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야구 대표팀의 여정에 짙은 안개가 드리워졌다. 조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대표팀은 대만에 0 : 4로 완패했다. 투. 타에서 모두 밀린 경기였고 변명이나 핑계를 댈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 패배로 대표팀은 예선 통과 후 진행되는 슈퍼 라운드에서 1패를 안고 나서게 됐다. 슈퍼 라운드에서 2위 안에 들어가야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일정에 한층 부담이 더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나선 대만의 전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망주 상위 랭킹에 있는 마이너리그 투수들의 다수 포함돼도 자국 프로야구 선수들을 포함된 대만은 투. 타에서 대표팀을 압도했다. 과거 국제경기에서 대만을 괴롭히던 수비 불안도 없었고 득점 기회에서 타자들의 집중력도 뛰어났다. 역대 야구 국가 대항전에서 항상 대만전에는 자신감을 가져왔던 대표팀이었지만, 그런 마음을 사라지게 하는 대만의 경기력이었다.
대표팀은 향후 프로야구와 국가대표를 이끌어가야 하는 영건 문동주를 선발 투수가 선택했다. 애처 두산의 국내 에이스 곽빈이 고려됐지만, 어깨 담 증세로 등판이 어려웠다. 문동주는 소속팀 한화의 배려로 리그 등판 일정을 빠르게 종료하고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빡빡한 등판 일정을 소화했던 대표팀 다른 투수들과 달리 힘이 비축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강한 구위를 가지고 있는 문동주였다. 하지만 그는 국가대항전 등판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가장 강한 상대인 대만전 등판이 부담될 수 있었다. 그와 호흡을 맞출 포수 역시 국제경기 경험이 없는 NC 김형준이라는 점도 불안요소였다.
초반 실점 극복하지 못한 답답한 타선
경기 초반 문동주는 낯선 경기장과 분위기,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흔들렸다. 첫 타자에 2루타를 허용했고 그 2루타는 실점과 연결됐다. 모두 실투성 투구였다. 첫 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한 이후 2사까지 잘 잡았지만, 이후 대만 중심 타자와의 승부를 이겨내지 못했다. 투구 수를 아낄 필요가 없는 국가 대항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어있는 1루 베이스를 활용하는 투구도 필요했다.
이렇게 1회 허용한 1실점은 경기 내내 대표팀이 넘지 못할 벽이 됐다. 대표팀 타선은 대만의 좌완 선발 린위민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유망주인 린위민은 정교한 제구는 아니었지만, 강한 속구를 바탕으로 대표팀을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전과 달리 상대 팀에 대한 전력 분석을 했고 린위민 역시 분석의 대상이었지만, 예상보다 강한 구위에 밀렸다. 여기에 이따금 들어오는 변화구와 심판의 넓은 스트라이크 존까지 더해지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초반 경기 주도권을 내준 대표팀은 4회 문동주의 폭투로 추가 실점을 했고 이후 0 : 2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대만은 선발 투수 린위민에 이어 불펜 투수 2명을 더해 3명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5회부터 박세웅, 최지만,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라 실점을 막았지만, 타선이 좀처럼 대만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의 경기는 8회 말 대표팀이 사실상 백기를 들게 만들었다. 역전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던 대표팀은 8히 말 마무리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려 이닝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1이닝 2실점했고 경기는 대만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고우석은 피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부진했다. 2사 후 2타점 적시 안타를 허용한 장면은 아쉬움이 컸다.
대표팀으로서는 타자들의 낯선 투수들에 대한 적응력에서 문제를 보였다. 최지훈과 윤동희가 각각 2안타, 3안타를 때려내며 분전했지만, 공격 흐름이 연결되지 못했다. 기대했던 중심 타자 강백호와 문보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이었다.
특히, 강백호는 올 시즌 리그에서 부상과 부진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선발됐고 4번 타자로 중용됐지만, 약체 홍콩전에 이어 대만전에서 타격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백호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국가대표로서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 탓인지 타석에서 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고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타격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운드의 투수들은 마무리 고우석을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리그에서도 주목받는 영건 불펜 투수 최지민, 박영현의 투구가 돋보였다. 이들은 향후 슈퍼 라운드에서도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선발 투수 문동주 역시 2실점 하긴 했지만, 강한 속구 구위를 바탕으로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이런 대표팀의 아쉬움은 다음 날 태국과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정 부분 사라졌다. 타자들은 태국 투수들의 공을 초반부터 공략하며 대량 득점했다. 타격감이 가장 뜨거운 최지훈과 윤동희가 각각 홈런을 기록하며 그 흐름을 유지했다. 타격 부진에 빠졌던 강백호도 적시 안타를 때려냈다.
