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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 문구는 지난 연말 그리고 연초까지 지금도 언론이나 방송 그리고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거나 언급되고 있다. 이 문구는 2022 카타르 남자 월드컵에서의 대표팀의 기대 이상의 선전과 함께 대중들에게 더 알려지고 강한 신념과 의지를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월드컵 대표팀은 평가전에서의 부진과 에이스 손흥민의 부상, 예선 같은 조 팀들의 강력한 전력 등으로 조 예선 통과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안면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출전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고 선수들 또한 본선 무대에서 강한 투쟁심을 보였다. 첫 경기 우루과이전 무승부는 대표팀의 예선 통과에 대한 희망을 높였다. 

하지만 조 예선 2차전 가나전을 접전 끝에 패하며 예선 통과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선 마지막 상대는 조 최강 포르투갈이었다. 많은 이들이 조 예선 통과가 어렵다 했고 통계 사이트에서 한국의 예선 통과와 16강 진출 가능성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 속에 대표팀 선수들은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경기에서 승리 의지를 불태웠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결국, 경기 막바지 손흥민의 어시스트와 황희찬의 역전 골로 승리한 대표팀은 다득점에서 우루과이에 앞서며 16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비록 16강전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에 완패하긴 했지만,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투지와 경기에 대한 진정성은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와 함께 의심과 우려가 공존했던 대표팀 파울로 벤투 감독에 대한 평가도 호평 일색으로 변했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던 그의 빌드업 축구는 16강 진출의 결과와 함께 옳은 선택으로 인식됐고 선수 기용이나 전술 운영 역시 긍정 평가를 받았다. 결국, 월드컵이나 국제 대회가 과정이 아닌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임을 벤투는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이런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 추진은 당연한 일이었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컸고 월드컵 성과로 팬들의 지지도 얻었다. 함께 한 선수들 역시 그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가 최장수 국가대표 감독으로 재임하도록  기다려주고 기회를 준 축구 협회로서는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 성공적인 결과와 함께 국가대표팀의 연속성 유지라는 측면에서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이 다음 월드컵을 위한 우선 과제였다. 

이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계약 조건에서 이견을 보인 축구 협회와 벤투 감독은 서로의 인연을 더는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언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축구 협회는 2024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때까지 한시적으로 계약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약 연장을 협의하길 원했지만, 벤투 감독은 차기 북중미 월드컵까지 장기계약을 원했다. 이 외에도 부수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한국 국가대표 감독의 여정을 멈추게 됐다. 이전 국가대표 감독과 달리 임기를 철저히 보장하고 그 속에서 감독의 축구 철학과 전술을 꾸준히 이식하고 팀을 만들었던 장기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벤투 감독은 명예롭게 그 자리를 물러나게 됐다. 

축구 협회는 급해졌다. 당장 3월 A 매치가 있고 1년도 남지 않은 아시안컵 준비를 위해 새로운 대표팀 감독 선임이 당장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축구 협회는 축구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축구 협회는 언론 플레이를 하며 예산상의 문제를 이유로 국내 감독 선임을 추진하는 인상을 줬다. 마치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 실패가 연봉 조건에서의 이견 때문이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면서 몇몇 인사들이 거론됐다.

이는 축구팬들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 여전히 축구팬들 대다수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국내 지도자보다 외국인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크고 거론된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또다시 학연과 지연, 각종 인맥 등에 좌우되는 국가대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축구 협회는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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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진 축구 시스템이 우리나라 각 프로구단에 이식되고 지도자들의 수준이나 자질이 이전에 비해 높아지긴 했다. 베트남의 축구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박항서 감독조차 국내 지도자들의 능력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아직은 국내 지도자로는 한층 높아진 축구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게 현실이다. 

여론의 호된 질책에 축구 협회는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원점으로 돌리고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등을 관장하는 축구 협회 전력 강화위원장에 독일인 마이크 뭘러를 임명하는 등 감독 선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여주려 했다. 뮐러 위원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지도자들에 대한 영입 작업이 진행됐다.

차기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16강의 성과를 이룬 대표팀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더 발전된 경기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이를 대표팀에 적용할 수 있는 리더십과 함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축구 철학도 필요했다. 여기에 국제 경기에서 일정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명성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감독 선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한국 축구 수준이 올라가고 그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축구계에서는 먼 아시아 국가다. 축구팬들이 원하는 수준의 감독들이 선호하는 지역과 나라가 아닌 건 사실이다. 또한, 유럽리그에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독 후보군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3월이 가까워지면서 신임 국가대표 감독 후보들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전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를 이어갈 수 있는 축구에 근접한 축구 스타일의 스페인 지도자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몇몇 이름값있는 인사들도 거론됐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이와 관련한 축구팬들의 갑론을박도 있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갔고 다시 감독 선임 관련 뉴스가 잠잠해질 즈음 과거 독일과 미국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클린스만 감독이 강력히 부상했다. 

