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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프로야구 FA 시장에 거대한 광풍이 몰아쳤다. FA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였던 포수들의 연쇄 이동이 있었고 또 다른 대형 계약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대어급으로 분류되던 선수 상당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됐다.

지난 시즌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일어났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영입을 하려는 팀들이 사전 접촉, 템퍼링을 의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샐러리 캡 시행으로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구단들에 제한이 있었다. FA 선수가 이적한 구단들은 이 샐러리캡 문제로 머니 게임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도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다. 

FA 시장의 문은 키움이 열었다. 키움은 NC의 주축 불펜 투수 원종현을 4년 25억원에 계약했다. 원종현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지만, 옵션 없는 장기계약을 따냈다. 키움은 지금은 은퇴한 이택근에 이어 모처럼 만에 외부 선수를 FA 시장에서 영입했다. 키움은 이를 통해 경험이 풍부한 불펜 투수를 보강했다. 원종현은 30대 이후에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꾸준함이 장점이다. 여전히 140킬로 후반의 속구가 살아있다. 또한,  방출의 아픔을 딛고 수준급 불펜 투수로 성장했고, 대장암을 이겨낸 남다른 서사도 있다.

키움은 원종현의 영입으로 2022 시즌 아쉬움이 있었던 불펜진에 무게감을 더했다. 대신 키움은 내부 FA인 선발투수 한현희와 정찬헌에 대해서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시리즈에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올 시즌 활약도 아쉬움이 있었다. 키움은 이들에 대한 시장 상황을 보고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선발 마운드에 여유가 있어 최악의 경우 이들의 타 팀 이적도 고려한 내년 시즌 전략을 수립했을 수도 있다.

이런 키움의 원종현 계약은 거대한 계약 러시의 시작이었다.

 

 

 



얼마 안가 포수들의 이동이 일어났다. 양의지와 유강남, 박동원까지 시장에 나온 포수 4명 중 3명이 팀을 옮겼다. 먼저 롯데와 LG가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롯데는 LG 주전 포수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원의 계약 소식을 알렸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그만큼 롯데는 강민호 이적 이후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주전 포수에 대한 갈증이 컸다. 애초 양의지에 관심을 보이는 듯했지만, 그의 시장가가 폭등하고 젊은 팀으로 바꿔가는 팀 컬러에 맞게 FA 시장에 나와있는 포수 중 가장 젊은 유강남에 집중했다. FA 시장이 열린 직후, 롯데와 유강남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롯데는 유강남에게 과감한 배팅을 했고 유강남의 마음을 흔들었다.  유강남은 최근 공격 지표가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수비에서는 그 능력을 인정받는 포수였다. 또한, 큰 부상 없이 풀 타임 시즌을 다수 소화한 내구성도 입증했다. 공. 수를 겸비하고 경험치가 있는 포수가 필요한 롯데에 유강남이 적격이었다. 유강남의 영입으로 롯데는 젊은 포수들이 보고 배울 포수가 생겼고 하위 타선이 한층 강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상대적으로 FA 시장에서 지방 구단은 수도권 구단에 비해 불리한 여건으로 선수들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버 페이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롯데는 수년간 그 오버페이를 자제했지만, 유강남 영입에는 그 틀을 깼다. 롯데는 모기업의 큰 자금 지원과 여유 있는 샐러리캡을 적극 활용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LG는 KIA 포수 박동원의 영입을 발표했다. LG는 샐러리 캡으로 인해 롯데의 배팅 금액 이상의 제안을 하기 어려웠고 빠르게 대안을 찾았다. 4년간 총액 65억원의 조건이었다. LG는 이 조건을 유강남에게 제시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롯데의 제안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유강남이 떠났지만, 박동원도 FA 시장에서 관심을 받았던 포수였다. 키움과 KIA를 거치며 장타력을 갖춘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고 포수로서 경험도 풍부하다. 도루 저지에서는 시장에 나온 포수 중 가장 강점이 있었다. 유강남의 빈자리를 내부에서 채울 수 없었던 LG는 유강남을 잔류시킬 자금으로 박동원을 영입해 급할 불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LG는 또 다른 주력 선수의 유출을 막을 수 없었다. LG에는 귀한 우타 거포 채은성과 한화의 FA 계약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한화는 6년간 90억원에 채은성 영입을 발표했다. 1990년생으로 내년 시즌 34살이 되는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꼭 외부 FA 선수 영입을 해야 한다는 구단 내부의 공감대가 있었던 한화는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한화는 지방 구단이라는 불리함에 최하위 팀이라는 불리함이 더한 상황이었지만, 큰 배팅으로 채은성을 영입했다. 채은성으로서는 은퇴까지 안정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고 한화는 확실한 중심 타자를 타선에 보강했다. 채은성은 넓은 잠실 홈구장을 사용하면서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타점 생산능력이 뛰어났다. 올 시즌 외야에서 1루수로 전환하면 무난한 수비 능력을 선보였다. 외야와 1루 모두 공격력 보강이 필요했던 한화에는 채은성이 안성맞춤의 영입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LG는 팀 핵심 선수 2명을 FA 시장에서 잃었다. 샐러리캡 제한은 LG가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도록 했고 프랜차이즈 선수이기도 했던 유강남과 채은성의 이적을 눈 뜨고 지켜보게 만들었다. LG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정규 시즌 2위와 함께 팀 역사상 최다인 84승을 기록한 유지현 감독과의 재개약을 포기하고 염경엽 감독을 영입했다.

