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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10월 7일 대한민국 구기 종목에서 잇따른 금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인기 구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여자 단식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 비 인기 종목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소프트 테니스 여자 단식 문혜경의 금메달이 있었다. 

이 중 오전에 금메달을 결정전을 승리한 소프트 테니스 문혜경과 달리 나머지 3종목은 모두 저녁 시간에 함께 경기가 치러져 스포츠 팬들은 경기들을 멀티로 시청해야 했다. 그리고 수고스러움에 각 종목을 결과로 보답했다.

먼저 금메달을 확정한 종목은 야구였다. 야구 대표팀은 조 예선에서 0 : 4의 완패를 대표팀에 안겼던 대만과의 결승전 리턴 매치에서 초반 2득점을 무실점으로 지켜내며 2 : 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 구성에서부터 우려가 많았던 야구 대표팀은 조 예선 첫 경기 패배를 딛고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금메달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팀은 조 예선 2차전부터 가동했던 야수진의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왔고 선발 투수로 조 예선 대만전에 등판했던 문동주를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애초 이번 부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 등판이 없었던 곽빈의 깜짝 등판이나 변칙 선발 기용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대표팀은 로테이션 순서대로 문동주를 그대로 마운드에 올렸다. 이에 맞선 대만은 조 예선에서 대표팀 타선을 꽁꽁 묶었던 좌완 투수 린위민을 맞대응했다.

 

 

 




야구, 다시 만난 대만과의 결승전 그리고 비 내리는 경기장의 변수


이런 두 팀의 경기에서 전날부터 내리는 비는 중요한 변수였다. 많은 비가 내린다면 경기 일정이 다음 날로 연기되고 비가 계속되면 경기 자체가 취소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예선전에서 대표팀에 승리한 대만의 금메달이 결승전 없이 확정될 수 있었다. 경기를 한다 해도 5회까지 단축 경기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대표팀으로서는 설욕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허무하게 결승전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빗방물이 흩날리는 상황에서 경기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는 양 팀 선발 투수들에게 또 다른 적이었다. 긴장이 깊이가 비교할 수 없게 큰 결승전에서 계속되는 비는 투수의 어깨를 식게 하고 제구를 흔들리게 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발 투수는 1회 수비에서 각각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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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초 대표팀은 1사 후 최지훈의 볼넷과 윤동희의 안타로 1, 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노시환의 이번 대회 타격감이라면 충분히 타점 생산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노시환은 2루수 병살타로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이어진 1회 말 수비는 위기 뒤의 찬스라는 야구의 격언이 그대로 적용됐다.

선발 투수 문동주는 조 예선에서도 자신의 공에 강점을 보였던 1번 타자 정충저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이어 1사 3루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조 예선에서 문동주는 정충저에게 2루타를 허용한 이후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한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 기억이 반복되지 않았다. 문동주는 대만 중심 타자를 범타로 삼진으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고 포효했다. 

이후 문동주는 150킬로가 넘는 강속구를 앞세워 대만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다. 자신의 공에 확신을 가진 문동주는 빠른 템포의 과감한 승부로 이닝을 정리했다. 그의 무실점 이닝은 5회를 넘어 6회까지 이어졌다. 조 예선보다 더 구위는 뛰어났고 제구도 안정적이었다. 

 

 

 



문동주의 선발 호투, 타선의 집중력으로 잡은 2 : 0 리드 


문동주의 호투는 타선의 지원과 함께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2회 초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하위 타선이 힘을 내며 소중한 2득점을 했다. 선두 문보경의 2루타와 상대 투수의 폭투로 잡은 1사 3루 기회에서 김주원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냈고 선취 득점이 이루어졌다.

