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롯데, 한화 외국인 감독들 성적과 리빌딩 모두 긍정 결과 만들까?

 

프로야구에서 롯데와 한화는 현시점에서 대표적인 리빌딩 구단이다. 두 구단은 전력 강화를 위해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큰 투자를 하기도 했고 수차례 감독 교체를 하기도 했다. 대표이사와 단장도 교체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투자 대비 그 효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부족한 선수층과 비효율적인 구단 운영 등 성적 부진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두 구단은 큰 변화를 모색했고 실행에 옮겼다. 강력한 리빌딩이 들어갔다. 

롯데와 한화는 그 배경은 다르지만, 젊은 단장을 선임했고 그 단장이 팀 변화를 주도했다. 구단 시스템이 정비되고 2군 육성을 위한 투자가 강화됐다. 선수 육성을 위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이와 함께 외국인 감독과 코치진을 대거 영입했다. 두 구단의 단장과 감독은 사실상 공동 운명체로 엮여 있다. 두 구단은 하위권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단장과 감독에 힘을 실어주며 리빌딩의 흐름을 유지했다. 그 결과 젊은 선수들이 마운드에 야수진에 등장했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 시즌 롯데와 한화는 수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적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서튼 감독 체제가 굳건하다. 지난 시즌 롯데는 성민규 단장과 마찰을 지속하던 허문회 감독을 시즌 초반 전격 경질하고 2군 감독이었던 서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전격 선임했다.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는 성민규 단장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었고 그가 주도하는 변화 기조를 유지토록 했다. 서튼 감독은 과거 KBO 리그에서 외국인 타자로 활약하며 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롯데에서 2군 감독으로 시작해 단계를 밟아 감독 자리에 올랐다. 외국인 감독이지만,  리그 적응력과 육성 시스템에 대한 경험, 단장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서튼 감독의 선임은 롯데에게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서튼 감독은 성민규 단장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기존 선수단 운영에 변화를 가져왔다. 2군 선수 콜업에 인색했던 기존 분위기를 깨고 과감히 젊은 선수들을 1군에 콜업에 경험을 쌓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1군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운드에서는 이인복이 선발 투수로 김도규가 불펜진에 일익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야수진에서는 내야진의 김민수, 배성근이 백업 이상의 역할을 했다. 외야진은 추재현, 신용수, 김재유가 주전 경쟁을 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수년간 큰 약점이었던 포수진은 안중열, 지시완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가 함께 서튼 감독은 폭넓은 선수 기용으로 주전들에 대한 절대 의존도를 줄이는 야구를 했다. 라인업 구성이 유연해졌고 많은 선수들이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백업 선수들과 2군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 요소가 발생했다. 주전들을 체력 안배를 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었다. 영원한 4번 타자 이대호 역시 4번 타자 자리를 내놓고 여러 타순에서 역할을 하게 됐다.

이제는 선수가 어느 누구의 롯데가 아닌 롯데의 누구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책임과 역할을 나눠가지면서 롯데는 후반기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하며 전반기 침체를 벗어났다.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성적만 보면 롯데는 5할 승률을 넘어섰다. 후반기 한때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단기간에 이룬 성과였다. 

