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대 SK 5월 27일] 맞춤 라인업 실패, 연승도 실패 롯데

SK 에이스 김광현의 벽을 넘지 못한 롯데가 4연승에 실패했고 SK는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워 5연패를 끊었다. 5월 27일 롯데와 SK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는 선발 김광현과 불펜진이 롯데 타선을 꽁꽁 묶은 SK의 6 : 0 완승이었다. 김광현은 타격감이 최고조에 있는 롯데 타선을 맞이해 6이닝 6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시즌 6승에 성공했다.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보였던 부진을 씻어냈고 연패를 끊은 귀중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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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호투와 더불어 SK는 팀 타선이 필요할 때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김광현의 호투를 뒷받침했다. SK는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간판타자 최정을 2군으로 내리고 대폭적인 선발 라인업 변화를 한 것이 적중했다. 이명기, 조동화가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하고 최근 경기에서 1번 타자로 나섰던 박재상을 3번 타순에 배치했다. 여기에 브라운을 지명타자로 타격감이 좋은 포수 정상호를 6번 타순에, 베테랑 박진만과 나주환을 각각 유격수와 2루수로 기용했다.

이 변화를 통해 SK는 연패 중인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약점이 수비를 안정을 함께 노렸다. 3번 타자로 기용된 박재상은 1회 말 선제 솔로 홈런과 2회 초 실점을 막는 멋진 홈 송구로 공. 수에서 큰 역할을 했다. 지명타자로 기용돼 수비 부담을 던 브라운 역시 2안타로 활약했다. 3, 4번 타자의 활약은 5번 타자 박정권의 방망이도 춤추게 했다. 박정권은 솔로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팀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6번 정상호는 안정된 투수 리드와 더불어 8회 말 쐐기 타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붙박이 선발 가능성 높인 롯데 구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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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SK가 변화를 통해 승리 해법을 찾았다면 롯데는 그 반대였다. 롯데는 SK 선발이 좌완 김광현임을 고려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전날 경기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한 손아섭일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우타자 8명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킨 맞춤형 라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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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이 빼진 테이블 세터진은 정훈과 김민하 두 우타자로 구성됐다. ​1루수는 좌타자 박종윤 대신 우타자인 신예 오윤석을 기용했다.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는 3번 타순의 아두치뿐이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롯데 타선은 상대 에이스에 크게 고전했다. 롯데는 SK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며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권에서 결정력이 아쉬웠다. 마치 권투에서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고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롯데 타선은 김광현의 슬라이더 유인구에 번번이 방망이를 내며 삼진, 범타로 물러났다. 당연히 잔루만 쌓이고 득점은 없었다. 김광현이 물러난 경기 후반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롯데는 팀 6안타에 그치며 잠잠했다. 3번 타자 아두치와 5번 타자 강민호가 각각 2안타로 분전했지만, 응답 없는 메아리 같은 활약이었다.

좌완 선발에 대비한 정훈, 김민하 테이블 세테진은 무안타로 침묵했고 박종윤을 대신해 1루수로 기용된 오윤석 역시 경험 많은 상대 투수의 공을 공략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특히, 0 : 2로 뒤지던 6회 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한 장면에서 경기의 승패를 사실상 가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기회에서 롯데는 오승택의 보내기 번트 실패에 이어 2사 1, 3루에서 꺼내든 대타 황재균 카드마저 실패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위기를 넘긴 SK는 6회 말 2점을 추가 득점하며 연패 탈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 장면에서도 롯데는 좌.우 타자, 투수 공식을 적용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롯데는 2사 1, 2루에서 그때까지 비교적 호투하던 선발 구승민 대신 좌완 불펜 강영식을 기용했다. 상대 타자가 좌타자 박정권이고 그가 구승민을 상대로 4회 말 홈런을 때려냈다는 점을 고려했지만, 박정권을 강영식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롯데의 선택을 머쓱하게 했다. 이 한 방으로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롯데는 이후 3명의 불펜 투수를 더 투입하며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SK는 8회 말 추가 2득점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무사 1, 2루에서 정상호의 보내기 번트 실패 이후 강공이 적시 안타로 이어지는 행운이 함께 한 득점이었다. SK는 타선의 효과적인 득점 지원과 더불어 7회부터 문광은, 정우람, 윤길현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의 완벽투로 팀 승리를 지켰다. 모처럼 보인 투.타의 조화였다. 

롯데는 패했지만, 선발 구승민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큰 성과였다. 프로 데뷔 첫 1군 선발 등판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던 구승민은 5.2이닝 4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4실점 투구로 패전을 기록했지만,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4실점 중 2실점은 그가 남겨둔 주자를 불펜이 막아주지 못하면서 실점한 것이었다.

 (좌투수 상대로도 2안타 분전, 롯데 아두치)

구승민은 다소 제구가 높으면서 수차례 정타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공 끝의 움직임이 좋았고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의 투구가 돋보였다. 비록 1회 말과 4회 말 2사후에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한 장면과 좌타자 승부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등판을 기대할만한 투구였다. 선발진에 새로운 얼굴이 절실했던 롯데로서는 분명 반가운 투구였다.

 

이런 가능성의 발견에도 롯데는 연승의 분위기를 너무 쉽게 사그라지게 했다. 벤치의 라인업 구성과 불펜 운영도 아쉬움이 있었다. 상대 좌완 선발 투수를 대비한 라인업에도 정작 좌타자 아두치가 김광현을 상대로 안타 2개를 기록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 상대 투수와 상관없이 그 라인업을 그대로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좌타자를 상대로 큰 강점이 없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를 승부처에서 고집스럽게 투입한 것도 이제 제고할 필요가 있다. 롯데로서는 타선이 폭발하지 않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또 다른 공식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면 SK는 새롭게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가 최정이 없는 빈자리를 잘 메웠고 에이스 김광현을 중심으로 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릴 계기를 마련했다. 이렇게 연승 팀과 연패 팀의 라인업 변경 결과는 그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