대표팀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하위 타선인 김형준, 김성윤의 안타와 2루타로 2사 2, 3루 기회를 잡은 대표팀은 상대 투수의 폭투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마침 빗줄기가 굵어진 상황에서 대만 선발 투수 린위민은 제구가 크게 흔들렸고 대표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대만은 린위민에 이어 류지충까지 가장 강력한 투수 카드로 추가 실점을 막고 대표팀은 문동주에 이어 최지민, 박영현까지 20대 초반의 영건들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계속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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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9회 말이었다. 대표팀은 초반 2득점 이후 추가 득점 기회를 잇따라 놓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고 대만은 반전의 불씨를 계속 남겨두고 있었다. 9회 말 대표팀은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번 대회 페이스가 가장 좋은 불펜 투수인 박영현을 일본과의 슈퍼 라운드처럼 2이닝 마무리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을 믿었다. 

고우석은 첫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며 조 예선 2실점했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사후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갑자기 크게 좁아졌다. 이전에는 충분히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던 공이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고우석의 공은 가운데 몰릴 수밖에 없었고 대만은 연속 안타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자칫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칠 수 있는 상황에서 고우석과 김형준 배터리는 스피드의 강약 조절로 대만 타자와 상대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사 1, 2루에서 고우석은 2루수 땅볼 유도를 했고 김혜성의 재치 있는 수비가 병살타로 연결되며 대표팀은 승리의 환호를 할 수 있었다. 

 

 

 




첫 패배로 더 단단해진 조직력, 믿음의 야구로 마무리한 승리 


야구 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아쉬움, 조예선 대만전 완패 이후 생겨난 비관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차근차근 승리를 쌓아 마침내 마지막에 웃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매 경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끈끈한 팀워크를 보였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도 뛰어났다.

한층 긴장된 결승전에서도 팀은 더 단단하게 뭉쳤다. 류중일 감독은 조 예선 1차전 패배 이후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면서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고 이름값보다는 컨디션에 따른 마운드 운영을 하면서 이기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결승전 마지막 순간에는 이번 대회에서 다소 부진했던 고우석을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리는 믿음의 야구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야구 대표팀은 새로운 운영 시스템이 자리 잡을 계기를 마련했다. 전임 감독제도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거 포함한 대만의 강한 전력을 확인했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지만, 수준 높은 야구를 했던 일본야구의 저력,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 야구를 확인하며 앞으로도 국제 경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함을 느끼는 대회이기도 했다. 

야구가 금메달에 환호하는 사이 축구는 일본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축구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이강인을 선발 출전시키긴 했지만, 준결승과 다른 선발 라인업에 나섰다.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뻔한 라인업에 변화를 주면서 이강인의 비중을 더 높였다. 

하지만 축구 대표팀은 경기를 시작하자 마저 일본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수비 조직력이 채 갖추어지기 전 일본은 빠른 돌파로 대표팀의 측면을 허물었고 대표팀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일본 공격수에 전달됐다. 그 공은 대표팀의 골망을 흔드는 득점과 연결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격이었다. 

 

 

 




뜻하지 않았던 선제 실점으로 어렵게 결승전 시작한 축구 대표팀 


일본은 대표팀과 같이 5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전술이었고 두터운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초반 일본은 강하게 대표팀을 압박했고 빠른 공격으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이번 대회 한 번도 없었던 선취 득점을 허용한 상황,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대표팀은 기세가 오른 일본의 공세에 수비진이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미드필더 싸움에서도 22세 이후 선수로만 구성된 일본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에 밀렸다. 

이후 전열을 정비한 대표팀은 이강을 중심으로 한 공격의 날카로움을 다시 회복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의 공격 가담 비율을 높이는 등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주도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서서히 일본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은 애초 예상했던 안정된 수비와 역습 전략으로 맞섰다. 

공격 비중을 높이던 대표팀은 전반 27분 정우영이 문전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절묘한 헤더 슛으로 연결하며 동점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키며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준 정우영이 준 결승전 2골에 이어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순간이었다. 

