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 개최국 카타르의 우승과 함께 마무리됐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 돌풍의 팀, 요르단에 3 : 1로 승리하며 대회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카타르는 그들이 개최한 2022 월드컵에서 조 예선에서 3전 전패 탈락 이후 침체한 분위기를 되살리며 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카타르의 우승과 함께 이번 아시안컵은 아시아축구의 빅 4라 할 수 있는 한국, 일본, 이란, 호주가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하며 아시아 축구 판도의 변화 가능성을 보였다.
그동안 아시아 축구는 프로 축구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출범시킨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일부 중동 국가와 오세아니아에서 아시아 축구 협회로 편입한 호주가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이 구도는 세월이 흘러도 큰 틀에서 변화가 없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일부 국가가 있었지만, 한때의 바람이었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전통 강호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다. 세계에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든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성과를 만들었고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FIFA 랭킹에서도 한국은 2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외 앞서 언급한 3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FIFA 랭킹을 점하고 있다.
아시아 빅 4 없는 아시안컵 결승전, 그리고 한국
당연히 한국, 일본, 이란, 호주는 우승 후보로 가장 먼저 언급됐다. 한국은 그 속에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큰 목표가 있었다. 또한, 그런 목표를 가질만한 전력이었다.
한국은 손흥민이라는 슈퍼스타가 마지막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지난 카타르 월드컵 이후 기량이 만개한 이강인, 손흥민과 같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이 공격진을 구성했다. 얼마 전까지 손흥민만 바라보던 대표팀에 큰 변화였다.
이들 외에 공격진은 조규성이라는 확실한 원톱이 있고 이재성과 황인범까지 해외리그 선수가 미드필더진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수비진은 세계 최고 레벨로 인정받고 있는 김민재가 있었다.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 중에도 다수 해외리그 선수가 각 포지션마다 자리하고 있는 한국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한국 선수들이 해외리그 진출의 결과물이었다. 이는 국가대표 선수들 다수가 국제 축구 흐름에 익숙하고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개인적 역량은 경기력에 대한 기대치를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번에야말로 아시안컵 우승의 적기라는 팬들의 기대가 컸다. 대표팀 역시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국가대표로 마지막 아시안컵에 나서는 주장 손흥민에게 아시안컵은 너무나 중요한 이번 대회였다.
역대 최고 멤버라는 평가와 함께 준비한 이번 대회였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우려는 한국과 경쟁해야 할 상대팀이 아닌 내부의 변수였다. 그 중심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있었다.
신임 감독 선임부터 꼬인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새롭게 선임됐다. 당시 축구 협회는 전임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을 우선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신임 감독 선임과 관련해 다양할 설과 추측이 있었다. 그리고 결정된 감독이 클린스만이었다.
신임 감독은 지난 월드컵 16강 진출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팀을 보다 강하게 하고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특히, 크게 높아진 축구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축구 협회는 몇몇 후보들을 상대로 영입 작업을 진행했지만,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국내 감독 후보들이 언론 등을 통해 거론되긴 했지만, 축구 팬들의 여론은 국내 감독에 대한 불신이 여전했다.
답보 상대를 보였던 감독 선임 작업 중 클린스만이라는 이름이 거론됐고 그와의 계약이 성사됐다는 오피셜이 떴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년간 감독으로서는 그 커리어가 단절된 상황이었다. 그는 최근에도 주로 축구 해설이나 각종 행사 등에서 활동하는 셀럽이자 인플루언서도 더 유명했다. 세계 축구계에서 클린스만은 지도자로서는 더는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이런 클린스만의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은 국. 내외 모두 깜짝 뉴스였다 그와 관련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기도 했다. 그는 독일 국가대표 선수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였지만, 지도로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물론, 독일과 미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전술 능력 부재와 무책임함, 무능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가 한때 감독으로 있었던 독일 대표팀에서도 선수가 그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연히 축구 팬들의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선임 과정이 이전 후보들과 달리 그 과정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시스템에 의한 결과가 않기도 했다. 또한, 그의 연봉 수준도 벤투 감독보다 높았다.
의문 가득했던 클린스만 감독 선임
벤투 감독은 애초 재계약 협상 시 금전적인 조건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실제는 축구 협회의 2+2년 제안과 4년 계약기간 보장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역시 축구 협회의 애초 조건이 반영돼야 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보장받았다. 이에 이전 벤투 감독 이상의 커리어를 가진 감독 선임을 기대했던 축구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감독 선임이었다.
수년간 지도자 공백이 있었던 축구계의 셀럽을 영입하는 데 벤투 감독보다 더 높은 연봉과 4년 계약을 해준 축구 협회에 대한 비난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축구 협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축구계의 대화합이라는 명분으로 과거 승부조작 사건에도 연루됐던 축구계 인사들을 포함한 대사면을 단행하려 하기도 했다. 이는 당장 여론의 강한 비판과 질타로 이어졌고 철회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축구협회 집행부가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정점이 있었던 축구 협회 회장은 자리를 지키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악화된 여론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을 더 깊게 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 회장의 뜻에 따른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도 있었다.
