한 마무리 김원중도 부담이 큰 등판에도 압도적 투구로 든든함을 보였다.
특히, 김원중은 세이브를 기록하며 롯데 투수 중 가장 많은 통산 세이브 기록을 넘어서며 승리의 의미를 더했다.
야수진에서는 1할대 빈타로 우려가 컸던 외국인 타자 구드럼이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정보근이라는 새로운 해결사 등장은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부진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져가던 롯데에게는 큰 전환점이 될만한 경기였다.
다만, 이 분위기가 지속성을 가질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선발 투수진은 외국인 투수 2인 외에 여전히 불안하고 불펜진도 기복을 보이고 있다. 타선도 잘 할때와 못할때 차이가 크다. 도깨비 같은 경기력의 연속이다. 6월부터 롯데는 잘 하는 경기수가 크게 줄었고 호평을 받았던 몇번의 경기로 가능성을 발견하고 위안을 삼았지만, 그 사이 승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이제 롯데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능성만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다 한번 반전이 아닌 더 많은 승리가 필요하다. 리그 최고 에이스를 무너뜨린 8월 2일 경기가 롯데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도깨비가 부른 한번의 요술일지 앞으로 그들의 경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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