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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프로야구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롯데와 KT의 순위 바꿈이 있었다. 주말 3연전에서 만난 두 팀은 롯데가 2승 1무로 KT를 압도했고 롯데는 최하위를 KT에 넘겨주고 9위로 올라섰다. 이제 겨우 3할 승률을 넘어섰고 5위권과의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롯데에게 지난주말 KT와의 3연전은 시즌 첫 3연승이라는 성과와 함께 시즌 초반 무기력증을 벗어날 계기를 마련해 준 시간이었다. 

롯데의 3연승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승리하는 경기 모두 치열한 접전이었다.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불펜진의 불안감도 여전했다. 다만, 집단 슬럼프 조짐을 보였던 타선이 집중력을 회복하는 등 생산력을 발휘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시즌 초반 롯데의 극심한 부진에 있어 큰 원인이었던 팀 타선이 침체를 벗어났다는 점도 주말 3연전의 큰 성과였다.

이런 롯데 타선의 반등에 있어 중심 선수는 단연 외야수 황성빈이다. 황성빈은 롯데의 3연승 기간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가 출루하면 거의 득점이 이루어졌고 KT와의 일요일 더블헤더에서는 홈런 3개를 몰아치며 해결사 역할까지 했다. 이전까지 프로 통산 홈런 1개에 불과했던 황성빈의 홈런 3방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롯데 탈꼴찌 이끈 황성빈의 대활약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롯데는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 초 6실점하며 3 : 6으로 밀리는 경기를 7회 말 6득점으로 9 : 9 동점으로 만드는 괴력을 발휘하며 9 : 9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이 경기에서 황성빈은 KT 에이스 쿠에바스에게 솔로 홈런 2방을 때려내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쿠에바스는 예상치 못한 홈런 허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또한, 7회 말 6득점은 황성빈의 안타 출루가 그 시작이었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황성빈은 팀의 3 : 2 리드를 5 : 2 리드로 바꾸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그에 앞서 황성빈은 1회 말 선취 1타점 적시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황성빈의 2안타 3타점 2득점은 롯데의 7 : 5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그가 선발 좌익수 겸 테이블 세터로 선발 출전한 최근 4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 반전했다. 황성빈은 그 경기에서 2안타 이상의 멀티 안타를 때려냈다. 여기에 도루 2개를 포함해 상대 내야진을 흔드는 활발한 주루 플레이와 기동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팀 공격에 큰 활력소가 됐다. 최근 롯데 타선이 다시 활력을 되찾은 데는 황성빈의 비중이 매우 크다. 

이런 활약과 함께 황성빈은 야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롯데 팬들의 그에 대한 응원 열기가 뜨거워지기도 했지만, 그의 경기 중 모습들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빈은 매 경기 매우 강한 투쟁심을 보여주고 있고 큰 제스처와 독특한 루틴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이 때로는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KIA 베테랑 투수 양현종이 1루 주자로 나가 요란한 몸짓을 하는 그에게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다른 선수들의 황성빈 패러디와 함께 화제가 됐다. 롯데가 8연패를 끊은 LG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황성빈이 느리게 타석에 들어서면서 LG 선발 투수 켈리를 자극했고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황성빈의 매너와 관련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황성빈으로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황성빈은 오히려 자신에 대한 관심을 긍정적인 자극제로 삼았다. 롯데 팬들은 황성빈에게 더 뜨거운 응원을 하며 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4월 21일 KT와의 더블헤더 2차전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황성빈은 팬들의 큰 응원에 눈물을 보이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눈물은 올 시즌 그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프로입단 후 순탄하지 않았던 선수 이력도 일정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황성빈으로서는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자신에 대한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는 건 프로 입단 후 처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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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늦은 프로야구 선수 이력 시작 


황성빈은 대졸 선수로 2020 시즌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야구 선수로 이력을 시작했다. 황성빈은 프로 입단 후 얼마 안 가 바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했고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대졸 선수에 병역의무 이행까지 황성빈은 프로야구 선수로 그 출발이 매우 늦었다. 

하지만 제대 후 맞이한 첫 시즌인 2022 시즌 황성빈은 1군 외야수로 당당히 자리했다. 황성빈은 2022 시즌 1군에서 102경기에 출전했고 0.294의 타율에 94안타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 시즌을 보냈다. 황성빈은 롯데에 부족한 기동력 야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로 큰 주목을 받았고 잠재력을 보였다. 이전 롯데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기습번트 등 다양한 공격 옵션에 상대에 큰 위협이 되는 빠른 발은 큰 장점이었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로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삼진이 많고 수비에서 기복이 있었다. 도루에서 많은 도루 실패로 야구 센스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프로 입단 후 실전 경기까지 긴 공백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다음 시즌에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2023 시즌 황성빈은 기대와 달리 부진했다. 그 역시 2년 차 징크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롯데 외야진에는 윤동희와 김민석이라는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황성빈의 팀 내 입지는 크게 줄었다. 지난 시즌 황성빈은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 선수가 됐다. 1군 경기 출전 수도 74경기로 급감했다. 여기에 2024 시즌 후 롯데는 전문 외야수인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를 영입했다. 