이렇게 개운치 않은 선임 과정을 거친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중요한 미션이 주어졌다.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프로축구 리그 선수들의 다수 대표팀에 포함된 멤버 구성에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거치며 빌드업 축구라는 중요한 전술을 기반으로 다져진 조직력은 대표팀의 큰 장점이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면 충분히 우승을 기대할 만한 전력이었다. 또한, 경기력을 끌어올릴 시간도 있었다.
한결 같은 셀럽 감독
문제는 감독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애초 약속과 달리 국내에 상주하지 않고 해외에 주로 체류했다. 이전 축구 대표팀 감독에 없었던 재택근무가 현실이 됐다. 이와 관련해 비판도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의 업무 스타일에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의 자택이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셀럽으로서 각종 행사에 축구 해설, 방송 출연을 지속했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가 하는 일 중 일부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의 함께 하는 코치진들 역시 대부분 별도로 자신의 직업을 가진 투잡러들이었다. 이는 취임 직후부터 국내에 코치진과 함께 거주하며 대표팀 감독으로서 성실함을 보였던 전임 벤투 감독과 비교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신임 감독에서 기대했던 K 리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대표팀 스쿼드를 두껍게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K 리그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차두리 코치가 전담했다.
이제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비디오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축구에서 전술 수립과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는 데 있어 직접 플레이를 살피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의 근간을 이룬다고 하지만, K 리그는 우리 축구의 근간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외유와 재택근무, K 리거들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은 분명 큰 아쉬움이었다. 이에 대표팀은 평가전을 통해 새 얼굴의 발굴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멤버들이 중심이 됐다.
이는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증을 더 높이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은 평가전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고 했지만, 평가전에서 대표팀의 공격력은 베스트 멤버를 모두 가동하고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기에 세계적 수비수 김민재를 보유하고도 수비 불안이 더 심화되는 모습도 있었다. 승패 부담이 덜한 평가전이라 하지만, 대표팀의 경기력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졌다. 축구팬들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아시안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평가전에서 이전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의문을 대표팀은 지우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서야 했다. 최고의 선수 구성에 의문부호 가득한 감독의 조합은 대표팀의 큰 리스크였다.
조 예선부터 현실이 된 우려
이는 조 예선부터 현실이 됐다. 대표팀은 조 예선 3경기에서 모두 고전했다. 대표팀은 3경기에서 무려 6실점 하며 수비 불안이 여전했다. 공격 역시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보유하고도 답답했다. 미드필더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공격 전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격수들의 고립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또한, 공격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가 끊기며 실점 위기를 맞이하는 장면도 이어졌다. 대표팀은 한 수 아래 팀들과의 조 예선에서 1승 2무,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특히, 예선 마지막 경기 말레이시아전에서 3실점 후 3 : 3 무승부는 큰 충격이었다. 그 경기는 이미 조 예선 통과를 확정하고 부담이 덜한 경기였지만, 대표팀은 로테이션 가동 없이 베스트 멤버를 가동했다. 승리와 함께 조 1위를 기대한 경기였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대표팀은 까다로운 상대인 일본과 이란, 카타르를 피한 토너먼트 대진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의 불안감은 피할 수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 계속되는 수비 불안, 허약해진 미드필더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토너먼트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불안한 경기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6강전과 8강전에서 대표팀은 매 경기 수비 불안으로 먼저 골을 내주며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 실점 후 공격 비중을 크게 높이고 상대를 압박하면서 마침내 동점골을 넣고 연장 승부를 하는 경기가 반복됐다. 다행히 대표팀은 승부차기와 연장전 승리로 8강을 넘어 4강에 진출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런 한국을 보고 좀비 축구라 하기도 했다.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강한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은 분명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경기를 연달아 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은 완전히 고갈됐다. 교체 멤버까지 한정적으로 가동하면서 체력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됐다. 이는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대표팀은 조 예선에서 2 : 2 무승부를 기록했던 요르단과의 리턴 매치에서 상대에 완전히 압도당하는 경기를 했다. 대표팀은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고 상대의 무수히 많은 슈팅을 허용하는 밀리는 경기를 하면서 0 : 2로 패했다.
