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기분 좋은 대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3월 26일 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이재성, 손흥민, 박진섭의 골과 모처럼 만의 무실점 수비를 더해 3 : 0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대표팀은 사실상 2차 예선 통과를 확정했다.
큰 우려 속에 나섰던 태국 원정길이었다. 한국과 전혀 다른 무더운 날씨와 현지 홈 팬들의 일방적 응원, 홈경기 부진한 경기력에 따른 팀 분위기 저하까지 악재가 많았던 축구 국가대표팀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아시안컵과 관련한 후유증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큰 불안 요소였다.
지난 홈경기에서 대표팀은 태국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고 단조로운 공격 패턴과 불안한 수비로 수차례 위기의 순간을 넘겨야 했다. 어렵게 손흥민 선제골을 넣었지만, 수비가 흔들리며 동점을 허용했고 1 : 1 무승부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홈에서 승리하지 못한 건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상황에서 아쉬운 결과였다. 아시안컵에서 보였던 대표팀의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경기장 상황도 축구 협회에 대한 비난과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 혼재하는 어수선했다. 대승으로 이를 반전시켜야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대표팀은 큰 부담을 안고 원정길에 나서야 했다. 만약, 태국 원정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침체한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질 우려도 있었다. 자칫 2차 예선 조 1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인 황선홍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해 두 개의 대표팀을 겸임토록 한 축구 협회의 결정에 대한 비판도 한층 더 커질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대표팀은 승리가 절실했다.
공격진 구성에서 기존 대표팀 스쿼드를 다시 꺼내든 태국 원정
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대표팀은 기존 홈경기와 다른 선발 스쿼드로 나섰다. 공격진에서 원톱으로 조규성이 주민규를 대신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규성은 아시안컵에서의 부진으로 신뢰가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황선홍 임시 감독은 그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2선 공격진에 손흥민과 이재성과 함께 우측면 공격수로 이강인이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이강인은 그동안 밝지 않은 이슈의 중심에 있었고 그에 대한 큰 비난 여론도 있었다. 이를 고려한 탓인지 지난 홈경기에서 이강인은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강인은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승리가 절실한 경기에서 최근 폼이 오른 그의 선발 기용을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이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는 홈경기에 이어 황인범과 백승호가 다시 중용됐다. 홈경기에서 두 선수의 조합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상대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이나 수비적인 면에서 여러 차례 어려움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그럼에도 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부여했다.
수비진은 김민재, 김영권 센터백에 김진수 좌측 풀백, 우측 풀백은 홈경기 아쉬움이 있었던 설영우를 대신해 김문환이 선발로 나섰다. 골키퍼는 최근 대표팀 1번 골키퍼 역할을 하고 있는 조현우가 다시 나섰다. 황선홍 감독은 기존 대표팀의 주 전술이었던 4-2-3-1의 틀을 유지했고 공격진에서 기존 대표팀의 조합을 다시 꺼내들었다. 보다 안정감을 높이는 한편 체력적인 안배로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쉽지 않았던 초반, 이재성의 선제골
하지만 초반 경기 양상은 지난 홈경기 때와 다르지 않았다. 태국의 강한 압박에 대표팀은 다시 흔들렸고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가 끊기면서 수차례 실점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과 태국 선수의 골 결정력 부재가 없었다면 먼저 실점할 수 있는 아찔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홈경기에 이어 다시 불안감을 노출했다.
지난 원정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기세가 오른 태국은 홈경기의 이점을 바탕으로 초반 강하게 대표팀을 압박했다. 조직적인 압박과 수비, 빠른 역습과 돌파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그 지속력은 이전 경기와 달리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경기는 점점 대표팀에게 주도권이 넘어왔다.
전반 19분 대표팀은 선제골을 넣으며 태국의 기세를 꺾었다. 조규성의 돌파와 패스, 이재성의 마무리로 이어진 득점이었다. 이후 태국은 공격 비중을 높이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전 경기와 같은 날카로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졌다. 그들의 홈경기였지만, 오히려 체력 부담은 태국이 더 커 보였다. 그들은 많은 움직임과 기동력으로 부족한 개인 역량을 대신했지만, 에너지 소모가 극심했다. 이는 계속된 부상으로 연결됐다. 태국은 전반전에 2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예상치 못한 전력 손실이 있었다. 이런 상황은 대표팀이 보다 여유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후반전 손흥민과 박진섭의 연속 골
전반전을 1 : 0으로 마친 대표팀은 후반전 들어 분명한 전력 차를 입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태국의 압박도 점점 느슨해졌고 대표팀의 공격 기회도 더 늘어났다. 그 속에서 대표팀은 후반 54분 손흥민, 82분 박진섭이 골을 추가하며 3 : 0의 리드를 잡았다. 손흥민의 골은 이강인과의 연계 플레이에 의한 골이었고 박진섭의 골은 그의 A매치 첫 골로 그 의미가 더했다. 특히,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킨 후 이강인과 포응하는 장면은 대표팀이 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대표팀은 후반전 들어 무더운 현지 날씨 등을 고려해 적절한 선수 교체로 체력적 안배를 하며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를 통해 경기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태국은 만회골을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소진된 에너지는 몸이 따르지 않는 장면이 이어졌다. 결국, 대표팀은 남은 시간을 잘 관리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어떻게 보면 홈경기에서 나와야 할 스코어가 원정 경기에서 나온 셈이었다. 분명 양 팀의 전력차는 분명했다.
태국과의 원정 경기 승리로 대표팀은 급할 불을 끌 수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했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 그 이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승을 통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대표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고 선수들과의 유대감도 다시 회복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아시안컵부터 좀처럼 하지 못한 무실점 경기를 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도 부담이 큰 상황에도 대표팀을 잘 이끌었다.
급한 불 끈 대표팀 하지만
하지만 대표팀에게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임시 감독 체제를 정식 감독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감독 선임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다음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에서는 신임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해야 한다.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누구가 이해할 수 있는 신임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 이는 땅에 떨어진 축구협회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다.
태국과의 홈경기에서 팬들은 분명하게 현 축구협회와 회장에 대한 불신의 여론을 드러냈다. 이번 승리로 그 여론이 쉽게 잠잠해질 상황이 아니다. 팬들은 축구협회의 거듭된 난맥상과 전 근대적인 운영에 대해 알고 있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회장의 독단으로 운영되는 축구협회의 행태를 유지하다면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아시안컵 부진과 협회의 문제에도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대표팀 경기에 관심을 보이는 건 축구에 대한 애정 때문이지 협회의 문제를 잊은 건 아니다.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크고 깊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 선수들 역시 국가대표가 가지는 무게와 가치를 다시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팬들은 대표팀에 열렬한 응원도 하지만, 그 수준이 한층 높아져 있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항상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태국과의 원정 경기 승리는 분위기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이전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무너진 시스템을 다시 회복하고 대표팀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과연 축구협회가 이에 필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다시 과거를 답습하려 한다면 이전과 다른 더 강한 역풍이 몰아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 : K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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