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리빌딩 롯데의 중심 잡아줘야 하는 프랜차이즈 3인

 

지난 오프시즌 기간 롯데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아섭의 선택은 롯데가 아닌 NC였다. NC는 4년간 60억원이 넘는 조건을 제시했고 롯데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는 100억원이 넘는 계약이 쉽게 체결되는 FA 시장가 폭등의  광풍 속에서 그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손아섭은 팀 프랜차이즈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더 나은 조건을 놓고 갈등했다. 사실 갈등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프로의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곳으로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손아섭의 NC 행은 롯데 팬들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최근 수년간  팀이 리빌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FA 시장에서 정해진 기준 이상의 오버페이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팀 역사에서도 상징성이 매운 큰 손아섭은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롯데에 필요한 다수의 외부 FA 선수에 관심을 갖지 않는 롯데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손아섭마저 롯데를 떠나면서 롯데의 구단 운영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팀의 역사가 사라지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기도 했고 리빌딩의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큰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내부 자원 간 경쟁, 트레이드를 통해 손아섭의 공백과 야수진의 부족함을 메웠다. 대신 마운드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홈구장의 규격을 변경하고 다수의 젊은 투수들을 1군 경쟁 구도 속에 포함했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한화와 함께 하위권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시즌 하위권의 동반자였던 KIA는 과감한 FA 선수 영입으로 나성범, 양현종을 투. 타의 기둥으로 세웠고 지난 시즌보다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 외 팀들 역시 객관적인 면에서 롯데 보다 나은 전력이다. 

하지만 롯데는 리빌딩이라는 중요한 운영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다. 과거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내실을 다시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 올 시즌까지는 지금의 리빌딩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대호

 

이런 롯데에 베테랑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지난 수년간 롯데 엔트리에서 베테랑급 선수 다수가 팀을 떠났다. 방출도 있었고 트레이드도 있었다. 어느 순간 오랜 롯데 팬들에게 익숙했던 이름들이 사라졌다. 마운드는 확실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몇몇 30대 투수들이 있지만, 20대 후반 박세웅과 김원중이 에이스이자 마무리, 그리고 투수진의 리더로 그 위치가 격상됐다.

야수진 역시 유망주에서 중심 타자로 점점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한동희가 있고 포수진은 20대 안중열, 지시완 투톱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 이 외에도 지난 시즌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20대 선수들이 역할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베테랑들의 영역이 존재하고 그들이 팀 중심을 이루고 있는 롯데다. 

롯데에는 팀 레전드이자 은퇴 시즌을 맞이한 이대호, 지난 시즌 주장으로 활약했던 전준우, 30대 후반의 나이에 기량을 만개시킨 대기만성형의 정훈, FA 3년 차 안치홍이 30대 선수들로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특히, 이대호, 전준우, 정훈은 이제는 귀해진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대호는 설명이 필요 없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다. 누구도 하지 못한 타격 부분 7관왕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일본과 미국 리그에서도 활약했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롯데로 돌아와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2번의 FA 계약을 했고 올 시즌은 그 마지막 해다. 30대 후반을 넘어 40살이 된 이대호는 세월을 흐름 속에 과거 전성기의 기량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타자다. 지난 시즌 이대호는 롯데에서 가장 많은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시즌 홈런 가뭄에 시달렸던 롯데에서 이대호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전성기를 지났다고 하지만, 롯데 타선에서 그의 비중은 크다.

롯데는 올 시즌 이대호를 4번 아닌 3번이나 6번 타순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그의 노쇠화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그의 타격 능력과 팀 공격 생산력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시도다. 이대호는 스피드 면에서는 강점이 없다. 주자로서는 득점에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 상대팀들은 오히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견제해 볼넷을 주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가능하면 이대호의 타석에 주자가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의 데이터를 토대로 그의 타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다. 이는 여전히 이대호의 타격 생산력을 플러스 요소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대호는 은퇴 시즌이지만, 여전히 롯데 타선에서 중요한 상수다. 

이대호는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면서 롯데의 우승을 중요한 명분으로 얘기했고 우승 옵션을 포함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롯데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제 그의 후배들이 팀 코치가 되는 상황이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고 롯데는 대표하는 타자다. 하지만 그의 롯데 우승 바람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이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다만, 팀의 사징적 존재인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라는 점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시즌이 정규리그로만 끝나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이대호는 그 점에서 선수들을 끊임없이 각성시킬 수 있는 존재다.

