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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낙관적 분위기가 가득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완패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4강전이었다.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요르단에 시종일관 주도권을 내주며 0 : 2로 패했다. 패배도 아팠지만, 그동안 A매치에서 단 한 번도 패배가 없었던 상대에게 슈팅수 5 : 17로 완벽하게 밀렸다.

또한, 상대가 7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동안 대표팀은 유효슈팅수가 하나도 없었다. 그 밖에 각종 기록에서 대표팀은 상대에 압도당하는 경기를 했다. 그나마 앞선 공 점유율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돌리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원정 경기 유니폼을 입고 4강전에 나선 대표팀은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4-3-3 전형으로 나섰다. 공격에 3톱 형태로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까지 빅리그 3인방을 세우고 미드필더진은 황인범, 이재성, 박용우 3명을 세웠다. 매 경기 미드필더 싸움에서 수적 열세를 보인 부분을 보완하고 전방으로 공 공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4백을 보호할 수비형 미드필더를 추가해 수비 안정을 도모했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김민재가 빠진 수비진은 K리그 울산 현대의 4백 라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부상에서 회복한 불백 자원인 김진수와 대인 방어 능력이 우수한 박진섭 등의 대안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안정을 택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 빼앗긴 대표팀 


이에 맞선 요르단은 3백을 기본으로 한 3-4-3 전형을 보였다. 조 예선과 다른 점이 있다면 3톱을 모두 전진 배치하지 않고 2명의 공격수가 보다 아래 위치해 3-4-2-1의 형태를 보였다. 실점에 대한 부담이 큰 경기인 만큼 수비 안정에도 신경을 쓰는 전형이었다. 

경기 초반 양 팀은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했지만, 이내 경기는 요르단의 페이스로 전개됐다. 요르단은 미드필더 진영에서 순간 압박으로 대표팀의 전진을 어렵게 했다. 대표팀은 3명의 미드필더진을 구성했지만, 그 효과가 없었다. 2명의 공격수까지 포함해 미드필더 싸움에 나서는 요르단의 압박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에서 미드필더를 거치는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미스가 속출했고 패스가 끊기며 수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그들의 전술이 통하자 요르단의 기세는 한껏 올랐다. 경기장 대부분을 차지한 요르단 축구 팬들의 응원은 그들의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한국 교민들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 응원단도 이전 경기보다 많았지만, 요르단 관중들의 열기를 이겨내기 역부족이었다. 요르단의 홈경기와 같은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요르단의 공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거세졌다. 대표팀의 3톱 선수들은 전방에서 고립됐고 그들의 개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린 대표팀은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나마도 상대 빠른 압박에 원활하지 않았다. 요르단의 페이스로 흘러간 경기는 요르단에게 수차례 결정적 기회를 제공했다. 골이나 다름없는 기회가 계속 이어졌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전반에만 2~3골을 능히 허용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대표팀은 전반 한때 이전 경기처럼 측면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공세를 강화했고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그 과정에서 이재성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는 결정적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 헤더는 경기에서 거의 유일한 대표팀의 의미 있는 슈팅이었다. 결국, 대표팀은 내내 고전했고 0 : 0으로 전반을 끝마쳤다. 실점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조현우의 거듭된  선방으로 실점 위기 넘긴 전반, 변화없었던 후반 시작


이런 경기 내용은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전에도 기존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가동했다. 실점이 없었다고 하지만, 크게 밀리는 흐름이었고 이번 대회 내내 문제가 된 미드필더의 열세와 수비 불안을 해결한 교체 카드가 필요한 후반전이었다. 후반전에도 전반전과 같이 행운이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드필더에서의 탈 압박과 패스 공급을 위해 공격진의 이강인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리고 이재성을 측면 공격수가 기용하는 포지션 변동만을 했다. 이후 패스 플레이가 조금 살아나긴 했지만, 경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요르단은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순간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계속 경기 주도권을 유지했다. 전반전과 달라지지 않는 흐름이었다. 특히, 요르단은 11번 알 나이마트, 10번 알 타마리 두 공격수가 돋보였다. 요르단은 두 선수에게 빠르게 패스를 전개하며 공격했다. 두 선수는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로 대표팀의 수비진을 자유롭게 공격했다. 대표팀은 이들의 공격에 쉽게 공간을 내주고 찬스를 허용했다. 

두 선수의 활약은 결국, 대표팀의 실점과 연결됐다. 중앙 미드필더진에서 끊긴 패스는 요르단의 빠른 역습으로 연결됐고 후반 52분 11번 알 나이마트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전 두 번의 토너먼트 경기처럼 대표팀은 또다시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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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선제 실점 그리고 추가 실점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그제야 변화를 가져왔다. 공격수 조규성을 교체 출전시키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던 박용우를 교체했다. 공격 비중을 높이는 의도였지만, 큰 불안 요소인 미드필더, 수비에 대한 보완은 아니었다. 요르단은 선취 득점 이후에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고 미드필더 싸움에서도 우위를 유지했다. 공세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대표님은 수비에서 계속 불안불안한 순간을 벗어나야 했다. 

이런 불안감을 또 한 번의 실점과 연결됐다. 이번에도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가 끊기면서 요르단의 10번 알 타마리의 돌파와 슈팅을 허용했고 실점이 됐다. 0 : 2, 후반 66분의 일이었다. 그동안 실점 후 집념의 공세로 동점을 만들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대표팀이었지만, 이번에는 힘들다는 분위기가 엄습할 수밖에 없었다. 

