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중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현 두산 감독인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KBO와 리그와 일본 리그를 오가며 리그 최고 홈런 타자로 활약했다. 이승엽의 가치는 리그에서의 활약과 함께 국가대표로 국제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때려내는 클러치 능력으로 더 극대화됐다. 특히,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야구 4강전 역전 홈런은 우리 야구사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이승엽에 이어 홈런왕의 계보를 이어간 선수는 박병호다. 박병호는 이승엽도 해내지 못한 3시즌 연속 40홈런 이상을 달성했고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력도 있다. 최근 파워가 이전보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노쇠화가 분명해지고 있지만, 리그 홈런왕의 역사를 이어간 선수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 최정이 2024년 4월 24일 KBO 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최정은 롯데와의 원정 경기에서 사직 구장의 좌측 펜스를 넘기는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 홈런은 아울러 그의 프로 통산 468호 홈런이었다. 이는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가지고 있었던 KBO 리그 통산 홈런 기록 467개를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물론,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리그에서 홈런 타자로 활약했고 개인 통산 홈런 기록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최정은 KBO 리그 선수로 소속팀 SSG의 원클럽 맨으로 활약하며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최정의 홈런 신기록은 이미 시즌 전부터 그 달성 시기가 문제일 뿐 올 시즌 예정된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 몸 맞는 공으로 인한 부상으로 그 시점이 크게 늦어질 우려도 있었다. 자칫 부상이 크다면 상당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최정은 얼마간의 휴식 후 경기에 복귀했고 대기록을 빠르게 달성했다.
마침내 달성한 통산 468호 홈런
그의 프로 통산 468호 홈런이 나오지 사직 야구장의 모든 관중들은 그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롯데 구단 역시 그의 신기록과 관련한 세리머니의 이벤트를 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롯데 주장 전준우도 그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했다. 올 시즌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SSG의 주장인 추신수와 롯데 주장 전준우와 최정이 함께 한 기념사진 촬영 장면은 훈훈한 장면이었다. 이 홈런과 함께 SSG는 치열한 타격전 끝에 롯데에 12 : 7로 승리했고 최정 기록의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
이런 대기록을 작성한 최정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최정은 거의 매 시즌 큰 기복 없이 홈런을 쌓아왔다. 그는 데뷔 시즌인 2005 시즌을 제외하고 2006 시즌부터 2023 시즌까지 모든 시즌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것도 대부분 20홈런 이상이었다.
그의 이런 홈런 생산이 더 가치 있었던 건 수비 부담이 큰 3루수로 활약하면서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최정은 프로 입단 후 수비 불안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지션 전환 등을 고려할 수 있었지만, 최정은 3루수 자리를 지켰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 극한의 훈련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과의 만남은 최정이 수비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로 거듭나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됐다.
홈런 때리는 3루수의 존재는 팀 라인업 운영에서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최정의 존재는 과거 SK 와이번스가 왕조 시대를 열었던 중요한 요인이었고 SSG가 상위권 팀의 자리를 지키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정은 꾸준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부상 이슈 없이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내구성이 큰 장점이다. 이는 그가 통산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또한, 최정은 장타력을 앞세운 빅볼 야구를 하는 SSG가 홈런 공장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했다. 그가 홈런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최정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홈런 생산력을 유지 중이다. SSG가 상. 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홈런을 양산하지만, 20년 가까운 세월 한결같았던 최정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최정은 홈런 타자뿐만 아니라 강한 의지의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그의 장타를 경계해 상대 투수들이 과감한 몸 쪽 승부를 자주 하는 와중에서 물러섬이 없었다. 덕분에 최정은 리그에서 가장 몸 맞는 공이 많은 타자 선두를 매 시즌 다투고 있다. 그로 인해 부상도 있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몸 맞는 공에 자주 노출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지만, 최정은 그 반대였다. 이는 그의 홈런이 타격 재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계속될 홈런 공장장의 홈런 생산
최정의 홈런 신기록은 아직 진행형이다. 최정은 올 시즌도 강력한 홈런왕 후보다. 지난 시즌 노시환이 홈런왕에 오르며 홈런왕의 세대교체 가능성을 높였지만, 올 시즌 노시환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 사이 홈런 공장의 중심인 SSG 최정과 한유섬 두 베테랑이 홈런 부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SSG는 최정과 한유섬 두 베테랑 거포가 이끄는 타선이 팀 홈런 1위를 이끌고 있고 순도 높은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SSG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타선의 활약을 바탕으로 상위권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정과 한유섬은 여전히 그 중심이다. 두 선수는 모두 SSG와 장기 계약을 하면서 팀의 레전드 자리를 예약한 상황이다. 두 선수를 빼놓고 SSG의 타선을 생각할 수 없다.
이에 최정의 꾸준한 홈런 생산은 SSG의 중요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다. 최정의 홈런은 그만큼 가치가 크다 할 수 있다. 최정은 신기록 달성이라는 부담을 덜은 만큼 홈런 생산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각을 크게 높인 최정 특유의 스윙은 여전히 호쾌하게 돌아가고 있고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다는 점도 최정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이제 관심은 최정이 얼마나 올 시즌 통산 홈런 기록을 더 쌓을지다. 그의 홈런 페이스의 꾸준함을 고려하면 통산 500호도 내년 시즌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인다.
어느 분야에서나 오랜 세월 꾸준함을 유지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운동선수는 더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야구 선수들이 체계적인 관리로 전성기 기간이 길어진다고 하지만, 기본적이 파워가 필수적인 홈런 타자라면 꾸준함의 유지는 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최정은 그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의 예는 앞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될 수 있다.
사진 : SSG 랜더스 ,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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