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기동력 야구 이끌 1번 타자는 누구?

 

2022 시즌 롯데는 팀 색깔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으로 공격력에 대한 비중이 큰 롯데였지만, 올 시즌 롯데 전력의 중심은 마운드다. 롯데는 그동안 유망주 투수 육성에 집중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들을 가능한 많이 모았고 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이용해 투수 기량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 젊은 투수들의 자리를 위해 베테랑 투수들을 과감히 정리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롯데는 그에 따른 성과가 있었다. 선발 마운드에는 젊은 투수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관리했던 최영환과 이인복이 새롭게 등장했다. 최영환은 부상 재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인내심을 발휘한 투수였고 이인복은 불펜 투수를 선발 투수로 변신시킨 경우였다. 불펜에서는 1순위 지명 신인인 최준용이 확실한 필승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의 강력한 직구 구위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고 신인급 투수답지 않은 담력도 돋보였다. 성적 또한 신인왕 경쟁을 할 정도로 준수했다.

여기에 전천후 불펜 투수인 김도규가 불펜진에 힘을 실었다. 특급 신인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즌 초반 고전했던 좌완 김진욱은 불펜으로 전환한 이후 부족한 좌완 불펜진에 큰 힘이 됐다. 이 외에도 롯데는 젊은 투수들을 과감히 1군으로 콜업하며 경험치를 쌓아주기도 했다. 

올 시즌 롯데는 그동안 육성했던 젊은 투수들이 1군에서 일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기존 1군 선수였던 이승헌, 서준원은 이제 신인 티를 벗어나야 하고 지난 시즌 큰 활약을 했던 최준용, 김도규, 이인복 등은 2년 차 징크스를 이겨내야 한다.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서 다시 한번 도전의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망주 최건, 이강준, 2군 투수 육성 시스템에 속한 투수들이 잠재력을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물론, 어느 팀이나 유망주 투수들은 존재하고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롯데 유망주 투수들은 대부분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강속구 투수들이 많다. 공이 빠르다는 건 투수들에게 큰 장점이다. 제구만 잘 이루어진다면 그 위력을 배가된다. 올 시즌은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높은 스트라이크존 공략이 가능한 투수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중 강속구 투수들이 제구의 부담을 덜고 마음껏 공을 던질 수 있다. 롯데 젊은 투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롯데는 홈구장의 외야를 넓히고 펜스를 높였다. 롯데 홈구장은 잠실 야구장의 버금가는 규모가 됐다. 마운드의 강점을 보다 더 극대화하고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롯데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은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었다. 이는 롯데는 물론이고 상대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수년간 롯데는 홈구장에서 득보가 실이 더 많았다. 올 시즌에는 그런 흐름이 차단됐다. 

이렇게 마운드에 유리한 홈구장을 만들었지만, 그에 비례해 공격적인 면에서 불리함이 커진 건 분명하다. 롯데는 지난 시즌 팀 타율 1위의 팀이었다. 특히, 후반기 불꽃 타선이 위력을 발휘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피면 아쉬움이 있었다.

홈런수가 크게 줄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107개의 팀 홈런을 기록했다.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 LG보다 적었다. 팀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40살을 넘긴 이대호였다. 지난 시즌 롯데 타선의 장점은 뛰어난 연타 능력이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장기 레이스 내내 이어가지 어렵다는 점이었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에게 연속 안타로 득점하기는 어렵다. 분석이 덜 된 낯선 투수들 공략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그런 사례가 있었다. 홈런은 순간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득점력을 배가시키는 수단이다.

롯데 타선은 이 점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이에 롯데는 장타력 보강을 위해 외국인 타자를 과감히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는 2년간 팀 내야진의 중심 선수였던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장타 생산능력이 뛰어난 피터스를 영입했다. 피터스는 삼진이 많고 콘택트 능력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파워만큼은 인정받은 타자였다. 메이저리그보다 투수들의 구속이 느린 리그 환경이 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경기장이 넓어지면서 더 떨어질 수 있는 홈런 생산력 보강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외국이 타자 1명 영입으로 장타력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의 성공 가능성도 있지만, 실패 가능성도 상존한다. 기존 주력 타자들이 나이를 더 먹었다. 파워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후 은퇴 예정이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 최다 안타왕에 올랐지만, 홈런수 감소는 불가피했다. 정훈 역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하긴 어렵다.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은 차세대 거포 한동희는 넓어진 홈구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 외에 두 자릿 후 홈런 생산이 가능한 안치홍도 달라진 홈구장에 고전할 수 있다. 젊은 타자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롯데는 올 시즌 기동력 야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코치진 선임에서부터 그 의지를 보였다. 주루 플레이 능력 향상에 강점이 있는 베테랑 지도자 김평호 코치를 영입했고 2군에는 과거 롯데에서 도루왕에 올랐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전준호 코치를 영입했다. 1군과 2군에도 주루 능력 향상을 이루려는 포석이었다. 스프링 캠프 훈련에도 도루 등 주루 능력 향상에 큰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실전에서 보다 과감히 도루를 하고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주루를 할 수 있도록 하려 하고 있다. 