요르단의 단단한 조직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도 큰 문제였지만, 전반전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이전과 달라 보였다. 8강전 이후 휴식 일이 있었지만, 로테이션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이 많았다. 2번의 연장 접전을 체력적 소모가 극심했다.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체력적 부담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이는 에이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고 토너먼트에서 대표팀 공격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황희찬도 그랬다. 황희찬은 대회전부터 부상이 있었고 조 예선 출전을 거의 하지 못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16강전과 8강전에서 승리의 주역이 됐지만, 4강전에서는 움직임이 크게 둔화됐다. 부상 여파를 의심할 수 있었다. 결국, 황희찬은 후반전 교체되어 경기장을 벗어났다. 

이 밖에 대표팀 공격의 중요 루트였던 풀백 선수들도 에너지가 크게 소진되면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하지 못했다. 상대 공격의 날카로움도 있었지만, 설영우와 김태환은 이전 경기와 같은 돌파와 크로스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그나마 이번 대회에서 유용하게 활용됐던 손흥민과 이강인과 풀백진을 연계된 측면 공격을 어렵게 했다. 이는 경기를 한층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끝내 나오지 않은 감독의 전술 역량


경기를 더 답답하게 만든 건 클린스만 감독의 경기 운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보다 모험적인 선수 교체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이전 경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움직임이 떨어진 공격수 황희찬과 이재성을 양현준과 정우영으로 교체하긴 했지만, 동일 포지션의 선수를 바꾼 것에 불과했다. 측면 공격을 강화할 추가 교체 카드가 나오지 않았고 보다 기동력을 보강할 수 있는 미드필더 교체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5개의 교체 카드 중 3개만을 사용하며 경기를 마쳤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감독의 역량이 중요한 축구라는 점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역할은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대표팀은 열세를 극복할 길을 찾지 못했다. 16강전과 8강전과 같은 반전의 드라마도 나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역부족인 상황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요르단은 이기는 상황에서도 이전 16강전과 8강전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처럼 수비에만 치중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공세에 나서고 빠른 역습으로 계속 골을 노리는 경기 운영을 했다. 이는 대표팀이 공격에만 치중할 수 없게 했다. 요르단은 전술적으로 잘 준비됐고 대표팀을 철저히 분석해 맞춤형 전술 운영을 했다. 또한, 이전 상대들과 달리 후반에도 체력적인 부담을 잘 느끼지 않은 플레이를 했다. 

이에 맞서는 대표팀은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체력 부담을 극복할 수 없었다. 대표팀은 결승 문턱에서 요르단에 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훨씬 힘들다고 여겼던 사우디아라비아, 호주를 접전 끝에 이겨낸 대표팀이었지만, 이번 대회 돌풍의 팀 요르단의 바람은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요르단은 그들 축구사에 남을 빛나는 승리의 이력을 쌓으며 사상 첫 아시안컵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경기였다. 요르단의 경기력은 조 예선보다 더 발전됐고 매우 효율적이었다. 골을 기록한 두 공격수의 기량도 출중했다.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김민재가 빠진 수비진이 이들을 막기 버거웠다. 김민재의 부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김민재는 수비적인 면에서도 비중이 크지만, 공격 전개를 원활하게 하는 패스 능력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민재의 부재는 수비 불안에 빌드업 불안을 더 심화시켰다. 

 

 

 




호화 멤버로도 이루지 못한 64년만의 우승 꿈


그렇다 해도 요르단전 패배는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우승에 대한 열의와 의지, 계속되는 극장승을 통해 더 커진 기대를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또한, 개인의 역량이 기대는 축구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손흥민을 시작으로 이강인과 황희찬 그 외 유럽 빅 리그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도 조 예선부터 힘든 경기가 이어졌고 토너먼트에서도 연장 접전이 이어진 상황은 감독의 역량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 과정에서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아쉬운 플레이도 있었지만, 그 또한 전술적 한계에 한 부분이었다.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에 대한 대안을 찾지 않고 그 라인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문제가 있다. 16강과 8강전을 선수들의 역량과 의지로 고비를 넘겼지만, 4강전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감독의 경기 개입이 필요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그를 감독으로 영입할 당시부터 우려됐던 부분이었다. 그는 그의 스타일대로 팀을 운영한 것뿐이었다. 토너먼트에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감독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상당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수많은 행정 난맥상을 보였던 축구협회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했다. 두 번의 극적인 승리는 축구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선수들의 패배에 대한 비난을 받는 건 부당하다. 일부 특정 선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지만, 손흥민은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며 선수들에 대한 비난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감독 리스크


하지만 그도 패배의 충격이 커 보였다. 4강전 이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커리어에서 마지막 아시안컵에서 그는 누구보다 우승의 열망이 컸다. 에이스의 우승에 대한 열망과 리더십은 대회 내내 선수들의 하나로 묶는 촉매제였다. 손흥민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번 대회 참가한 선수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결국, 손흥민은 그토록 소망했던 아시안컵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경기 후 대표 선수 지속에 대한 회의감을 표출했다는 건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담긴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제 30살을 넘긴 그의 전성기가 점점 저물어 가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부담을 덜어주며 대표팀 선수로 동행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이렇게 아시안컵 64년 만의 우승 희망은 4강전 패배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이번 대회를 잘 분석하고 대표팀을 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동 축구의 발전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특히, 4강전에서 대표팀에 완승한 요르단은 앞으로 주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현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유지와 관련해 진지하게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위약금 등 문제가 있겠지만, 현 체제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결단을 해야 한다. 


사진 : 아시안컵 홈페이지 / K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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