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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대 소설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읽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토마는 최고의 명마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적토마는 한 번에 쉬지 않고 천리를 달릴 수 있고 그 털이 붉고 붉은 땀을 흘린다고 했다. 그만큼 영엄한 존재였다. 소설 삼국지 초기 최고의 장수였던 여포가 처음 주인이었고 이후 여포가 조조에 제압당하면서 조조의 소유가 됐다. 이후 조조와의 대결에서 패한 유비, 관우, 장비가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에 관우는 유비의 가족과 함께 조조의 포로가 된다.

관우는 그럼에도 위엄을 잃지 않았고 조조는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회유했다. 적토마는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물로 주었다. 조조의 그 어떤 선물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관우는 그때만큼의 감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관우는 조조의 노력에도 유비에 대한 충성심을 지켰고 끝내 조조를 떠나 유비에게로 향했다. 이후 적토마는 관우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활약했다. 소설 속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적토마는 이후 관우의 말로 인식됐고 지금도 최고의 말을 말할 때 언급된다. 

하지만 적토마와 같은 명마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조력 기간이 필요하고 교감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 최고의 말이 되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올 시즌 키움과 함께 할 외국인 선수 야시엘 푸이그는 키움이 적토마가 되길 기대하는 선수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를 말할 때 붙여지는 별명은 야생마다. 그만큼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선수다. 키움은 과감히 그를 영입했다. 어떻게 보면 큰 모험이라 할 수 있다. 

푸이그의 이력을 화려하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 메이저리그에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연봉은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 넘었다. 뛰어난 운동 능력과 강한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파워 넘치는 타격과 빠른 발까지 다재다능한 타자였고 강한 어깨는 수비에서도 그를 돋보이게 했다. 야구선수로서의 자질도 있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의 길을 걷던 선수였다. 

 

키움 스프링캠프 엠블럼

 


푸이그는 야구 강국 쿠바 출신으로 야구를 위해 쿠바를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차례 실패를 반복하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푸이그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 그의 재능을 발휘했고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LA 다저스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했다.

그가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2013년 부터 2018년은 KBO 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이 함께 하던 시점이었다. 류현진은 입단 후 LA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고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미국 아닌 타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푸이그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중계 화면 곳곳에서 돈돈한 관계를 보였다. 이에 류현진 경기 중계를 보는 야구팬들에게 푸이그는 친숙한 선수가 됐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 엇갈렸다. 류현진은 투구에게는 치명적인 어깨 부상과 수술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우뚝 섰고 대형 FA 계약을 맺으며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떠났다. 푸이그 역시 무난히 선수 이력을 쌓았다면 대형 FA 계약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돌발 행동을 하거나 멘탈적인 면에서 자꾸 문제를 일으켰다. 같은 팀 선수들과도 불화를 일으키며 점점 구단의 눈밖에 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생활 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고 부상이 겹치며 기량이 하락했다. 푸이그는 트레이드를 떠나 신시네티 레즈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치며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발목이 잡히며 2019 시즌 후 결국 방출되고 말았다. 그는 FA 자격을 얻었지만, 어느 구단도 그와 계약하지 않았다. 푸이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그마저도 여의지 않았다. 사생활 문제까지 겹치며 야구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의 인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원인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못했고 푸이그는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무대를 잃었다. 중남미 리그 등을 전전하며 선수로서 이력을 이어갔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잊히는 선수가 되는 중이었다. 통제 불능의 야생마 푸이그는 그와 함께 할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채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는 처지였다. 

이런 푸이그를 키움이 주목했다. 키움은 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고 2022 시즌 그에게 키움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그동안의 경력만 놓고 본다면 대형 영입이었다. 1,000만 달러 가까운 연봉을 받던 그가 총액 100만 달러의 돈을 받고 KBO 리그에 온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물론, 그의 상황이 절박하기도 했고 기량을 입증할 무대가 필요하기도 했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일본 리그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그는 KBO 리그를 택했다. 

리그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리그는 KBO 리그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 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일본 리그에서도 경쟁 체제 속에 놓여 있다.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2군행을 감수해야 한다. KBO 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던 외국인 선수들 상당수도 그에 해당됐다.