이 골은 의미가 있었다. 만약,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까지 그 흐름이 이어진다면 선수들이 부담이 커지고 플레이가 경직될 우려도 있었다. 일본의 단단한 수비벽을 뚫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다행히 대표팀을 빠르게 동점에 성공하며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 : 1로 전반전을 마친 대표팀은 후반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공 점유율과 공격 주도권을 유지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승리에 필요한 골을 나오지 않았다. 이 순간 스트라이커 조영욱이 빛났다. 후반전 56분 조영욱은 전진 패스를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받아 골로 연결했다. 자칫 실점에 대한 부담으로 동점의 경기 분위기가 만들어질 시점에 나온 소중한 득점이었다.

 

 

 




주도권 회복, 정우영과 조영욱의 골로 역전한 대표팀 그리고 금메달까지 


다시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고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이강인, 정우영 등 2선 미드필더진을 송민규, 홍현석, 안재준 등으로 교체하며 남은 시간을 관리했다. 공격적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미드필더진부터 일본 공격을 압박하며 상대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동점이 필요한 일본은 공격수들을 교체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지만, 전반전과 같은 기회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점점 대표팀이 편이 됐다. 결국, 대표팀은 2 : 1, 한 골 차 리드를 지키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대표 선수 선발과정에서 불거진 난맥상과 부족한 준비 기간, 이강인의 부상과 합류 지연 등 난관이 있었지만, 대표팀은 끈끈한 팀워크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을 발전시키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빡빡한 경기 일정에 대응하기 위해 황선홍 감독의 로테이션과 상대 팀에 따른 맞춤형 선수 기용도 성공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층 두꺼워진 선수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축구 대표팀은 하나의 팀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년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22세 이후 선수들로만 구성된 준결승과 결승 상대 우즈벡과 일본의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향후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 나설 대표팀에게는 크게 긴장해야 할 부분이다. 황선홍 감독 역시 앞으로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부상도 막을 수 없었던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대관식 


이렇게 야구와 축구의 환호 뒤에 새로운 배드민턴 여제의 등장 소식도 전해졌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에 세트 스코어 2 : 1로 승리하며 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의 승리는 앞선 결승전에 올랐던 여자 복식과 남자 복식의 금메달 좌절의 아쉬움을 덜어낸 결과였다. 

이미 경기전 승리가 유력했다. 안세영의 상대 선수는 한때 안세영보다 한 수 위 기량을 가진 선수였지만, 큰 기량 발전을 보인 안세영이 올 시즌 상대 전전에서 압도하는 중이었고 단체전에서도 가볍게 승리한 선수였다. 

최근 분위기라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실제 1세트도 중반 이후 분명한 기량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경기 도중 무릎 이상을 보인 안세영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특유의 경쾌한 움직임과 수비가 약해지고 공격 시 힘을 잘 싣지 못했다. 잠깐의 치료로 나아질 수 없는 심상치 않은 부상으로 보였다. 1세트는 리드를 지키며 승리했지만, 2세트는 부상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이 분명했다. 

 

 

 



이대로 경기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질 시점에 안세영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경기 운영으로 맞섰다. 2세트를 패하긴 했지만, 접전으로 이끌면서 상대 체력을 소진하게 했다. 이미 단체전 단식 대결에서 중국 선수는 경기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3세트 안세영은 오히려 힘을 더 내는 모습이었고 중국 선수의 움직임이 더 둔해졌다. 움직임의 나이는 스코어의 차이로 연결됐다. 경기 주도권을 잡은 안세영은 더 신바람을 냈고 중국 선수는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모습으로 대조를 보였다. 결국, 안세영은 3세트를 가볍게 승리하며 생애 첫 아시안게임 단식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고 상대 약점을 파고든 집념과 의지가 만든 승리였다. 이 승리로 안세영은 여자 단식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렇게 10월 7일은 구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아시안게임의 특성상,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농구와 배구, 핸드볼, 하키 등에서 금메달에 잇따라 실패한 상황에서 10월 7일 구기 종목의 금메달은 그 의미가 매우 컸다.


사진 : 아시안게임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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