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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의 승자는 현대건설이었다. 정규 시즌 1위 현대건설은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친 흥국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1, 2, 3차전을 모두 세크 스코어 3 : 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 : 0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팀 통산 3번째 우승이다. 

현대건설로서는 13년 만의 우승이기도 하고 최근 수년간 우승권 전력임에도 우승하지 못했던 불운을 떨쳐낸 결과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2019-2020, 2020-2021 정규 시즌 1위를 하고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즌이 중단되거나 챔피언 결정전이 무산되는 불운이 있었다. 2022-2023 시즌에는 시즌 막바지 아쉽게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놓쳤고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 결정전 우승 팀 도로공사 돌풍에 밀려 탈락하는 아픔도 있었다. 

하지만 2023-2024 시즌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의 치열한 정규시즌 우승 경쟁을 이겨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승리하며 마지막 승자가 됐다.

이렇게 현대건설의 그들의 불운을 우승으로 극복한 반면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챔피언 결정전 패배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1, 2차전을 먼저 승리하고도 사상 최초로 3, 4, 5차전을 내주는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됐고 이번 시즌에는 세 번의 풀세트 접전을 모두 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세 번의 2 : 3 패배로 챔프전 우승 놓친 흥국생명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흥국생명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응원속에 3세트까지 세트 스코어 2 : 1로 앞서며 승리 가능성을 높였다. 이대로 흥국생명이 승리한다면 흥국생명은 시리즈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지난 챔피언 시리즈에서 도로공사가 그들에게 했던 것처럼 흥국생명이 리버스 스윕에 도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4세트 고비를 넘지 못했고 그 여파는 5세틀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5세트 팀 전체가 흔들리며 힘없이 무너졌다. 지난 시즌에 이어 흥국생명은 또다시 홈경기장에서 상대 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그 흥국생명 선수 중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선수는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이미 선수로서 김연경은 모든 것을 이룬 상황이었고 30대 후반의 나이였다. 선수가 아닌 또 다른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이미 김연경은 예능이나 각종 방송에서 선호하는 셀럽이기도 했다. 그가 그대로 은퇴를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택의 순간, 김연경은 현역 1년 연장을 결정했다. 김연경은 1년의 FA 계약을 하며 흥국생명에 남았다. 만약, 우승이라는 목표를 더 중요시했다면 보다 우승 가능성이 큰 팀을 고려할 수도 있었지만,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 우승을 하려 했다. 흥국생명은 그가 프로배구 선수로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한 팀이라는 상징성이 크기도 했다. 지난 시즌 감독 교체 과정에서의 난맥상을 거치며 어렵게 영입한 외국인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이 해외리그에서부터 돈독한 관계라는 점도 작용했다. 

 

 




애증이 함께 하는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동행 


하지만 김연경에게 흥국생명은 애증이 교차하는 팀이기도 하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신인 시절부터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했고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김연경은 외국 선수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하드웨어와 파워, 여기에 최고 수준의 수비능력을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웬만한 선수 2명 이상의 몫을 하는 그의 존재는 소속팀에게는 외국인 선수 1명 이상의 존재였고 국가대표에서도 그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여자배구의 역사는 김연경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될 만큼 김연경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김연경과 함께 여자배구는 국제경기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두 차례 올림픽 4강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는 수차례 극적인 승리로 국민적 관심을 크게 받기도 했다. 김연경과 여자배구의 국제경기 선전은 여자배구 인기가 남자배구를 넘어서고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도록 했다. 

또한, 김연경은 월드 스타로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해외 리그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우리 배구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이런 김연경이었지만, 흥국생명과의 관계는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그가 해외리그 진출을 하는 시점부터 선수와 팀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김연경은 임대 신분으로 해외리그 진출을 먼저 했는데 이후 보다 큰 리그로 그가 이적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갈등이 생겼다.

흥국생명은 임대 기간을 FA 자격 취득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선수에 대한 보유권을 더 유지하려 했고 김연경은 그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런 갈등은 배구팬들 사이에 큰 관심사가 됐다. 김연경을 직접 대중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며 맞섰다. 여론은 점점 김연경에서 유리하게 전개됐고 정치권까지 나섰다. 

