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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문동주는 가장 주목받는 이름이었다. 고교 선수지만, 150킬로를 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 그러면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겸비한 우완 투수에 스카우트들의 관심이 컸다. 하지만그 관심을 선택과 연결할 수 있는 팀을 정해져 있었다. 지난해 이후 폐지된 연고지 우선 지명권을 KIA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인 지명에서 투수가 우선시 되는 현실에서 KIA의 문동주 지명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KIA는 고민을 거듭했다. 팀 내 상황이 그의 지명을 고민하게 했다. KIA는 최근 수년간 야수난에 허덕였다. 귀한 투수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내야진을 보강해야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사이 주력 타자들은 노쇠화 현상이 분명했다. 외국인 타자 역시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꾸준히 육성해온 젊은 선수들의 기량도 빠르게 올라오지 않았다. 야수진을 강화할 새로운 카드가 절실했다.

그런 KIA에 공. 수. 주를 겸비한 내야수 김도영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유격수로 아마 시절 고교 레벨을 넘어서는 기량을 과시했다. 그에 대해 많은 이들을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종범은 해태와 KIA를 거치는 과정에서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선수였고 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였다. 이종범은 유격수이면서도 극강의 타격 능력, 도루 능력까지 갖춘 모든 걸 다 갖춘 5툴 플레이어의 대명사였다. 그런 이종범과 닮은 김도영에게 KIA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KIA의 고민이 시작됐다. 연고지 우선 지명에서 지명할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이었다.  KIA는 문동주와 김도영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 KIA의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는 하위권 팀들이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모두 팀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투수를 택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KIA는 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수 부분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올 에이스 양현종이 있어 다소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야수 부분 특히, 내야진의 보강이 시급했다.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 자원이 급했다. KAI는 긴 고민 끝에 김도영을 우선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문동주는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연고지 팀 KIA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었던 문동주로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한화는 그에게 김도영 보다 많은 신인 계약금을 안기며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문동주는 한화의 미래로 빠르게 녹아들었다. 

문동주에게는 한화가 성장에 더 나은 환경일 수 있었다. 한화는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하는 팀이 아니다. 아직 전력을 보강해야 하고 리빌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인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외국인 감독과 코치진이 다수 있어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코칭을 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신인 선수 입단 시 그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다 해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키기 보다 마이너리그에서 조정기를 거친다.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주는 편이다. 이는 한화에서 문동주가 데뷔부터 혹사되는 상황을 막아줄 수 있다. 최근 시스템화된 한화의 선수 육성 환경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문동주는 1군 스프링캠프에 속하지 않았다. 공을 빠르게 잡지 않았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일정 휴식기를 주면서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도록 배려했다. 한화는 그를 개막전부터 활용하기보다는 시즌 중 콜업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문동주의 재능은 이런 한화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문동주는 벌써부터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그가 부상 없이 준비과정을 잘 거친다면 시범경기부터 그의 투구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가 경쟁력을 보인다면 개막전부터 그가 1군 선수로 등록될 수도 있다. 

문동주의 모습은 흡사 과거 한화에서 데뷔해 그 해 신인왕과 시즌 MVP를 동시에 석권한 류현진을 떠올리게 한다. 류현진은 당시 연고지 팀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 이력이 선택에 영행을 줬다. SK 와이번스는 대신 최고 포수가 될 자질을 갖춘 이재원을 연고지 우선 지명했다. 신인 2차 드래프트로 밀린 류현진은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가 아닌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롯데 역시 류현진이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한화와 류현진의 만남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신인 선수 지명이 됐다. 

데뷔 시즌 돌풍을 일으킨 류현진은 당장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한화의 에이스로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국가대표로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KBO 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결실로 연결됐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발돋움했다.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KBO 리그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의 역사를 마들었다.

문동주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연고지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점점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류현진도 데뷔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시즌 중 콜업된 이후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문동주 역시 당장은 아니어도 시즌 중 콜업될 가능성이 크다. 

문동주의 빠른 성장은 한화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한 외국인 투수 킹험과 카펜터에 선발 14승 투수 김민우까지 선발 3인이 든든하다. 하지만 4, 5선발 투수진에 고민이 있다. 지난 시즌 한화는 그 자리에 여러 투수들을 활용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신예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올 시즌도 한화의 4, 5선발 투수 자리는 경쟁 체제다. 지난 시즌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신에 김기중이나 베테랑 장민재, 장시환 등이 후보군이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투수는 없다. 장시환은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문동주가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 

 

 


문동주가 기대했던 투구를 한다면 한화 선발진의 힘은 한층 강해진다. 이는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 불펜진은 베테랑 정우람을 포함해 강재민, 김민수, 윤대경, 윤호솔, 주현상, 김종수 등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로 채워져 있고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선발 마운드만 버텨준다면 불펜진의 무게감이 더해질 수 있고 이기는 경기에 대한 승률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 시즌 한화는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경기를 쉽게 내주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승률 저하로 이어졌다. 5이닝 이상을 버텨줄 선발 투수의 존재가 소중한 한화다.

문동주는 그런 한화의 필요를 채워줄 카드다. 구위는 이미 검증되어 있고 제구 역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강속구 선발 투수의 존재만으로도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데뷔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인지도를 높였다. 스타성도 겸비한 문동주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남아있는 부상의 위험을 항상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신인 투수들의 이닝을 제한하는 등 재능을 보호하고 오래 유지토록 하는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팀 성적에 대한 욕심이 그 선수를 망칠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올 시즌 그동안의 리빌딩에 대한 성과가 필요한 한화로서는 더 나은 시즌 성적이 필요하다. 문동주가 전력의 상수가 된다면 그의 활용도가 커질 수도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화는 문동주를 두고 관리와 성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문동주가 즉시 전력감으로 점점 존재감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는 그런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스프링 캠프 시간, 시범경기 기간 문동주가 한화를 더 고민스럽게 할지 그렇게 된다면 한화 출신 또 한 명의 괴물 투수 등장을 기대해도 될지 모른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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