이는 LG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유강남, 채은성을 FA 시장에서 잃으면서 그 목표가 무색하게 됐다. LG는 수많은 유망주 풀 중에 떠난 선수들을 대신할 선수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또한, 이 상황은 퓨처스 FA 선수로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형종은 채은성과 같이 우타 거포형의 타자다. 워낙 단단한 LG 외야진에서 기회가 없었던 더 많은 기회를 위해 퓨처스 FA 권리를 행사했다. LG는 이형종의 잔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이런 FA 계약과 함께 FA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던 NC 포수 양의지의 행선지도 정해졌다. 두산과 한화, 원 소속팀 NC 모두에서 오퍼를 받았던 양의지는 그가 리그 최고 포수로서 성장했던 두산으로 컴백을 선택했다. 조건도 놀라웠다, 두산은 양의지에게 2년의 선수 옵션을 포함 최대 6년간 152억원의 금액을 안겼다. 2년의 선수 옵션이 양의지의 선택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6년 계약이다. 

양의지가 내년 시즌 우리 나이로 37살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버 페이라는 말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계약이었다. 두산은 양의지의 복귀가 그만큼 절실했다. 양의지는 두산 전력의 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대적 존재였다. 그런 양의지가 FA 시장에서 NC로 이적한 건 두산에 큰 충격이었다.

두산은 양의지가 팀을 떠난 이후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어가면 강팀의 자리를 지켰지만, 양의지가 활약한 NC에 2020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2021 시즌에는 KT에 밀려 한국시리즈에서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는 전력의 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규 시즌 9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누적된 전력 유출을 더는 극복하기 어려운 두산이었다. 

 

 

 



이에 두산은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승엽 감독 선임이라는 파격적 선택을 했다. 또한, 선수단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베테랑들이 팀을 떠났다. 강력한 리빌딩의 시작을 알린 두산이었지만, 팀을 이끌 구심점이 필요했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최근 기량 저하 현상을 보이면서 포수 보강의 목소리도 강했다. 

두산은 주전 포수 박세혁 또한 FA 자격을 얻었음에도 양의지 영입에 온 힘을 다했다. NC, 한화에 치열한 머니 게임이 있었고 파격적인 금액으로 양의지 영입 경쟁에서 승자가 됐다. 양의지의 영입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귀환이라는 명분에 더해 팀 재건을 시작을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는 선수에게 지나친 금액이라는 반론도 있다. 양의지가 뛰어난 선수이고 리그 포수난이 극심한 건 사실이지만, 양의지는 최근 들어 잔부상이 많아졌고 포수 출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타자로서 여전한 능력이 있지만, 2022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명타자 활용도 가능하지만, 지명타자에게 6년간 152억원을 투자하는 건 큰 낭비다. 6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40살이 넘은 그를 안고 가야 하는 데 추후 구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올 시즌 후 베테랑을 대거 정리하고 있고 그동안 재정적 어려움으로 외부 FA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구단 운영 기조에 크게 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두산은 과감한 배팅을 택했다. 두산은 리빌딩과 함께 내년 시즌 성적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구성도 빠르게 마무리하고 있고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보 감독이지만, 그 무게감은 그 어떤 감독 이상인 이승엽 감독에 힘을 실어주는 두산이다. 

이렇게 FA 시장은 대형 선수들이 빠르게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수준급 내야수인 NC 박민우와 노진혁, 삼성 김상수의 거취까지 결정되면 FA 시장은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노진혁은 롯데, 김상수는 KT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음주운전 징계로 당장 주전 유격수가 필요한 한화에 시장에 나선다면 예상 이상의 대형 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다.

이런 FA 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는 2022 시즌 하위권 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 시즌 부진에 분풀이하듯 적극적인 FA 선수 쇼핑을 하고 있다. 롯데와 한화는 모기업의 지원과 여유 있는 샐러리캡으로 지방 구단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 두 팀은 FA 시장에서 추가 영입도 유력하다.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올 시즌 하위권으로 쳐진 두산 역시 작정하고 양의지에 영입에 나섰고 목적을 달성했다. 

 

 

 



하위권 팀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에 상위권들은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022 시즌 챔피언 SSG는 꽉 찬 샐러리 캡으로 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있고 LG 역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내부 FA 선수를 떠나보냈다. 그 영향은 2022 시즌 트레이드로 박동원을 장기 계약까지 고려하며 영입했던 KIA에 튀었다.

KIA는 졸지에 주저 포수가 사라졌다. NC 역시 전력 보강이 절실했지만, 원종현에 이어 양의지를 FA 시장에서 잃었다. 또 다른 유출도 예상된다. 당장은 주전 포수가 절실하다. 이는 시장에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마지막 남은 FA 포수 박세혁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상위권 팀 KT 역시 내야수 보강이 필요하지만, 과열한 FA 시장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 팀에 샐러리 캡에 여유가 있는 키움은 대형 계약은 어렵지만, 틈새시장을 노리는 형국이다. 

이를 통해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전력 평준화의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투자를 하고 싶은 구단의 의지를 꺾는 샐러리 캡 제도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KBO 리그의 샐러리 캡 제도는 한도 초과 시 사치세에 더해 신인 선수 지명권 제한까지 있다. 이는 구단에 큰 부담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도 있지만, 야구팬들에게는 FA 시장을 보는 새로운 묘미가 생겼다.

또한, 각 구단들은 샐러리 캡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당장은 샐러리캡 제도의 혜택을 2022 시즌 하위권 팀들이 톡톡히 누리고 있다. 물론, 투자 의지가 더해진 결과다. 이렇게 하위권 팀들이 주도하는 FA 시장, 그리고 트레이드 등 스토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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