기동력 야구의 강화는 롯데에 필수적이다. 장타 생산이 더 어려워진 팀 타선의 상황과 홈구장의 환경을 극복할 또 다른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로야구 대표적인 거북이 구단이라는 오명도 벗어나야 한다. 지난 시즌 롯데는 팀 도루 60개로 압도적 꼴찌였다. 팀에서 도루를 할 선수가 없었다. 손아섭의 11개가 가장 많은 도루 숫자였다. 그 뒤에는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그 손아섭마저 FA 계약으로 팀을 떠났다. 도루가 팀 공격의 옵션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선수 전반의 주루 능력 향상으로 이를 메워야 한다. 롯데에게 기동력 야구는 최소한의 공격력 유지를 위해 꼭 살려내야 하는 공격 수단이다. 

이런 롯데에 확실한 1번 타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롯데에는 그 역할을 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 팬들이 지난 FA 시장에서 도루왕 출신의 삼성 외야수 박해민 영입에 큰 관심을 보였던 건 1번 타자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박해민은 LG와 계약하며 롯데 팬들의 작은 기대와 멀어졌다. 

지난 시즌 롯데는 시즌 초반 안치홍이 1번 타자로 나섰고 후반기에는 외국인 타자 마차도가 1번 타순에 자주 배치됐다. 이들 외에 김재유,  추재현 등이 1번 타자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임시적 성격이 강했다. 정확한 타격과 주루 능력을 겸비한 손아섭도 올 시즌 팀과 함께 했다면 1번 타자로 적격이지만, 그는 이제 없다. 새로운 얼굴을 찾아야 하는 롯데다. 

스프링캠프에서 롯데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격수 이학주에게 그 가능성을 찾으려 하는 모습이다. 이학주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고 긴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뒀지만, 부상으로 좌절하고 말았다. 이후 뒤늦게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삼성의 지명을 받고 KBO 리그에 데뷔했다. 삼성은 이학주에게 주전 유격수를 맡기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의 커리어와 운동능력을 믿었다. 하지만 이학주는 팀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성적도 내림세를 보였다. 트레이드 카드로 나온 이학주는 롯데로 팀을 옮겼다. 롯데는 이학주의 잠재력을 믿었다. 미국 야구 환경에 익숙한 그에게 외국인 감독과 코치진이 다수 있고 메이저리그 시스템의 구단 환경은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 기량 회복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롯데가 그를 영입한 중요한 이유는 유격수로서 수비 능력도 중요했지만, 공격력이었다. 이학주는 롯데 선발 라인업에 부족한 좌타자라는 장점에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입단 첫해인 2019 시즌 이학주는 15개의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출전 기회가 줄면서 그 능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붙박이 주전으로 나선다면 타격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학주는 가장 좋은 성적이었던 2019 시즌에도 1번 타자의 중요한 요소인 출루율에서 0.332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32개의 볼넷을 얻을 동안 무려 89개의 삼진을 당하며 눈 야구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매력은 하위 타선에서 예상치 못한 장타와 적시 안타를 때려내는 능력이었다. 2019 시즌 이학주는 경기 후반 결정적인 안타를 수차례 때려내며 찬스에 강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의 1번 타자 기용은 위험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롯데는 그의 타자로서의 능력에 기대를 하고 있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로 전성기를 벗어난 나이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은 자신의 문제도 있었지만, 야구에 더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더 나은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다. 1번 타자로서 확실한 역할이 주어진다면 터지지 못한 잠재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다만, 그가 기존과 달리  타석에서 끈질김과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학주 카드가 아니라면 지난 시즌 1번 타자로 나선 경험이 있는 안치홍을 고려할 수 있다. 안치홍은 지난 시즌 3할이 너는 타율에 3할대 후반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10개의 홈런으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했다. 넓어진 홈구장에 대응할 수 있는 좌우중간을 뚫어낼 수 있는 타격 능력도 있다. 하지만 잔부상이 자주 발생하고 주루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타격 능력의 1번 타자이긴 하지만, 주자로서는 위협적이지 못하다. 

출루 능력이 뛰어나고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끈질김이 있는 베테랑 정훈도 고려할 수 있지만, 30대 후반의 나이로 풀타임 1번 타자는 부담이 크다. 정훈은 중심 타선에서 타점 생산에 주력하는 게 더 효과적인 선수다. 

새로운 얼굴의 등용도 고려할 수 있다. 외야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 시즌 1군 멤버로 자리를 굳혔고 출전 경기 수가 늘면서 그 능력치를 보여줬다. 각자 장점이 있어 맞춤형 기용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부담이 큰 1번 타자 역할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 이들을 빠르고 의욕적이만, 주자로서 센스와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주력에서 팀 내 가장 뛰어난 능력치를 과시하는 외야수 장두성도 1번 타자 후보지만, 그는 1군 엔트리 진입이 당면 과제다. 1군에서도 주로 대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장두성이 타격에서 발전을 보인다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누가 롯데 붙박이 1번 타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후보군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전통적인 1번 타자 유형이 아니다. 주전으로 확실히 나설, 공. 수 기량을 증명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기동력 야구를 하겠다고 한 롯데지만, 그 중심이 되는 1번 타자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는 여러 선수를 상황에 따라 기용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롯데는 거의 매 경기 타순의 변경하거나 라인업에 변화를 주는 토털 야구를 했다.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 활용폭을 넓히고 각자 역할을 부여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 보다 짐을 나눠지는 모습이었다. 그런 시도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롯데의 기동력 야구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구현될 수 있다. 

그럼에도 확실한 1번 타자에 대한 목마름을 피할 수는 없다. 스프링캠프 기간 롯데가 그들의 원하는 대로 기동력 야구를 확실한 팀 무기로 만들 수 있을지 이를 이끌 카드를 확정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