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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 100억원 계약이 속출한 FA 시장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프로야구는 2022 시즌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시점이 됐다. 대부분 구단이 코치진과 보류 선수 명단 등 선수단 정리를 완료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마무리 단계다. 트레이드 등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스프링 캠프가 열릴 후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2022 시즌을 위한 연봉 협상과 10개 구단 모두가 국내에서 치를 것으로 보이는 스프링 캠프가 중요한 현안이다. 

이런 일정 속에 롯데와 키움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매우 조용한 모습이다. FA 시장에서도 팀 주축 선수를 내주기만 했고 보강은 없었다. 키움은 매 시즌 구단의 재정적 한계로 FA 시장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팀 역사와 함께 한 거포 박병호와 제대로 된 FA 협상을 하지 못하고 KT 행을 사실상 지켜보기만 했다. 키움 팬들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키움이지만, 그들의 스토브리그는 대부분 그런 흐름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침묵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롯데는 2021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되는 시행착오 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팀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도 젊은 선수들이 하나 둘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등 그동안 부족한 선수 육성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투. 타에서 걸쳐 새롭게 발견된 선수들은 8위에 그친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은 덜어줬다. 성민규 단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꾸준히 진행한 프로세스에 의한 선수 육성 팀 운영 관리가 일정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롯데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팀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했고 이를 보강한다면 2017 시즌 이후 오르지 못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곳곳에서 있었다. 특히, 2022 시즌이 롯데의 레전드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롯데는 손아섭과 정훈 두 중심 타자들의 FA 시장에 나왔지만, 이들의 잔류에 더해 추가 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이런 기대와 달리 롯데는 시장가가 폭등한 FA 시장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부 FA 선수들에게도 사전에 정한 금액 이상의 오퍼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대호와 함께 롯데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손아섭과의 계약에 실패했다. 손아섭은 이미 한차례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한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장타력은 확연한 내림세가 보였지만, 안타 생산력을 여전한 손아섭이었다.

현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수준인 통산 타율과 2,000안타를 돌파하는 등 리그의 역사에 남을 기록을 쌓아가는 중이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부담이었다. 이미 FA 시장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이라면 상상을 뛰어넘는 계약이 체결되는 분위기였다. 손아섭 역시 롯데가 애초 고려했던 적정 금액 이상의 시장가가 형성됐다. 손아섭은 두 번째 FA 자격을 얻으면서 보호 선수가 20인에서 25인으로 늘어나는 B 등급 선수로 분류되어 있었고 FA 4년 차 연봉을 5억원으로 줄여 계약하면서 두 번째 FA 자격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마련했다. 즉, 손아섭이 프랜차이즈 선수의 자부심이나 정에 이끌려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롯데는 손아섭을 잡기 위해 상당한 베팅을 해야 했지만, 머니 게임에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지역 라이벌 NC가 손아섭과 접촉했다. NC는 간판타자 나성범의 KIA 행으로 타선 보강이 시급했다. 두산에서 박건우를 6년간 100억원이라는 거액에 영입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NC는 손아섭에게 4년간 64억원이라는 거액을 또다시 안기며 그를 영입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롯데는 최대 6년간 59억원을 손아섭에게 제시했다. 평균 금액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손아섭은 더 나은 조건에 그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우승에 도전하는 NC가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손아섭의 NC행이었다. 이를 두고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에 대한 강한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항간에 떠도는 각종 소문들도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성민규 단장이 직접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의 구단 운영 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롯데는 과거와 같이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FA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그동안 구단을 감싸고 있던 비효율성을 걷어냈다. 이는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적용됐다. 롯데는 이대호와의 두 번째 FA 계약도 상당한 진통 끝에 결과를 도출했다. 이대호는 남았지만, 손아섭은 달랐다. 

손아섭의 NC행은 달라진 롯데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롯데는 시즌 후 기존 틀에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전형적인 타자 친화 구장인 사직 홈구장의 변화를 진행했다. 좌우 펜스의 거리를 늘리고 담장을 더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운드의 수비를 중심으로 한 실리 야구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만큼 외야의 수비 부담이 커졌다. 