외국인 선수 보유가 3명으로 제한되는 KBO 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매우 크다. 웬만하면 그들을 1군에서 활용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전력에 큰 타격이 있고 팀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 탓에 외국인 선수에 대한 대우도 특별하다. 숙소와 차량을 제공하는 구단이 대부분이고 구단 차원에서 통역이 따라붙는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가 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편이다. 삭막한 분위기의 일본 리그와는 크게 다르다. 조금 부진해도 2군행을 통보받은 일본 리그와 달리 확실한 주전과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리그 환경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력적이다.

특히, 다시 메이저리그 복귀를 기대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온전히 144경기 풀타임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KBO 리그가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KBO 리그를 발판으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활약하는 선수들도 늘었다. 이런 리그의 정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 초기 메이저리그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스포츠 방송국들이 야구에 목마른 미국 시청자들을 위해 KBO 리그 경기를 중계하면서 리그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긍정 효과가 있었다. 

1990년 생으로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인 푸이그로서는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목표를 위한 쇼케이스 무대로 KBO 리그가 적격이다. 그는 자신의 기량과 달라진 인성 등을 입증할 수 있다. 키움은 푸이그가 개인적인 큰 목표가 있고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절실함 가득한 푸이그로서는 최대한 성실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고 메이저리그보다 낮은 레벨의 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야 한다. 키움도 그를 1시즌만 활용하고 떠나보낼 가능성에도 당장 올 시즌을 위해 그를 영입했다. 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고려한 마케팅적인 면도 고려할 결정이었다. 

일단 입국 후 푸이그의 모습은 이전에 알던 천방지축의 야생마 모습은 아니다. 입국전 개인적인 송사 문제 등이 있어 우려가 있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푸이그는 모범적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선수들과 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성실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로서는 수년간 처음으로 온전히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스프링캠프로 추운 기후 등의 문제가 있지만, 푸이그는 잘 적응하고 있다. 사전에 리그의 문화와 환경 등에서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한 것으로 보인다. 

 

훈련중인 푸이그

 


일단 키움의 푸이그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이다. 푸이그는 수년간 경기 경험이 부족했지만, 여전히 뛰어난 하드웨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최소한 파워면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활약을 기대할만하다. 키움은 푸이그가 최근 약해진 키움 타선의 구심점이 되길 원하고 있다. 키움은 그동안 팀  타선의 중심 선수들을 상당수 떠나보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김하성이 떠났고 트레이드로 서건창이 팀을 떠났다. FA 시장에서 팀 역사와 함께했던 선수라 할 수 있는 4번 타자 박병호를 떠나보냈다.

키움에는 이정후라는 리그 최고 타자가 있지만, 타선이 매우 허전하다. 특히, 장타력 부재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지난 시즌 키움은 박병호의 에이징커브가 분명해지면서 홈런 부재 현상이 커졌다. 푸이그는 팀 타선의 힘을 더할 수 있는 타자다. 이는 이정후에 쏠릴 상대팀의 견제를 덜어내고 이정후, 푸이그가 이끄는 중심 타선의 위력을 더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도루왕 김혜성에 지난 시즌 반전에 성공한 베테랑 이용규의 테이블 세터진이 리그 최고 수준인 만큼, 이정후와 푸이그가 중심 타선에서 활약한다면 공격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푸이그에 역할이 크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푸이그는 수년간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 해도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매우 공격적인 성향인 그가 다양한 변화구와 유인구 승부가 많은 리그 투수들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지금은 순한 양의 모습이지만, 그를 향한 상대 팀의 심리전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지켜볼 보분이다. 통상 강타자에게는 몸 쪽 승부가 많다. 그 과정에서 몸 맞는 공이 나올 수 있다. 메이저리그 리그에서 푸이그는 몸 맞는 공 문제로 수차례 벤치클리어링을 촉발한 전력이 있다.

우리 리그에서도 이런 돌발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우월감이 엉뚱한 방향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키움으로서는 푸이그의 잠재된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순한 야생마지만, 언제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야생마가 될 수 있다. 키움은 푸이그를 적토마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는 올 시즌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키움이 사는 길이기도 하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푸이그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과연 키움과 푸이그가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그가 뛰어난 적토마가 되어 KBO 리그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하다. 이를 위한 가장 큰 조건은 푸이그가 야구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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