2024 시즌 롯데 외야진은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를 중심으로 국가대표 외야수가 된 윤동희, 뛰어난 타격 재능을 데뷔 시즌에 입증한 김민석, 베테랑 전준우를 축으로 재편됐다. 황성빈은 1군 외야 백업 선수 경쟁을 해야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개막전 엔트리 진입도 어려울 수 있었다. 

황성빈은 올 시즌 힘겹게 1군 외야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했지만,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황성빈은 시즌 초반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 타석에 설 기회는 많지 않았다. 황성빈이 이런 상황에 의기소침했다면 그의 최근 반전은 없었겠지만, 황성빈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황성빈은 이전과 달리 높은 도루 성공률로 롯데 기동력 야구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한정된 기회에서 황성빈은 분명한 존재감을 보였다. 

 

 




어렵게 다시 잡은 기회 


이런 황성빈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 타선의 부진과 주력 선수의 부상은 외야진의 대안 모색을 불가피하게 했고 황성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황성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성빈은 전문 대주자 요원에서 확실한 외야 주전이 됐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외야의 김민석, 고승민 등이 제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황성빈의 활약은 주전 외야수 경쟁에서 그를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황성빈은 자신에 대한 논란에도 흔들림이 없고 오히려 더 경기에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수비 역시 안정적이다. 주루 플레이는 한층 더 자신감이 붙었고 상대 팀에게는 매우 성가신 존재가 됐다. 무엇보다 황성빈이 타석에 서면 뭔가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크게 다른 점이다.

이전에 황성빈은 기습 번트 등 잔재주로 플레이를 만들어가려 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최근 황성빈은 타격에서도 자신감이 생겼고 힘을 싣는 타격을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지난 주말 더블헤더 3개의 홈런으로 연결됐다. 황성빈 같은 빠른 주자의 출루는 레이예스, 전준우 등 중심 타자들에게 많은 득점 기회로 이어지고 타선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황성빈은 딱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김태형 감독의 두산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도 두산 외야의 중심을 이루는 정수빈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김태형 감독 역시 황성빈을 크게 중용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팀 타선의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자주 엔트리를 변경하는 등의 변화를 지속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황성빈은 그런 변화 속에서 그 입지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 현재 트레이드 영입 이후 내야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손호영과 함께 롯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 명인 황성빈을 기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도 하다. 황성빈 역시 어렵게 다시 잡은 주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기세다.

특히, 이전에는 무조건 앞뒤 안 가리고 열심히 하기만 했던 그였지만, 올 시즌에는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면서 야구에 일정 눈을 뜬 모습을 보인다는 게 긍정적이다. 황성빈은 올 시즌 자신의 약점이었던 부족한 선구안을 보완했고 낮은 출루율을 끌어올렸다. 실속이 없었던 도루 성공률도 매우 높다. 또한, 활기찬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업 시킬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황성빈의 가치는 크다. 

 

 

 




롯데가 원했던 테이블 세터


올 시즌 황성빈의 모습은 롯데에서 그동안 찾아 헤맸던 다재다능한 테이블 세터 그 자체다. 빠른 스피드에 도루 등 주루 플레이에 능하고 일정 출루율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는 롯데의 마지막 우승 시즌인 1992 시즌 주역이었던 전준호 이후 최근 롯데에 없었다. 

그동안 롯데는 출루와 장타율을 중시하는 OPS 야구를 했지만, 정작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결정력을 가진 타자가 부족했다. 정작 OPS 야구를 추구하면서 홈구장 펜스를 높이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부족한 장타력을 보충할 기동력 야구는 그런 야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 자원 부족으로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 

올 시즌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보다 공격적인 타격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즌 초반 그런 야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팀 성적 부진이 겹치며 선수들의 플레이는 더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여러 처방도 잘 통하지 않으면서 최하위권 추락은 불가피했다. 

이런 롯데에 황성빈은 반등의 엔진이 되고 있다. 뭔가 기대감을 주는 선수의 등장은 팀 전체 분위기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무색무취의 야구를 했던 롯데에게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선수는 긍정의 자극제가 될 수 있고 현재까지 그렇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롯데 마운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타선의 생산력은 롯데의 하위권 탈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황성빈은 그런 타선의 생산력을 유지해줄 엔진이기도 하다.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먼 거리를 돌아온 황성빈이다. 늦게 시작한 프로야구 선수 커리어지만, 올 시즌 황성빈은 그 존재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다. 황성빈 역시 올 시즌 누구보다 절실함으로 가득하다. 

황성빈이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만약 황성빈이 풀 타임 외야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 타선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황성빈의 활약을 지켜보는 건 롯데  팬들의 올 시즌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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