롯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구성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시즌 동안 유격수로 롯데 내야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 작별했다. 롯데는 시즌 후 마차도와 계약 연장에 대한 구단 옵션이 있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롯데는 내야진의 수비 불안 문제를 감수하고 마차도를 떠나보냈다. 대신 뛰어난 외야 수비 능력과 장타력이 돋보이는 외국인 선수 피터스를 영입해 외국인 타자 자리를 채웠다. 그는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장타력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타자였다. 외야 수비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롯데는  피터스를 중견수로 기용해 넓어진 외야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맡기고 최근 급격히 떨어진 팀 홈런 파워를 늘리려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외국인 투수 2자리도 새로운 선수로 대신했다. 2시즌 동안 에이스 역할을 했던 스트레일리와의 재계약 실패와 함께 새로운 좌완과 우완 투수를 영입했다. 좌완 투수 반스는 꾸준함이 돋보이는 선발투수고 스파크먼은 전형적인 파워피처로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강속구를 앞세우는 플라이볼 투수다. 외야가 넓어지는 롯데 홈구장에 잘 어울리는 투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은 시즌이 시작돼야 알 수 있어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서는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팀 주축 선수인 손아섭을 FA 시장에서 떠나보냈다. 합리적 투자의 결과라고 하지만, 대안이 없다면 그저 돈을 아끼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실제 롯데는 최근 2년간 10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의 팀 연봉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혹독한 연봉 다이어트를 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가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롯데는 기존 선수 육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자리는 지난 시즌 1군에서 경험치를 쌓은 김민수와 배성근이 대안이다. 김민수는 장타력을 갖춘 타격이 돋보이고 배성근은 수비에 장점이 있다.

롯데는 두 선수의 조합으로 마차도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수비에서만큼은 마차도를 대신하기 어렵다. 대신 롯데는 팀 중심 선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3루수 한동희의 계속된 성장과 3할 타자로 돌아온 2루수 안치홍의 공격력으로 대신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시즌 적응기를 마친 대형 신인 나승엽도 기대할만하다.

시즌 중 2군에서 콜업되어 1군 경기에 나섰던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2군에서 상당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던 좌타자 김주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FA 시장에 남아있는 주전 1루수 정훈의 잔류라는 전제조건이 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삼성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고 있는 유격수 이학주의 트레이드 영입 가능성도 남아있다. 

외야진은 손아섭의 공격력 대체가 고민이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피터스를 중견수로 하고 지난 시즌 1군에서 출전 시간을 나눠가졌던 추재현, 신용수, 김재유, 장두성 최민재 등이 올 시즌에도 역할 분담을 통해 외야의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군에서 제대한 유망주 고승민도 외야 경쟁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의 성장은 수비에 부담이 있는 좌익수 전준우의 체력 안배와 1루수 전환을 본격화할 수 있다. 

이런 내. 외야와 함께 포수진은 긴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 잡은 안중열, 지시완 조합에 강태율, 정보근이 뒷받침하는 것으로 시즌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안중열을 군 제대 후 공수에서 발전된 기량을 과시했고 지시완은 약점이 수비에서 발전된 기량을 선보였다. 포수에 중요한 경험치를 더 쌓았고 내부 경쟁구도가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야구 이미지 - 지후니

 


하지만 여전히 팀 타선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시즌 롯데는 후반기 상. 하 타선을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불꽃 타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는 전반기 침체를 벗어나 반등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손아섭이 NC로 떠났고 이대호는 40살을 넘어선 은퇴 시즌이다. 지난 시즌 안타왕 전준우 역시 30대 후반이다. 만약, 롯데가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이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 타선이 힘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결국, 2022 시즌 롯데의 성패는 마운드에 달렸다. 선발 마운드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지난 시즌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은 박세웅이 있고 지난 시즌 후반기 싱커볼이 큰 위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선발투수로 자리한 이인복이 있다. 아직 터지지 않은 유망주 이승헌과 서준원, 긴 부상 재활을 끝내고 선발 투수로 재기한 최영환도 있다. 외국인 투수 2명까지 더해 양적으로를 부족함이 없는 선발 투수진이지만, 지난 시즌 롯데 선발 투수진은 불안함 그 자체였다. 외국인 투수 2명까지 부진하면서 박세웅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후반기 이인복이라는 새로운 선발 투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후반기 반등은 기대할 수 없었다.

