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수 소집 전날까지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신중에 신중을 더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여정이 마침내 시작된다. 10월 1일 조 예선 1차전 홍콩전을 시작으로 대표팀은 3차례 경기를 치르고 조 예선 결과를 안고 올라가는 슈퍼 라운드를 거쳐 2위 안에 들어가면 결승전에 오른다.
대표팀이 결승전에 오른다면 금메달까지 총 6경기를 7일 동안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24명으로 제한된 선수 엔트리를 잘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팀은 몇 차례 부상 선수 교체 등을 거쳐 11명의 투수와 7명의 내야수, 4명의 외야수, 2명의 포수로 멤버를 구성했다. 최초 엔트리 발표 시 12명의 투수에서 엔트리가 한 명 줄었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외야진 숫자를 늘리며 나름 균형을 맞춘 모습이다.
초 단기전인 이번 대회는 역시 마운드의 안정이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대표팀의 마운드는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좌완 선발 투수 자원이 없다. 최초 엔트리 발표 시 이름을 올렸던 NC 구창모와 KIA 이의리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 명단에서 최종 탈락했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좌완 선발 투수의 부재는 선발 마운드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대신, 리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는 좌완 불펜 KIA 최지민과 NC 김영규 두 좌완 불펜 투수를 엔트리에 포함했다. 최지민은 빠른 속구가 장점이고 김영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하다. 멀티 이닝 소화 능력도 있다.
우여곡절 거친 대표팀 최종 엔트리 결정
이에 대표팀 선발 마운드는 우완 투수들이 책임지게 됐다. 그리고 선발 마운드는 올림픽과 WBC 대표로도 나섰던 롯데 박세웅과 삼성 원태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투수는 모두 소속팀의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수년간 선발 투수로서 꾸준한 활약을 했다. 경험도 풍부하다. 이들과 함께 선발 투수로 나설 후보군은 올 시즌 두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는 곽빈이 있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는 한화 문동주와 유일한 아마야구 선수인 장현석이 선발 투수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예선 2차전 대만전에 선발 등판하는 투수가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고 결승전에 오른다면 선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역할을 할 가능 유력한 후보는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대표팀 선발 투수 후보군 중 최근 리그 경기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고 올 시즌 부상 이슈도 없었다. 마운드 부진으로 고전했던 올해 WBC 대표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호투를 했던 투수이기도 했다.
박세웅의 다음은 원태인과 곽빈의 조합을 고려할 수 있다. 원태인 역시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제구의 안정감이 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팀의 배려로 컨디션 조절도 했다. 곽빈은 부상이 있었지만, 대표팀 합류한 등판에서 호투하면서 불안감을 잠재웠다. 두 투수는 1+1으로 묶여 한 경기를 책임질 수도 있고 선발 투수가 조기에 교체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팀에서 선발 투수지만 다양한 구종과 제구 능력이 있는 롯데 나균안은 멀티 이닝을 소화할 불펜 투수로 다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불펜진은 LG의 불펜 원투 펀치라 할 수 있는 고우석과 정우영, KT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이면서 리그 홀드 부문 타이틀을 사실상 예약한 영건 박영현이 주축을 이룰 예정이다. 다만, 올 시즌 리그에서 부진한 고우석과 정우영의 컨디션과 올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과부하가 우려되는 박영현의 상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대표팀의 경기 후반 불펜진 운영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우완 선발 투수들의 활약 절실
야수진은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한 NC 김형준, 키움 김동헌 포수진이 얼마나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일지가 중요한 변수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 선발에 있어 나이 제한을 규정했다. 이에 그 어느 포지션보다 경험이 중요한 포수 자원이 크게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두 선수를 선발했지만, 김형준은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최근에서도 1군 경기에 출전했다. 김동헌은 키움에서 백업 포수로 일정 출전 시간을 보장받았지만, 아직 경험에서 부족함이 있다. 두 선수를 잘 케어할 수 있는 코치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야진은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선임된 키움의 새로운 중심 선수 김혜성이 붙박이 2루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대표팀은 SSG 주전 내야수 박성한과 NC의 주전 내야수 김주원이 유격수 자리를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한은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고 김주원은 올 시즌 상승세다. 유격수와 2루수 모두가 가능한 삼성 김지찬은 대수비, 대주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최근 부상 회복이 변수다.
3루와 1루를 책임질 LG 문보경과 한화 노시환은 대표팀 타선에서도 중요할 역할을 해야 한다. 올 시즌 홈런왕이 유력한 노시환은 대표팀에서도 4번 타자로 중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표팀 선수 구성에서 홈런포를 기대할 수 있는 파괴력 있는 타자는 노시환이 유일하기도 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강백호가 있지만, 강백호는 올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제 페이스가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전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만큼 노시환의 부담이 크다.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한 노시환이 이런 부담과 상대 견제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야진은 SSG의 주전 중견수 최지훈을 중심으로 좌타자인 KIA 최원준, 삼성 김성윤, 우타자인 롯데 윤동희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에 따라 강백호가 외야 수비에 나설 수도 있다. 모두 빠른 발이 있고 기동력 야구가 가능한 타자들이다. 수비도 비교적 준수하다. 하지만,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없다는 점과 부족한 경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부상으로 대표팀에 함께 할 수 없는 이정후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진다.
장타자 부족,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외야진
대표팀의 타선은 장타력 부재의 문제가 있지만, 정확성을 갖춘 타격에 기동력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다수 있다. 장타에 의한 득점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다양한 작전 야구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 얼마나 조직력을 갖추었을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대표팀은 이전에 비해 그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그동안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이번 대표팀은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격도 강하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향후 국제 대회 주축 선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결과가 필요하다.
이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대표팀의 국제 경기 부진을 끊는 일이기도 하다. 세대교체를 더 과감히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결과에 대한 중압감이 크다. 이런 중압감을 경험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도 변수다. 다행히 류중일 감독을 포함해 경험 많은 코치진이 다수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점은 긍정 요소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는 이전 아시안게임처럼 대만, 그리고 일본과의 경쟁이다. 대만과 일본은 우리와 같이 최정예 멤버로 나오지 않지만, 대만은 다수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고 일본은 전반적인 야구 수준이 우리보다 높다. 실업리그와 독립리그 선수들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한 필요한 이유다.
대표팀은 예선 2차전에서 대만과 대결하는 데 이 경기가 대표팀의 금메달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전을 무난히 승리한다면 슈퍼 라운드에서의 부담을 덜 수 있고 금메달로 향하는 여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렇지 않다면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진다. 대표팀으로서는 10월 2일 열리는 대만전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전과 크게 다른 구성으로 나선 대표팀이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구성에 있어 항상 있었던 비판을 수용해 연령을 제한하고 와일드카드도 최소화했다. 리그 중단도 없다. 아마야구 선수를 포함하기도 했다. 비난을 감수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을 교체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남은 건 원하는 결과를 얻는 일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향후 야구 국가대표팀 구성과 운영에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결과는 얻는다면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류중일 감독이 그대로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그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다면 야구 대표팀은 또 다른 변화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사진 : 아시안게임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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