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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이 6월 11일 마무리됐다. A 대표팀은 2차 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모두 무실점 완승을 하며 5승 1무, 조 1위로 최종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대표팀 싱가포르 원정에서 7 : 0 대승에 이어 홈에서 열린 2차 예선 중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 : 0으로 승리했다.

점수 차는 근소했지만, 대표팀은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나선 중국을 시종일관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대표팀은 일방적인 우세에도 골이 터지지 않아 초조할 수 있는 흐름에 교체 카드가 적중하며 기다리던 득점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후반전 아껴두었던 공격수 주민규를 교체 카드로 꺼내 들었고 공교롭게도 그가 경기장에 들어서는 시점에 이강인의 골이 나왔다. 

손흥민이 중국 우측면을 돌파한 후 페널티 박스로 빠르게 보낸 땅볼 크로스가 마침 문전으로 향하던 이강인의 발에 걸렸다. 그전 주민규가 중국 수비수 한 명을 달고 이동하며 공간을 확보한 것이 골에 큰 도움이 됐다. 대표팀은 이 골 이후에도 추가 골을 노렸지만, 중국은 지고 있는 상황에도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표팀은 남은 시간을 무리한 플레이보다는 관리하는 플레이를 했고 1 : 0 승리를 완성했다.

 

 

 




많은 변화 있었던 선발 라인업


중국과의 홈경기에서 대표팀은 모처럼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의 3톱을 가동하며 공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미드필더는 이번 최종 예선 마지막 2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에 복귀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중심으로 이재성, 황인범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

부상으로 빠진 김민재와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중앙 수비수에는 권경원과 조유민이 나섰다. 두 선수는 그동안 김민재와 김영권의 백업 역할이었지만, 2차 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선발 출전하며 중앙 수비진을 책임졌다. 두 선수는 중국이 워낙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긴 했지만,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중국이 귀화 선수를 중심으로 가끔 나오는 공격 시 날카로움이 있었지만, 중앙 수비수들의 대처가 잘 이루어졌다. 

이들 외 좌우 풀백은 김진수와 박승욱이 A 매치에서 처음으로 함께 플레이를 했다. 대표팀은 부상 등 이유로 수비진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최종 예선 2경기 무실점 경기로 우려를 덜었다. 강한 몸싸움 능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베테랑 미드필더 정우영의 가세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밖에 대표팀은 싱가포르전에서 A 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배준호라는 차세대 공격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도 있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부 리그에서 활약한 배준호는 마치 손흥민을 연상하게 하는 돌파력과 슈팅 능력에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이에 손흥민 이후를 서서히 고민해야 할 대표팀에게는 재능 있는 미래 공격수 자원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 될 수 있다. 

 

 

 




배준호 그리고 주민규


배준호가 떠오르는 별이라면 2차 예선에서 재발견된 선수도 있었다. K 리그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인 주민규가 그 주인공이다. 주민규는 K 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에도 해외파를 중용하는 A 대표팀 감독들의 성향으로 인해 대표팀 선발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국내 감독이 임시 감독이 되면서 마침내 A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었다. 

주민규는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주민규는 뛰어난 골 키핑과 몸싸움 능력, 패싱과 슈팅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조규성의 경기력 저하와 부진으로 대안이 필요했던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가능성을 보였다. 싱가포르전에서 주민규는 상대가 약체이긴 했지만, 1골 도움 3개로 큰 활약을 했다. 필요할 때 수비를 등지고 공을 지켜내는 능력이 탁월했고 기회를 만들어 주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주민규가 교체 출전한 직후 대표팀의 결승골이 나왔다. 주민규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후반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믿음직한 플레이를 했다. 34살 늦은 나이에 대표팀 꿈을 이룬 주민규지만, 앞으로 있을 3차 예선에도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 예선 2경기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할 점은 손흥민의 공격적인 플레이다.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자신에 대한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역 이용해 여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많이 했다. 물론, 가장 많은 골을 넣긴 했지만, 소속팀 경기와는 달리 자신의 공격 성향을 조금은 숨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2경기에서 손흥민은 매우 적극적인 돌파와 슈팅 시도를 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2명 이상의 수비가 붙는 상황에서 절묘한 드리블 돌파로 이를 이겨내는 화려한 개인기도 선보였다. 중국의 수비진은 손흥민에 막기에 힘겨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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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도발에 적극 대응한 손흥민


이런 플레이에 더해 손흥민은 경기 중 자신을 향한 중국 응원단의 야유에 손가락으로 3 : 0을 표시하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이미 한국이 중국을 원정에서 3 : 0으로 승리했음을 의미할 수도, 이번 경기에서 3 : 0으로 이기겠다는 의미도 될 수 있었다. 손흥민은 보통 상대를 자극하는 세리머니나 제스처를 자제하는 선수였지만, 한국의 홈경기에서 중국 관중들의 도발에 대해서는 매우 단호하게 대처했다.