결국, 김연경은 해외리그 활동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의 자유 의지대로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후 김연경은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국 등에서 활동하며 월드스타로서 부와 명예를 쌓을 수 있었다. 그의 해외리그 경험은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선수가 구단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정말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후에도 김연경은 국가대표 선수로 선수들의 처우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여자배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긍정 이미지를 더 쌓았다. 또한, 선수로서도 독보적인 기량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에게 단순히 배구를 잘하는 것만으로 배구여제라는 별명이 붙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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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올림픽을 위한 흥국생명 복귀


김연경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전후로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해외리그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했고 올림픽 준비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경기 출전이 필요했다. 마침,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있어서 모범적인 국가였고 프로배구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김연경은 경기 감각 유지와 국가대표 훈련을 위해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그리고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팀 샐러리 캡 등을 고려해 애초 예상보다 낮은 규모였다. 김연경에게는 그가 하지 못한 올림픽 메달의 꿈이 소중했다.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은 메달에는 실패했지만, 극적인 4강 진출과 함께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흥국생명 주력 선수였던 이재영, 이다영과 김연경의 갈등, 그들의 학폭 관련 이슈도 팀이 어수선했다. 결국, 이재영과 이다영은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소속팀에서도 퇴출되고 말았다. 김연경의 복귀로 절대 1강이라 평가됐던 흥국생명도 급격히 흔들렸다. 흥국생명은 그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배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세계 최고 선수를 영입하고도 내분으로 우승에 이르지 못한 상황은 분명 큰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계속 이어졌다. 다음 흥국생명은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우승에 실패했고 이번에는 시즌 중 돌연 감독이 경질되는 과정에서 구단 운영의 난맥상이 노출됐다. 감독 대행에 또 다른 대행이 들어서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연경 역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 아본단자 감독 영입으로 갈등을 봉합하긴 했지만, 한번 틀어진 팀 분위기를 다시 새롭게 하기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는 도로공사에서 충격적인 리버스 스윕을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계속되는 흥국생명 구단운영의 난맥상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은 여러 차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으로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에 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이 과연 흥국생명과 계약을 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미 돈에 연연하는 그가 아님을 고려하면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팀이나 여자 프로배구 발전의 명분을 위해 신생팀으로서의 이적 가능성도 열려있었다. 

김연경은 여러 설을 뒤로하고 흥국생명과 FA 계약했다. 김연경으로서는 그가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흥국생명에서 우승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침표를 찍고 싶은 마음이 컸다. 흥국생명 역시 FA 시장에서 그의 절친인 센터 공격수 김수지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번에는 흥국생명이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정규 시즌에서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에 밀려 아쉽게 우승에 실패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여유 있는 1위를 달렸지만, 중반 이후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챔피언 결정전 체력적인 부담과 연결됐다. 흥국생명이 3차례 풀세트 접전을 모두 패한 건 체력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김연경은 30대 후반의 나이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공. 수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지만, 팀의 패배를 모두 막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 외국인 선수 문제로 전력이 흔들렸고 고질적인 세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또한, 김연경이 수비에 적극 가담해야 할 절도로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세터와 수비의 불안은 챔피언 결정전 승부처를 넘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현대건설은 챔피언 결정전 MPV로 선정된 외국인 선수 모마의 활약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앞선 세터의 기량과 보다 다변화된 공격 루트, 앞선 조직력으로 접전의 고비를 넘겼다. 

 

 

 



김연경의 현역 연장은 다시 이루어질까? 


결국, 흥국생명은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스타를 보유하고도 팀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계속되는 아쉬운 우승 실패였다. 김연경 역시 현역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기회를 계속 놓쳤다. 이제 김연경은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김연경의 기량은 여전히 톱클래스에 있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인 그는 나이를 더 먹었고 선수로서 열정이 식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팀의 여러 악재들을 참고 견디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현역 생활을 연장했지만, 거듭된 실패로 의지마저 꺾일 수 있는 상황이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도 강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그에게 팀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기도 힘들다. 팬들 역시 김연경의 플레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의 선택을 강요하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김연경에 필적한 선수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여자배구의 현실과 그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아시아권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여자배구의 상황이 겹치기도 한다. 그만큼 김연경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하다. 흥국생명은 흥국생명대로 그가 1시즌 더 뛰어주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배구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도 김연경의 존재는 소중하다. 

과연 김연경은 다시 한번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도전에 나설지, 분명한 건 그는 현역 선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는 점이다. 현역 연장 결정에 있어 중요한 건 그가 배구장에서 여전히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역 연장을 한다면 FA 자격을 다시 얻은 그의 선택이 흥국생명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고 김연경의 거취는 배구팬들에게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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