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시즌을 앞둔 신인 선수 지명에서 KIA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당시는 연고지 우선 지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였고 마침 KIA는 해당 연고지에 특급 신인 2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지명의 기회는 단 한 번으로 KIA는 누군가를 지명해야 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150킬로가 넘는 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 자원인 문동주와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었던 대형 내야수 유망주 김도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당연히 150킬로의 강속구가 있고 경기 운영 능력을 겸비한 완성한 투수에 눈길이 가겠지만, 김도영의 재능이 매우 뛰어났다. KIA의 선택은 김도영이었다.
KIA는 부족한 내야진의 뎁스를 강화해야 했고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이에 문동주는 연고지와 상관없이 1차 지명을 할 수 있는 하위권 팀의 혜택을 가지고 있었던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KIA 팬들로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일각에서는 문동주를 지명하지 않는 KIA 구단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는 자칫 김도영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150킬로 유망주 대신 선택받았다는 건 그 잠재력을 인정받은 것이지만, 결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150킬로 유망주 투수를 대신했던 선택
2022 시즌 김도영은 시범경기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크게 주목받았다. 당연히 신인왕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한화에 입단한 입단 동기 문동주와 자연스럽게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김도영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를 철저히 분석한 상대팀은 집요하게 김도영의 약점을 공략했고 김도영은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수비도 불안감을 노출했다.
KIA는 김도영이 공수를 겸비한 대형 유격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고 기존 주전 유격수 박찬호를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런 기대와 달리 김도영의 프로의 매운맛을 제대로 느끼며 2군에서 상당 기간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다.
2022 시즌 김도영은 1군에서 103경기 출전했고 0.237의 타율에 53안타 19타점, 도루 13개를 기록했다. 프로 입단 첫 시즌 성적임을 고려하면 결코 나쁘다 할 수 없지만, 김도영에 대한 기대치를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타격에서 삼진 비율이 높았고 강점인 콘택트 능력도 잘 보이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수비 부담이 덜한 3루수로 위치를 변경했지만, 13개의 실책으로 안정감이 떨어졌다.
당연히 신인 지명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도영과 비교되는 대상인 문동주가 부상 재할 등으로 2022 시즌 거의 1군 등판이 없었다는 점이 비교를 어렵게 했다. 김도영과 문동주에 대한 평가는 2023 시즌 분명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2023 시즌 두 선수는 각자의 팀에서 주전으로 거듭났다. 문동주는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선발 투수로 그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등 국제 경기에서도 경쟁력을 보이며 향후 국가대표 에이스로의 성장 가능성도 보였다.
데뷔 2년차 잠재력을 입증, 3년차 대 폭발
김도영도 이전 시즌보다 크게 발전한 경기력으로 시즌을 보냈다. 공. 수에서 모두 완성도 있는 선수가 됐다. 공격에서 각종 세부 지표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그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매우 공격적이고 허슬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는 경기 스타일은 팬들을 매료시켰지만, 부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이에 김도영은 정규 시즌에서 84경기만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도영은 3할이 넘는 타율에 100안타를 넘게 때려냈고 도루도 25개를 기록하며 테이블 세터로서 능력을 보였다. 수비에서 다소 많은 13개의 실책이 있었지만, 데뷔 2년 차 선수로서는 큰 발전이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김도영은 자신에 대한 의문을 떨치고 주전 3루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2024 시즌 김도영은 4월 들어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3월에 주춤했던 김도영은 4월 23일까지 9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이 부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타율은 물론이고 타점과 득점, 안타 등 다른 부분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도루도 이미 10개를 돌파했다. 수비에서 쉬운 타구에 실책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지만, 이전 시즌보다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김도영은 KIA가 입단 당시 기대했던 5툴 플레이어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5툴 플레이어는 야구에서 야수가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파워와 콘택트 능력, 스피드, 수비와 송구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를 지칭한다. 김도영은 수비에서 아직 부족함이 보이기도 하지만, 공격에서만큼은 5툴 플레이어라는 말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경기력이다. 특히,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홈런 생산 능력은 놀랍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도영이 내야수라는 점은 그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는 요소다.
KIA는 2024 시즌전 전 단장과 감독의 비리와 관련한 형사 사건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중심 타자 나성범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1위로 순항하고 있다. 시즌 전 우승후보라는 전망을 아직까지는 결과로 보여주는 KIA다. 경기 내용에서도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투. 타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고 두꺼운 선수 뎁스로 부상 선수 발생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형적인 강팀의 모습이다.
한층 높아진 위상, 부상 주의
김도영은 이런 KIA의 핵심 선수다. 프로 3년 차에 완전히 야구에 눈을 뜬 모습이다. 한층 경기에 여유가 생겼다. 이는 김도영의 올 시즌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소속팀이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며 이기는 경기가 많다는 점도 김도영에게는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도영의 올 시즌 대활약과 달리 계속 비교될 수 있는 상대 문동주는 올 시즌 초반 다소 고전하고 있다. 문동주는 5경기 선발 등판에 1승에 머물고 있고 방어율은 6점대로 부진하다. 지난 시즌 국제대회 출전으로 예상보다 투구 이닝이 많았고 시즌 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늦어진 점도 있지만, 아직은 기대와 다른 문동주의 시즌 초반이다.
문동주와의 비교를 떠나 김도영은 이제 KIA 내야진의 핵심 선수다. 그가 없는 KIA의 라인업을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김도영을 시작으로 박찬호, 김선빈으로 이어지는 KIA의 내야진은 뛰어난 공격력을 겸비한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테이블 세터진을 강화하고 하위 타선까지 강하게 만들었다. KIA가 올 시즌도 선수 부상이 발생하는 상황에도 선두를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김도영에 대한 분석은 한층 더 철저해질 수 있고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 부담도 가중된다. 또한, 김도영에게 매 시즌 찾아오는 부상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김도영은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고 이는 과감한 슬라이딩을 마다하지 않게 한다.
이런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는 그의 장점이고 팬들을 열광하는 한다. 스타성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부상의 중요한 원인이다. 그는 이미 수차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플레이가 위축되지 말아야 하고 의욕과 투쟁심은 프로선수에게 중요한 덕목이지만, 부상을 초래하는 과잉 의욕은 경계해야 한다.
김도영으로서는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또 다른 목표를 항상 마음속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분명한 건 김도영에 대해 경기력적인 측면 인전에 부상을 걱정할 정도로 그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5툴 플레이어의 능력을 시즌 내내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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