이는 홈 관중에 대한 일종의 팬 서비스 일 수도 있었고 대표팀 주장으로 선수들에게 상대 도발에 절대 흔들리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일 수도 있었다. 실제 중국은 많은 원정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았고 거친 플레이로 나섰다. 과거와 같이 노골적인 반칙을 일삼는 소림 축구는 아니었지만, 수비 시 위협적인 플레이가 곳곳에서 나왔다.

중국은 자력으로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하기 위해 무승부 이상의 결과가 필요했다. 만약, 패한다면 중국은 조 2위 경쟁을 하는 태국과 싱가포르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태국이 싱가포르를 크게 이긴다면 중국의 3차 예선 통과의 희망을 사라질 수 있었다. 중국이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나선 중요한 이유였다. 

중국은 한 골을 먼저 허용한 이후에서 쉽게 공격 비중을 높이지 못했고 자칫 추가 골을 허용하면 2차 예선 통과의 희망이 그나마도 더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물론, 위험 부담이 큰 경기 운영이었지만, 중국의 선택을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태국은 싱가포르와의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3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지만, 3 : 1로 승리하며 중국에 3차 예선 진출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중국으로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긴 했지만, 부끄러운 2차 예선이었다. 

 

 

 




여전한 감독 공백 상태


대표팀은 2차 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경기력이 회복한 모습을 보였지만,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계속되는 감독 공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모두 임시 감독 체제로 경기를 했다. 한번은 황선홍 전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번에는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이 그 역할을 했다. 상대팀들이 강하지 않았던 탓에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축구 협회는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을 했지만, 유력 후보들과의 계약이 계속 무산됐다. 수차례 한국행을 원했던 귀네슈 전 터키 대표팀 감독은 터키 현지 매체에서 계약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축구 협회가 이를 부인하며 헤프닝이 됐다. 70살이 넘은 그의 나이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보다는 축구 협회 회장의 원하지 않는 인사였다.

축구 협회는 결국 올해 2월 이후 여름이 되도록 허송세월 보냈다. 임시 감독 체제가 계속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 사이 축구 협회 회장은 자신의 4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도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구 감독 선임을 주도하는 전력 강화위원회는 결정 권한이 없음이 드러났다. 결국, 회장의 시급한 현안에 대표팀 감독 선임이 뒷전에 밀린 모양새다.

물론, 빅 리그 일정이 마무리되고 감독 후보군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고 이전에 없었던 빅네임 감독 선임설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 부재의 장기화는 대표팀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대표팀은 최종 예선 마지막 4경기 역시 과거 아시안컵 때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합심해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런 비정상적 상황에도 아시안컵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사라지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치유와 회복의 과정에서 협회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미룰 수 없는 비정상의 정상화


이제 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진출을 위한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본선 진출 문도 크게 넓어졌다. 3차 예선은 총 18개국이 6개국씩 3개로 나뉘어 예선 라운드를 펼치고 그중 각조 1, 2위가 본선이 바로 진출할 수 있다. 대표팀은 중국전 승리와 합께 FIFA 아시아 랭킹 3위를 유지하며 3차예선 시드를 확보했다. 까다로운 상대 이란과 일본을 3차 예선에서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조 추첨에 따라 까다로운 중동팀이 다수 같은 조에 편성될 수 있고 경기력을 떠나 부담이 큰 상대인 북한과의 경쟁도 할 수 있다. 아시아의 강호 호주도 같은 조에 속할 수 있다. 아시아의 본선 진출 문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조 편성에 따라 그 길이 험난해질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대표팀 운영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하는 이유다. 신임 감독은 빠르게 상대 팀들을 분석해야 하고 최적의 대표팀 구성을 해야 한다. 감독의 축구 색깔이 입혀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더는 미룰 수 없다. 비정상의 상황이 길어지는 건 선수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분명한 건 3차 예선 상대들은 2차 예선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급한 불을 끈 대표팀이지만, 앞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축구팬들은 더 이상 축구 협회의 무능과 무책임에 인내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제는 일하는 축구 협회가 돼야 한다. 



사진 : KFA,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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