 

 

크린스만 감독

 



클린스만 감독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을 이끌었고 월드컵 3위의 성과를 남겼다. 이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고 월드컵 16강 진출의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클럽팀 감독으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해임되는 결과를 남겼다. 최근 감독직에 있었던 독일 프로 축구팀 헤르타 베를린에서는 감독 취임 후 얼마 안 가 사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의 감독 이력은 2020년 이후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공백기 전 커리어는 분명한 내림세였다. 

또한, 그에 대한 국. 내외 여론의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앞서 언급한 긴 공백기가 문제가 되고 있고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인 부분에 능통하지 않고 가장 최근 감독직 수행 중 감독직에 대한 열의가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대표팀 감독 수행 시 그의 주거지인 미국에 주로 머물며 원격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는 부분과 전술과 관련해 수석 코치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점,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 2개월 만에 SNS로 감독 사임을 발표했다는 점 등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와 관련해 축구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유 등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우려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점도 비판이 되고 있다. 축구팬들 역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그의 이력은 분명 화려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독일 축구사에 남을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꾸준한 활약을 했다. 독일 국가대표로서도 A 매치에서 강점을 보였다. 1990년 독일이 서독의 이름으로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최 전방 공격수로 큰 활약을 했고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그는 독일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 조 예선에서는 같은 조에 속했던 한국과의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대표팀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당시 경기는 엄청난 폭염 속에 펼쳐졌고 대표팀은 초반부터 독일에 크게 밀리며 3골을 먼저 내주는 등 고전했지만, 후반전 놀라운 투지로 황선홍과 홍명보가 각각 골을 넣으며 독일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경기는 독일의 3 : 2 승리로 끝났지만, 경기 후 클린스만은 인터뷰에서 경기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한국에 패했을지도 모른다면 한국의 후반전 경기력에 칭찬하기도 했다. 

이렇게 선수로서 큰 이력을 쌓았고 독일과 미국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지만, 그 성공의 시점이 오래전이고 지도자로서 성공 이후 커리어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그의 감독 선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그가 과연 그의 주거지와 거리가 먼 한국 국가대표 감독에 대해 큰 열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강하게 있다. 자칫, 과거처럼 원격 지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아직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왜?'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축구 협회는 국가대표 감독 계약 조건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재임 중 한국 거주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건이 있음도 발표했다.  또한, 2026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장기 계약을 했음을 밝혔다. 클린스만 신임 감독은 전임 벤투 감독처럼 임기 중 한국에 거주하며 장기간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았다. 

 

 

3월 축구 국가대표 A매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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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에 대한 의구심을 빠르게 떨쳐내야 할 과제가 있다. 분명 이름값에서는 어느 감독에도 뒤지지 않지만, 높아진 축구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기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커리어에서 분명한 내림세를 보였고 전략가가 아닌 매니저형 지도자로 많은 축구팬들이 바라는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아니다.

여기에 월드컵 기간 퇴장까지 감수하며 심판에 맞서는 등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였던 벤투 감독과는 거리가 먼 유약한 이미지라는 점도 아쉬움이 있다. 자칫, 한국 대표팀에서 아쉬움 결과를 남겼던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과 같이 무색무취의 축구를 하는 게 아닌 게 하는 걱정도 생긴다. 

하지만 우리 축구의 여건상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지도자 영입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연봉 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먼 한국으로 그런 지도자들이 쉽게 발걸음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큰 성과를 냈던 히딩크 감독과 최근 벤투 감독은 내림세에 있다는 평가 속에 한국행을 선택했고 국가대표 감독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재기에 성공했다.

축구 협회로서는 이런 사례를 고려하고 커리어 반등을 기대하는 명망 있는 지도자를 찾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었다. 독일인 뭘러 강화위원장의 영향도 일정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50대 후반으로 감독으로서의 이력을 중단할 나이가 아니다. 그로서는 자신의 커리어를 되살릴 기회가 필요했고 월드컵 본선 단골 진출국인 한국 대표팀 감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또한,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다. 그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의 본선 진출 쿼터도 8개 국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가능성이 한층 더 커지고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즉, 월드컵 예선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은 장기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익숙한 장소다. 축구 협회는 이런 여러 요소들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축구 대표팀 감독은 결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아직 크지만, 이는 성공적으로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벤투 감독도 부임 초기 긍정적 반응은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감독직 수행 내내 여러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협회의 지원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신과 철학에 맞게 대표팀을 운영했고 성과를 냈고 대표팀의 수준을 높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부재가 우려되긴 하지만, 빌드업 축구가 대표팀에 자리를 잡았고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코치진 구성을 적절히 한다면 매니저형 지도자가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 클린스만 신임 감독이 얼마나 절실하게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진심으로 임하고 선수들과 융화를 이룰지가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 24일 콜롬비아, 3월 28일 우루과이 와이 국내 A 매치를 통해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여러 가지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의 지도력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빨리 찾아왔다.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는 모두 한국보다 FIFA 랭킹이 높고 다수의 선수가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강팀들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고 대표팀의 수준을 냉철히 살필 수 있는 기회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3월이지만, 이 고비를 넘긴다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되돌릴 수 있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여러 의구심과 부정적 여론을 취임 초기부터 극복할 수 있을지 그에게 장기 계약을 안겨준 축구 협회가 이런 선택에 긍정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축구협회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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