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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부진과 불성실한 업무 수행 등 이유로 해임된 이후 공석 중인 축구 남자 A 대표팀 감독 선임이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 사이 여러 후보들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고 일부는 확정적이라는 소식도 있었지만,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그 사이 유력 후보들은 하나 둘 다른 선택을 했다. 

감독을 확정 못한 대표팀은 계속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위해 임시 감독 체제를 가동했다. 한번은 황선홍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그 자리를 맡았고 6월 A 매치에는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대표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대표팀 감독이 이렇게 오랜 기간 공석인 사례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두 번이나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초래한 축구협회는 무능에 더해 무책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책임져야 하는 전력강화위원회는 그 역할이 모호하고 최근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더해졌다.

이는 감독 선임과 관련한 협상에 혼선을 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감독 선임이 이전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와 만찬가지로 회장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사회가 사실상 회장의 의사에 따라 결정만 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책임 회피, 자리 지키기 급급한 회장


이런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회장은 자기 정치를 하기 바쁜 모습이다. 정몽규 회장은 AFC 집행위원에 새롭게 선임되며 국제 축구 무대에서의 활동을 다시 본격화했다. 최근 축구 외교 부분에서 취약성을 노출했던 우리 축구에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 시점이 미묘하다.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회장 연임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AFC 집행위원 선임에 공을 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미 3번째 축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축구 팬들과 축구계 안팎의 거센 퇴진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있다. 아예 4번째 회장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한 분위기다.

이 시점에 그가 오너나 다름없는 HDC와 HDC 현대산업개발이 축구협회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건 의미심장하다. 스폰서 기업은 축구협회에 광고비 등 명목으로 자금 지원을 하게 된다. 이는 축구계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다. 물론, 그 자금은 자신의 개인 돈이 아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관련해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자신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실제 행동을 취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다. 결국, 회사 자금으로 축구협회 회장 자리를 지키려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최근 축구협회는 회장 출마에 있어 그 연령을 제한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상위기관은 대한 체육회의 규정에도 없는 일이다. FIFA 규정을 예로 들고 있지만, 명확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회장 선거 시 그와 맞설 수 있는 인사들의 출마 자체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련의 조치들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성과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저하에 큰 책임이 있는 회장이 자신의 자리르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이런 상황은 축구협회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파괴된 시스템과 아시안컵 실패


축구협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회장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 대표팀 운영에 있어 전력강화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하고 자율성이 있었지만, 그런 시스템이 현재는 파괴됐다. 이 시스템의 주최들은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직후 그 자리를 모두 떠났고 그 시스템을 유지하지 못했다. 대신 회장의 독단이 그 시스템을 대신했다. 단적으로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회장이 작품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세계 축구계에서도 신뢰를 잃은 인물이었고 긴 공백기도 있었다. 그는 과거 축구 스타로서의 명성을 기반으로 해설가와 각종 행사의 셀럽 등으로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최신 축구 전술이나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클린스만을 새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소식은 그의 모국인 독일의 언론들조차 의문을 표시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클린스만 감독은 애초 그가 밝힌 것과 달리 재택근무를 강행하며 주로 자신의 자택이 있는 외국에 머물다 대표팀 경기시에만 한국에 들어오는 행태를 반복했다. 이는 그을 보좌하는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당연히 축구팬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축구협회에서도 이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회장의 비호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대표팀 운영 방식에도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비판이 잦아들었겠지만,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고전했다. 16강과 8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연출했지만, 감독의 역량보다는 선수들이 합심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는 4강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을 철저히 분석한 요르단은 내용면에서도 대표팀을 압도했고 대표팀은 요르단에 0 : 2로 완패했다. 한 수 아래 팀들에게 당한 충격적인 패배였다. 우리 축구 역사상 최고 스타인 손흥민과의 마지막 아시안컵은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당연히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났다. 클린스만 감독 퇴진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와 함께 정몽규 회장에 대한 퇴진 여론도 함께 일어났다. 축구협회는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장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시전에 터진 아시안컵 기간 선수들의 갈등을 자신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시키는 용도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개편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고 정작 책임질 사람은 남는 상황은 그대로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축구계에서 그동안 있었던 회장의 독단과 무능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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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도 건재한 회장 라인


결국, 소 잃고 외앙간도 고치지 못한 축구협회의 무능은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남자 축구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인도네시아와의 8강전 패배와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또 다른 충격으로 이어졌다. A 대표팀 임시감독을 역임했던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차기 A 대표팀 감독의 유력한 후보였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와 함께 더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축구 협회의 본질을 바뀌지 않고 있다. 회장 측근 인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축구협회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대부분 비주류 인사들로 축구협회와는 거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축구계에서 나름 발언권이 있는 이들도 침묵했다.

사실 축구협회 독단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단행된 축구계 대사면과 관련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이 다수 포함됐음에도 누구도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철회되긴 했지만, 잘못된 결정에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자정 기능성이 축구협회에 없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속적인 파행과 부진에도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연결되고 있다. 현 분위기라면 정몽규 회장의 회장 4연임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다만, 악화한 여론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에 대한 승인을 보류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렇다 해도 축구계 내부에서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국가대표팀 운영의 정상화 전망을 어둡게 한다. 

더 아쉬운 점은 축구계에서도 큰 인지도가 있고 축구 팬들에게도 긍정 이미지가 있는 인사들도 회장의 독단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은 축구계에서 나름 입지가 있고 방송 출연 등으로 부와 명예도 얻었지만, 정작 축구협회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부조리에 편승하는 이들도 있고 축구인과는 거리가 먼 예능인의 삶을 사는 이들도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해외 리그에서 경험치를 쌓았고 축구의 흐름도 파악할 기회가 있었지만, 어느새 기득권화된 고인물이 된 느낌이다. 

이는 축구협회가 자정 작용을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힘 있고 재력이 있는 회장 선임이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이제 축구협회는 충분히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막대한 스폰서십 계약을 할 수 있고 A 매치가 각종 마케팅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행정은 여전히 전 근대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하다. 특정 기업의 독점 구조도 여전하다. 그 속에서 부조리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구조화되고 어렵게 만든 선진 시스템도 무너졌다. 이에 대해 책임지는 이도 없다.

 

 

AI 생성 이미지

 




표류하는 국가대표팀 구태 벗지 못하는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난맥상은 현재 축구협회의 무능과 무책임을 상징하는 일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세계의 많은 감독이 한국에 관심을 가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이를 꺼려하는 흐름이 분명하다. 손흥민을 포함한 다수의 유럽 빅 리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유력한 한국임을 고려하면 분명 관심을 가질만하지만, 일련의 여러 사태들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우리 축구의 위상 추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빅네임 감독 선임 가능성도 돌고 있지만, 현재 축구협회와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서 감독의 명성만으로 침체한 대표팀이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 사이 수월한 상대로 여겼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경기력을 향상시키며 무시할 수 없는 상대가 되고 있다. 이미 중동 국가들 상당수는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일본과의 수준차는 더 커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크게 확대한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무난해 보이지만, 아시안컵의 경기력이라면 불안감을 피할 수 없다. 본선에 진출한다 해도 원하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만은 분명하다. 이는 축구인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 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수록 축구팬들과 축구협회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이고 A 매치 승리로 무마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신뢰 하락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표류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상황은 언제 정상화될 수 있을지 여전히 자리 보존에만 급급한 회장과 개혁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협회와 축구계 인사들의 모습 속에서 축구팬들의 걱정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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