거듭된 극장 승, 4강에서 끝난 아시안컵
대표팀은 이전 A 매치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요르단에 완패하면서 아시안컵을 마무리해야 했다 16강전과 8강전에서는 힘든 상황에서 승리의 결과는 만들었지만, 4강전에서는 좀처럼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체력적인 한계가 분명했고 우리의 약점을 파고드는 상대 전술에 대응하지 못했다. 아시안컵 돌풍의 팀 요르단의 경기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대표팀의 경기력도 최악이었다. 그에 맞는 전술적 대응도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의 역량으로 버텨왔지만, 4강전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축구팬들은 설 연휴 기간 기대했던 한국의 아시안컵 결승전을 볼 수 없었다. 선수들 역시 아쉬움을 마음 가득 안고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4강 탈락이 확정된 직후 밝은 미소로 상대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4강전 직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커 보이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라 해도 패배에 초연한 그의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분노를 유발했다. 오히려 선수들이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고 팬들에게 사과를 하는 이상한 장면이 연출됐다. 패배에 분노 가득한 대응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은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전혀 팀과 융화되지 않고 공감 능력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그 흔한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축구 팬들은 대부분 거의 경질 여론이 커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에 대해 자신 사퇴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시안컵이 2026 북중미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라 했고 대회 결과 분석을 통해 대표팀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또한, 현재의 재택근무 형태의 근무 방식도 유지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직후 국내로 귀국하긴 했지만, 대회 평가를 위한 회의조차 하지 않고 급히 그의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축구계의 셀럽으로 그에 대한 여론에 민감한 인사지만, 그는 국내 축구 팬들에 비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식이다. 그의 한결같음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도 그의 경질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클린스만 논란에 침묵하는 축구협회
하지만 축구 협회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방식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의 전술 부재와 지도 방식의 문제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내용도 문제였고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문제는 현재의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는 점이다. 다음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증가하고 아시아 쿼터도 크게 증가한다. 현재 대표팀의 상황이라면 본선 진출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기존 빅 4 국가들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수준이 크게 향상됐음을 볼 수 있었다.
개최국 카타르는 물론이고 한국에 충격패를 안긴 요르단, 조 예선에서 일본에 승리한 이라크 등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이었다. 심지어 아시아 축구에서도 변방에 머물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한층 발전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즈백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국가 역시 다크호스로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과거 우리 축구는 아시아에서 몇 나라만 경계를 하면 그만이었고 축구 선진국이라 했던 유럽과 남미만을 바라보며 그들과의 수준차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우리가 주변을 살피지 않았던 사이 여타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와 수준차를 좁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이번 아시안컵이 가장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과거 아시아의 축구 열기는 일부 국가에 국한됐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축구 저변도 넓어졌고 시장도 커졌다.
얼마 전까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빅 4 국가들을 올려다봤겠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수준은 분명히 발전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인 지도자를 꾸준히 영입해왔고 프로 축구 리드를 활성화하며 그들의 경기력을 높여왔다.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아시아권에서도 우리 축구가 결코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보다 폭넓은 시선과 분석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부담이 커지고 업무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셀럽 활동을 병행하는 감독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클린스만 감독은 이전 벤투 감독보다 더 많은 연봉을 지불하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아시안컵은 결코 플러스라 할 수 없다. 뭔가 협회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협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의 경질에 있어 막대한 위약금이 소요되는 제한 사항이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 셀럽에게 또 하나의 이력만 추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사명감과 깊은 이해, 현대 축구 흐름에 정통한 감독을 지금이라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감독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지만, 그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 국내 상주하는 코치진이 차두리 코치 정도이고 그는 코치 경험이 많지 않다. 기술위원회가 있지만, 그 역할은 제한적이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의 영입과 지금의 행태와 관련해 여러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의 영입이 축구 협회장의 독단에 의한 것이고, 클린스만 감독이 세계 축구계에서 저명한 인사인 만큼 그를 이용해 축구 협회장이 개인적인 목표에 이를 이용하려 한다는 설도 있다. 심지어 그의 중도 경질과 관련한 조건에서 아시안컵 8강 이상의 조건이 있었다는 설과 경기도 파주의 국가 대표 훈련장의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이 합숙훈련 시 연습장이 없어 제대로 된 전술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불신의 늪에 빠진 축구협회
이런 주장들이 SNS를 통해 퍼지고 공감을 얻는다는 건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아시안컵의 실패와 그 중요한 원인인 클린스만 감독과 관련해 축구 협회 역시 강한 불신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할 수 있다. 이는 장기간 특정 기업에서 독점하는 축구 협회의 지배 구조에 대한 비판과 축구 협회 개혁에 대한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시안컵 실패를 클린스만 감독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축구 협회는 넘쳐나는 비판 여론을 스쳐가는 바람 정도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축구 협회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한만 가지고 책임을 지지 않는 지금의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역대 최고 멤버로도 우승에 이르지 못한 아시안컵의 결과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고 그 중심에는 축구 협회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축구 협회 시스템을 개혁하지 못한다면 국제 경기에서 또 다른 참사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대형 참사는 특정한 사건과 우연의 결과가 아닌 누적된 문제들이 작용할 결과라 할 수 있다. 카타르 아시안컵은 참사가 아닌 더 큰 참사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심각하게 여기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선수들이 고민하고 그들의 패배의 무게를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사진 : 아시안컵 / K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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