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선발 투수로 자리 잡지 못하는 특급 유망주, 롯데 김진욱

 

LG, SSG, KT까지 수도권 원정 9연전을 치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에 이어 주중 SSG와의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놓쳤다. 롯데는 7월 7일 SSG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투. 타에서 상대에 압도당하며 1 : 8로 완패했다. 

롯데는 선발 투수 김진욱이 초반 많은 실점과 함께 투구 수가 늘어나며 조기 강판됐고 이어 나온 불펜진이 SSG 타선에 무너지면 대량 실점했다. 타선은 SSG의 원투 펀치 중 한 명인 폰트에게 완벽히 막혔다. 전날 20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12득점했던 롯데였지만, 리그 정상급 투수인 폰트에는 무기력했다. 투. 타에서 모두 밀린 경기의 결과는 분명했다. 롯데는 9회 초 이대호의 솔로 홈런으로 팀 완봉패를 모면한 게 마지막 위안이었다.

롯데에게 이 경기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선발 투수 김진욱이었다. 김진욱은 올 시즌 4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고 시즌 초반 호투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진욱은 5월 1일 LG와의 경기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2승을 기록한 이후 더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사라진 듯했던 제구 불안이 되살아났고 투구 수 조절을 하지 못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이는 선발 투수에 중요한 이닝 소화를 제한했고 투구 내용 역시 시즌 초반과 너무 달랐다. 계속된 부진에 김진욱은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쳤다. 

그 사이 롯데 선발진은 이인복이 확실한 4선발로 자리를 잡았고 나균안 등이 5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욱은 2군에서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조정기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김진욱은 한 달여 만에 1군에 콜업됐다. 마침 로테이션에 공백이 발생했고 김진욱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김진욱은 6월 19일 SSG전에서 5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진욱

 

하지만 지속력이 문제였다. 김진욱은 이후 등판에서 기복이 심한 투구를 이어갔다. 이닝도 5이닝 소화하기 버거웠다. 이닝당 투구 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구위는 분명 위력이 있었지만, 제구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풀 카운트 승부가 늘어났고 이는 투구 수를 하염없이 늘어나게 했다. 7월 7일 SSG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김진욱은 3.1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77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이 중 스트라이크 적중률이 부족했고 불리한 볼 카운트 승부가 많았다. 이 승부에서 가운데 몰리는 공은 안타로 연결됐다. 김진욱은 6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사사구 3개를 허용하며 4실점(3자책) 했다. 수비 실책이 실점과 연결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많은 투구 수와 늘어가는 수비 시간은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는 타격에도 지장을 준다. 선발 투수에게 가능하면 빠르고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하는 이유다. 

결국, 김진욱은 많아진 투구 수와 실점이 더해지며 4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그동안 그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이런 투구 내용이라면 다음 등판을 기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드는 등판이었다. 

김진욱은 롯데의 미래 프로세스에서 핵심이 되는 선수다. 2021 시즌 롯데는 신인 지명 2차 1라운드로 그를 지명했다. 고교 투수 최대어였던 김진욱은 신인 2차 지명 가장 우선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롯데행이 유력했고 롯데는 이변 없이 그를 선택했다. 

김진욱은 롯데에는 귀한 좌완 선발 투수 자원이었고 고교 시절 구위나 제구 모든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그를 중심으로 강릉고는 만년 하위 팀에서 고교 야구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롯데는 김진욱의 빠른 프로 적응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고 첨단 시스템으로 그를 지원했다. 

2021 시즌 김진욱은 KIA 이의리와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고 앞으로 리그 좌완 선발 투수 계보를 이어갈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김진욱은 팀 내 선발 투수 경쟁을 이겨내고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며 신인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 프로 무대는 녹녹치 않았다. 

구위는 뛰어났지만, 구위를 뒷받침할 제구의 일관성과 스태미나 면에서 약점을 보였다. 김진욱은 시즌 초반 선발 등판에서 부진했고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같은 시간 KIA 신인 이의리는 팀 내 선발 투수로 당당히 자리를 잡으며 성장세를 보였다. 

김진욱은 시즌 중 불펜으로 변신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김진욱은 짧은 이닝 동안 힘을 모아 던질 수 있는 불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직구 위주의 투구는 힘이 있었고 위력적이었다. 정면 승부를 해도 타자들의 그의 공을 공략하기 어려웠다. 불펜 투수 김진욱은 성공적이었고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소중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2022 시즌 전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진욱은 선발 투수로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준비는 순조로웠고 내부 경쟁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좌완 선발 투수라는 희소성도 장점이 됐다. 김진욱은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롯데에서는 김진욱이 더 발전된 투구를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즌의 중간 지점을 지나는 현재 김진욱은 지난 시즌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경기 선발 등판에 2승 4패 방어율 5.36, 5선발 투수로도 부족한 성적표다. 문제는 그의 단점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순위 경쟁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롯데로서는 김진욱에게 계속 기회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5선발 투수로 새롭게 자리했던 나균안이 최근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이면서 김진욱에게 조금 더 기회가 주어진 면도 있다. 1승이 아쉬운 롯데로서는 김진욱의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김진욱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도 있다. 

 

 

 

이미 김진욱은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보였다. 롯데는 장기적으로 김진욱을 선발 투수로 키워내야 하지만, 실패의 기억이 쌓이는 건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마침 롯데는 좌완 불펜진에 어려움이 있다. 올 시즌 큰 활약을 하던 김유영이 최근 잦은 등판에 따른 과부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김유영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고 베테랑 강윤구는 확실한 필승 카드가 아니다. 김진욱이 좌완 불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얼마간이라도 불펜으로 김진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최근 부진을 거듭하며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진욱 개인으로도 타자와의 승부를 보다 연구하고 일관성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진욱은 투구 수 강한 공을 던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밸런스가 잡히고 소위 공이 긁히는 날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지만, 그런 경기가 연중 얼마 안 된다. 김진욱은 어떤 등판에서도 선발 투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적절히 배분하고 타자들이 자신의 공을 때려서 아웃시킬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최근 롯데의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한 이인복이 김진욱보다 떨어지는 구위로도 공끝의 변화와 안정된 제구, 공격적인 투구로 승수를 쌓아가는 모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코치진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직 김진욱이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그 발전의 정체되지 않도록 하는 건 팀 코치진과 구단 프로세스에도 일정 책임이 있다. 

김진욱은 분명 장점이 많은 투수다. 좌완에 강한 구위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이미 고교 시절 에이스 투수로 큰 경기를 다수 경험하기도 했다. 부상 등의 이슈도 없다. 그동안 롯데가 1순위 지명 투수 유망주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흑역사가 있었지만, 김진욱은 성공의 가능성이 큰 선수다. 조금만 틀을 깨고 나오면 달라질 수 있는 김진욱이다. 아직은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김진욱이 부진을 벗어날 수 있을지 롯데는 김진욱 부진 탈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이는 롯데가 바라는 후반기 반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