롯데는 이제 선발 투수진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한다면 최소 3명 이상의 두자릿 수 승수 선발 투수가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한 투수들 중 누가 그 주인공이 될지가 중요한 롯데다. 이는 롯데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불펜진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 

롯데 불펜진은 지난 시즌 후반기 눈부신 활약을 했다. 구승민, 최준용, 마무리 김원중을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은 거의 철벽이었다. 시즌 막판 잦은 등판으로 힘이 떨어지는 모습도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불펜진이 약했던 롯데에는 색다른 장면이었다.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 2년 차가 되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한층 향상됐고 최준용은 부상 재활 후 강력한 직구 구위를 되찾으며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최준용은 강력한 신인왕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직 마무리 구승민은 시즌 초반 부상과 구위 저하가 겹치며 고전했지만, 후반기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다.

여기에 2군에서 콜업된 이후 필승 불펜진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해 해준 김도규,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이후 특급 신인의 면모를 되찾은 김진욱도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된 강윤구는 김진욱와 함께 롯데에 부족한 좌완 불펜 투수로 그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에 롯데가 꾸준히 육성해온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이 불펜진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김준태, 오윤석, 두 명의 야수를 내주고 영입한 강속구 사이드암 투수 이강준도 올 시즌 1군에서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롯데는 손아섭을 NC에 내주고 보상 선수로 NC의 불펜 투수 문경찬을 영입했다. 문경찬은 과거 KIA 시절 마무리 투수로도 활약했고 2020 시즌 구위 저하 현상을 보였지만, NC로 트레이드 된 이후 NC 우승에 일정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도 돋보이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부진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NC는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유망주 보호에 주력했고 문경찬은 25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야구 이미지 - 픽사베이

 


롯데는 야수진을 보강할 것으로 보였지만, NC는 그들을 잘 보호했다. 롯데는 다다익선의 자세로 불펜 투수 문경찬을 영입했다. 불펜진의 뎁스가 한층 두꺼워졌다. 문경찬은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로 변화한 롯데 홈구장에 적합한 투수고 아직 30대 초반으로 반등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가 김도규 등과 함께 5, 6회를 책임지는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면 불펜진의 위력을 더할 수 있는 롯데다.

롯데는 FA 보상 선수 선택에서도 그들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했다. 과거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공격야구를 그리워하는 롯데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롯데는 팀 컬러는 마운드를 중심으로 실점하지 않고 한 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몰볼, 실리 야구로 분명히 하고 있다. 롯데는 2022 시즌 그 야구의 컬러를 더 확실히 하려 하고 있다. 구단 역시 그에 대한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 성민규 단장이 주도하는 변화에 신뢰를 유지하고 있고 성민규 단장과 공동운명체라 할 수 있는 서튼 감독과의 계약을 2023년까지 1년 더 연장해 힘을 실어줬다.

이런 롯데의 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성민규 단장 체제를 흔드는 목소리는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2022 시즌은 그런 분위기가 더 강하게 팀을 흔들 수 있다. 실제 일부 언론은 지난 시즌 중에도 성민규 단장 체제를 흔드는 보도를 했고 많은 롯데 팬들의 불만도 누적되어 있다.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는 2022 시즌 그 이상을 바라보는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롯데의 진짜 승부수는 2023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팀 체질이 변화하고 팀 연봉 페이롤에 여유가 있다. 마침 2022 시즌 후 많은 FA 선수들이 시장에 나온다.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하게 할 자원들도 다수 있다. 올 시즌 마운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야수진들이 버텨낸다면 투자에 대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하위권 성적을 3년 내내 유지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팀을 새롭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변화가 힘을 잃을 수 있다. 올 시즌도 이어지는 롯데의 프로세스는 위험한 줄타기와 같다. 일정 성적까지 얻어낸다면 과감한 변화로 칭송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모함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이 FA 시장에서 상당한 전력 보강을 했고 상위권 팀들 역시 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의 올 시즌 여정도 만만치 않다. 롯데가 과감함과 무모함 사이에서 그들의 프로세스를 올 시즌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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