 

전준우

 

지난 시즌 팀 주장이었던 전준우는 비운의 FA 선수다. 전준우는 한참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점에 병역의무 이생을 위해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해야 했다. 퓨처스 리그에서 경기에 나서며 경기 감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1군에서의 커리어가 공백이 발생했다. 이 공백은 결과적으로 그의 FA 자격 획득 시기를 늦추고 말았다. 전준우는 파워 있는 타격을 하는 1번 타자로 활약했고 나름 꾸준함도 유지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발탁의 기회는 얻지 못했다. 그렇게 늦어진 FA 자격 회득은 역대 최악의 FA 시장 냉각기와 맞물리며 전준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렸다. 폭락장에서는 선수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된다. 전준우는 수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에 그 단점을 상쇄할 타격 능력이 있었고 30살을 넘겨서도 활약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다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장점은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와 함께 수비에서의 단점은 전준우에게 원하는 계약을 얻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전준우는 롯데에 잔류했다. 여타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계약 조건이었다. 

클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전준우는 모범 FA 사례 중 하나로 그 활약을 이어갔다. 어느덧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그에 맞게 자신을 발전시켰다. 전준우는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타자였지만, 지난 시즌 홈런수가 급격히 줄었다. 대신 많은 안타 생산과 확률 높은 타격을 하는 타자로 변신했다. 그는 자신의 맞는 타격을 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 최다 안타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 롯데는 홈구장 외야를 넓히고 펜스도 높이 올렸다. 홈런을 떼려내기 힘든 홈구장 환경이다. 전준우의 타격 스타일은 이런 홈구장에 매우 적합하다. 전준우는 펜스를 넘기는 대신 좌. 우중간을 뚫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넓어진 홈구장에서 더 많은 2루타와 3루타 생산이 기대된다.

또한, 전준우는 2년 연속 팀 주장으로의 역할도 기대된다. 그동안 롯데는 주장이 되면 성적이 하락하고 팀을 떠나는 등 부정적 이슈들이 많았다. 지난 시즌 전준우는 처음 주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했고 성적에서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주장 징크스를 깼다. 그의 2시즌 연속 주장 선임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기만성 선수 정훈은 30대 후반 나이에 지난 시즌 후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FA 자격을 얻었다. 보상 선수 규정에 적용되지 않고 낮은 연봉의 정훈은 뛰어난 가성비 선수로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았다. 정훈 역시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싶었다. 시장의 관심과 달리 계약은 쉽게 체결되지 않았다. 그 사이 같은 팀 FA 손아섭의 NC 행 소식이 들렸다. 정훈도 롯데는 떠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왔다. 수도권 모 구단의 접촉설도 있었다. 정훈의 선택은 롯데였다. 정훈은 그의 은퇴까지 롯데 선수로 남을 수 있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 입단 1년 후 방출과 함께 끊어질 수 있었던 선수 생명을 다시 시작하게 한 롯데와의 인연을 그는 끊지 않았다. 롯데에서 정훈은 무명 선수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며 주전 2루수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기량 저하와 경쟁에서 밀리며 1군과 2군을 오가거나 백업을 전전하기도 했다. 그 시련 속에 정훈은 주 포지션인 2루를 버리고 1루와 외야 수비를 병행하는 유틸리티 플레어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고 그건 그에 맞는 옷이었다. 정훈의 유틸리티 능력은 팀 라인업 구성을 한층 원활하게 해줬다. 

 

 

정훈

 

이에 그치지 않고 정훈은 타격에서도 더 발전했다. 정훈은 특유의 감아 돌리는 타격 자세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하며 장타력을 높였다. 여기에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끈질긴 선구안, 득점권에서의 높은 집중력을 더하며 새로운 유형의 중심 타자로 활약을 했다. 전준우는 지난 2시즌 동안 엄청난 반전에 성공했다. 전준우와 함께 득점권에서 가장 믿을 만한 롯데 타자이기도 했다. 이런 반전은 그에게 FA 계약이라는 선물은 안겨줬다. 

올 시즌에도 정훈은 중심 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타자 피터스와 함께 정훈, 앞서 언급한 이대호, 전준우가 타선의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수 젊은 선수들이 1군 라인업에 포함될 예정이지만, 팀 타선에서 이들 베테랑들의 역할을 매우 크다. 특히, 이들 3명의 베테랑은 1루수와 지명타자로 그 역할을 나눠 부담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이들의 체력을 안배하게 하고 여러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이들의 공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롯데 라인업 구성은 한결 수월해지고 유연해질 수 있다.

올 시즌 이대호, 전준우, 정훈은 팀 타선을 이끌어야 하고 팀 리빌딩에 과도기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아직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한 유망주들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 기간과 공백기를 이들이 메우고 팀을 단단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지만, 그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기도 하다. 롯데는 현재 큰 변화가 진행 중에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팬들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뭔가 나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베테랑들의 역할이 경기장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 필요한 이유다. 3인의 롯데 베테랑들에게 올 시즌의 의미가 그래서 크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