이 외에 상. 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안타를 생산하며 침체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선발 투수 나균안은 4이닝 무실점, 5회 마운드에 오른 김영규 역시 무실점 투구로 마운드를 지켰다. 대표팀은 압도적 전력 차와 함께 17 : 0, 5회 콜드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조 예선 첫 경기 홍콩전처럼 초반 상대 느린 투구에 타선이 말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일본의 중국전 패배로 변수가 더해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조 예선을 2승 1패로 마친 대표팀은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 슈퍼 라운드 상대인 중국, 일본전 승리가 절실하다. 자칫 슈퍼 라운드 팀들이 물고 물리는 상항이 되면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질 수도 있다. 그 점에서 대만전 8회 말 추가 2실점이 아프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대표팀은 중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큰 승리를 해야 결승 진출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이런 대표팀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반대편 조 1위를 놓고 대결한 중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중국이 예상을 깨고 일본에 1 : 0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일 승리로 중국은 조 1위로 1승을 안고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다. 그 덕분에 대표팀은 일본과의 슈퍼 라운드에서 먼저 대결하게 됐다. 두 팀 모두 1패를 안고 있는 만큼 패하면 결승 진출이 좌절될 수 있는 외나무다리 승부가 예상된다.
애초 대표팀은 슈퍼 라운드 첫 경기에서 중국에 힘을 아끼며 승리하고 일본전에 힘을 쏟을 예정이었지만, 총력전을 펼칠 시기가 빨라졌다. 지난 WBC 출전 선수가 대거 포함된 중국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중국 전 역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슈퍼 라운드 경기가 모두 낮 경기로 열린다는 점도 변수다. 다행히 대표팀은 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낮 경기를 하면서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표팀은 슈퍼 라운드 첫 경기 일본전이 중요하다. 선발 투수 선택이나 라인업 구성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 야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고 이번 대회에서도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중국전 패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것이 일본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지면 안 되는 한국전에 더 집중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표팀에 큰 부담이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지만, 낯선 일본 투수들의 공에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진짜 승부, 슈퍼 라운드
대표팀으로서는 가용 투수 자원을 모두 활용해 실점을 줄일 필요가 있다. 마운드 운영 역시 선발 투수 곽빈의 컨디션 회복이 더딘 만큼, 선발과 불펜의 구분이 없는 오프너 전략 등 변칙 운영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이는 대만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전력이 대만과 일본에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조 예선 대만전에서 확인한 만큼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타선 역시 믿음의 야구보다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선발 선수 기용과 타선 조정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태국전에서 타격감이 가장 나은 최지훈, 윤동희, 노시환을 2, 3, 4번 타순에 배치해 공격 생산력을 높이는 전략은 긍정적이었다. 또한, 주자 출루시 보다 적극적인 작전 야구로 득점을 짜내는 야구도 필요하다. 이는 대량 득점이 어려운 대만과 일본전에서 더 중요하다.
분명 쉽지 않은 아시안게임이다. 이는 대표팀 구성에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국제경기 경험이 많지 않고 가장 경계했던 팀 대만의 전력은 예상 이상으로 강하다. 더군다나 대만은 아직 마운드에서 가지고 있는 전력을 모두 가동하지도 않았다.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대만에 설욕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력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야구는 국제경기 부진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의 열기는 다시 뜨거워졌지만, 리그의 양적 성장에 비례하지 못하는 경기력과 국제 경기 경쟁력은 야구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언제까지 야구팬들이 이런 야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결과는 그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다. 과연 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속출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아시안게임 홈페이지, 글 : jihuni74
'스포츠 > 스포츠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반 결승 진출, 남자 축구와 야구, 함께 웃을 수 있을까? (101) | 2023.10.07 |
---|---|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즈벡의 거친 도전 이겨낸 축구 대표팀 마지막 미션, 한. 일전 승리 (80) | 2023.10.05 |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 완승, 압도적 클래스로 중국 홈 텃세 잠재운 축구 대표팀 (121) | 2023.10.02 |
[스포츠 역사] 1936년 베를린 올림픽,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의 조력자 남승룡 (95) | 2023.09.29 |
[항저우 아시안게임] 순탄한 여정, 남자 축구 대표팀의 중요한 고비될 홈팀 중국과의 8강전 (84) | 2023.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