롯데는 지난 시즌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는 그동안 꾸준히 육성해온 젊은 투수들이 본격적으로 전력에 가세하면서 강해진 마운드를 중심으로 시즌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롯데는 팀 방어율 최하위의 불명예를 안았지만, 후반기 마운드에는 여러 긍정 요소가 많았다. 새로운 얼굴이 다수 등장했다. 올 시즌에는 아쉬웠던 외국인 투수 부분을 만족스럽게 채웠다. 아래 위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과 넓어지고 펜스마저 높은 롯데 홈구장 환경은 강속구 투수가 많은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야수진은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롯데는 팀 간판타자 중 한 명인 손아섭을 FA 시장에서 떠나보냈다. 롯데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아섭에 오버페이를 하지 않았다. 이에 손아섭은 더 나은 조건과 우승 가능성이 있는 NC와 계약했다. 지역 라이벌 팀으로 간판선수가 떠나는 건 아쉬운 일이었지만, 롯데는 명분보다 실리를 더 중요시했다. 대신 롯데는 거포형의 외국인 타자를 보강해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보강했고 넓어진 외야진의 수비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앞서 언급했던 외야 주전 경쟁군에 신인 조세진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내야진은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유격수였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했다. 롯데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의 유격수 이학주를 영입했다. 그의 태도와 성실함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롯데는 그의 재능과 부활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년간 메이저리그 야구를 경험했던 그가 외국인 감독과 코치진이 다수 포함된 롯데 분위기 속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도 했다. 이렇게 롯데는 스토브리그 기간 전력의 누수를 나름의 방법으로 대처했다. 성민규 단장과 서튼 감독이 중심이 된 프로세스의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그동안의 프로세스에 대한 결과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전력 곳곳에 부족함이 있지만, 하위권 성적이 지속한다면 그동안 성과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일단 롯데는 서튼 감독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면서 2023 시즌까지 기회를 제공했다.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8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난 시즌보다 발전하기 못한다면 현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 롯데 이상의 변화가 있었다. 한화는 젊은 정민철 단장 선임에 이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임 감독인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수베로 감독은 오랜 세월 메이저리그에서 코치로 경력을 쌓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다년간 코치로 활동했고 육성 시스템에 정통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메이저리그 밀워키는 스몰마켓 구단이지만, 효율적인 선수 육성과 선수단 운영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구단이다. 이런 수베로 감독의 경력이 한화는 지금 구단 상황에 잘 맞는다는 판단을 했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정민철 단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을 중심으로 중요 코치진에 다수의 외국인 코치들을 선임했다. 수베로 감독 체제를 공고히 하고 선진 야구를 이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팀 육성 시스템도 개선했고 훈련 여건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과감한 트레이드로 필요한 전력을 채우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은 사실상 1군과 2군을 총괄하며 팀 리빌딩을 주도했다. 다수의 유망주들이 1군에서 기회를 잡았고 가능성도 보였다. 그 결과 한화는 내야진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유격수 하주석은 타격에서는 중심 타자로, 내야의 수비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리빌딩 강화를 위해 다수의 베테랑들을 떠나보낸 상황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 역할도 했다.

하주석을 축으로 3루수 노시환과 2루수 정은원은 확실한 주전으로 떠올랐다. 정은원은 리그를 대표하는 출루 머신으로 리빌딩의 성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노시환은 한화에 필요한 거포형 내야수로 중심 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다. 마운드에서는 리그 상위권 선발 투수가 된 김민우와 함께 꾸준히 기회를 제공한 유망주 투수들이 1군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여전히 부실한 외야진의 상황과 1군과 2군의 격차가 큰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진 침체 분위기를 벗어날 반전 계기를 마련한 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한화가 올 시즌에도 전폭적인 리빌딩 기조를 유지하기는 부담이 있다. 최하위권 장기간 머무는 팀 상황을 계속 인내할 팬들이 많지 않고 모기업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리빌딩의 성과를 넘어서는 성적이 필요한 한화의 상황이다. 

한화는 일단 외야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준급 공수 능력을 겸비한 외국인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고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한 외국인 투수 2명과 재계약했다. 팀 센터라인의 주축인 포수 최재훈을 과감한 오퍼를 하며 FA 계약했다. 다수의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도 기대된다. 특급 선인 투수 문동주는 벌써부터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지난 시즌 KBO 리그를 제대로 경험한 수베로 감독도 그에 맞는 전략과 선수 운영을 할 여건이 마련됐다. 수배로 감독은 지난 시즌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로 화제를 모았고 리그 문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심판들과 충돌하는 모습도 있었다. 시행착오와 적응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충분한 데이터도 축적했다. 이제는 능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이렇게 롯데와 한화의 외국인 감독들은 하위권 팀의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난 시즌에는 리빌딩에 대한 비중이 큰 탓에 성적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시즌보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외국인 감독 중 한 명이었던 KIA 윌리엄스 감독은 임기가 남아 있었음에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격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영입 당시 큰 기대를 모았고 팀 운영에 전권을 가졌던 그였지만, 부진한 성적표가 결국 문제가 됐다.

서튼 감독과 수베로 감독 역시 리빌딩의 보호막 속에 언제까지 있을 수 없다. 또한, 점점 커지는 외국인 감독 무용론을 극복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우리 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연, 지연 등 인맥에서 자유롭고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선수들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성적이 부진한 팀들 팬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필요성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과거 롯데 로이스터, SK와이번스 힐만 감독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감독 선임에 성과는 기대보다 덜한 게 사실이다. 점점 프로야구가 데이터와 첨단 장비들을 적극 활용하는 시스템 야구로 발전하고 있고 대부분 구단이 선진 야구를 도입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선진야구 전수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프런트 출신 인사과 감독에 기용되는 등 한층 과감해진 코치진 구성 흐름과 강해진 구단 프런트 진의 힘도 외국인 감독 선임의 필요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의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그런 흐름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마침 롯데와 한화는 외국인 감독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두 구단이 실패한다면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인식은 더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서튼, 수베로 두 감독의 올 시즌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두 감독은 올 시즌 리빌딩과 함께 성적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냉정하게 롯데와 한화는 여전히 하위권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두 감독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지 이는 두 팀의 성적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 한화 이글스,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