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 보인 축구 국가대표 클린스만호, 공격은 맑음, 수비는 흐림

 

2022 카타르 월드컵 극적인 16강 진출 감동을 뒤로하고 축구 국가대표팀이 신임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클린스만호의 첫 무대는 3월 24일과 3월 28일 콜롬비아와 우루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콜롬비아와 2 : 2 무승부, 우루과이에서는 1 : 2로 패했다. 우리나라보다 FIFA 랭킹이 높은 팀들이긴 했지만, 두 팀 모두 베스트 전력으로 나선 경기가 아니었고 국내 평가전이라는 이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했고 수준 높은 플레이와 함께 득점을 기록하며 내용면에서 축구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기를 했다. 취임 후 공격적은 축구를 하겠다는 클린스만 감독의 다짐대로 대표팀은 적극적인 압박과 빠른 템포의 경기를 했고 날카로운 공격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이전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자리 잡게 한 빌드업 축구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반대로 수비에서는 이전 대표팀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노출했다.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정지된 장면에서의 수비 시 상대 공격수를 놓치며 실점하는 장면이나 측면 수비가 무너지며 실점하는 장면은 이전 대표팀에서도 볼 수 있었고 2차례 평가전에서 다시 재현됐다. 어렵게 공격 작업을 하면서 골을 상대적으로 쉽게 내주는 모습이었다. 

대표팀은 세계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는 김민재라는 강력한 센터백을 보유하고 있지만, 4백에서 좌우 측면 수비가 번번이 뚫리며 중앙 수비수의 부담이 커졌다. 이를 보완해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월드컵 때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면서 수비 불안을 가중했다.

 

 

 

이에 대표팀은 콜롬비아 전에서 전반전 2골을 먼저 넣고도 후반전 2골을 실점하며 승리 기회를 놓쳤고 우루과이전에서는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1골 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수비 강화는 앞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과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해 보인다. 우루과이전 정우영을 대신해 교체 출전해 활약한 손준호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표팀은 지난 시즌과 달리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고 이강인이 더는 유망주가 아닌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평가전의 큰 수확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그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유롭게 위치를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메시와 같은 역할이었다. 손흥민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스트라이커 역할을 소속팀 토트넘과 대표팀에서 가끔 하긴 했지만, 주 포지션은 좌측면 공격수였다. 그 위치에서 손흥민은 가운데로 파고들어 골을 노리거나 폭발적인 스피드로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에 관여하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30살을 넘어선 손흥민에게 엄청난 활동량과 순간 스피드가 요구되는 측면 공격수 자리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이번 시즌에서 경기 중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안면이 큰 부상을 당하는 악재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 나서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부상에서 완치되지 못한 상황에서의 경기 출전은 후유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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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속팀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야 했다. 올 시즌 공격 성향이 강한 좌측면 윙백 선수가 영입되면서 그의 공격 가담 시 손흥민은 그 공간을 메워야 했다. 이는 그의 공격 성향을 억제하는 일이었다. 물론, 손흥민은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좌측면 윙백 선수와의 역할 분담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경질된 콘테 감독의 전술에 수비 지향적인 탓에 손흥민은 그의 공격 본능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대표로서도 손흥민은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고 소속팀 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료 선수들의 지원 속에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많았다. 오랜 세월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장거리로 오가는 일정 속에 손흥민은 피로가 누적됐다. 

이런저런 요인으로 부진하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손흥민이었지만, 경기장에서 자유를 얻으면서 다시 한번 그의 존재감을 분명히 보일 수 있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던 손흥민은 양 발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장면을 살려 콜롬비아 전에서 왼발과 오른발로 각각 1득점하며 2골을 몰아넣었다. 두 번째 프리킥 골은 압권이었다.

손흥민은 봉인된 공격 본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한편 중앙은 물론이고 필요시 좌. 우 측면에서도 활약하며 상대 수비를 혼란을 주고 다른 선수들에서 공간을 만들었다. 여전히 국가대표팀에서 그의 비중이 크고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이 이루어져야 하는 대표팀의 현실에서 손흥민의 맹활약은 분명 긍정적이었다. 

손흥민과 함께 카타르 월드컵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이강인 역시 뛰어난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우루과이 전에서 이강인의 존재감은 더 빛났다. 이강인은 풀 타임 활약을 하면서 대표팀의 공격 작업에서 큰 역할을 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보였던 날카로운 패스는 여전히 일품이었고 상대 압박을 가볍게 벗어나는 탈압박 능력과 드리블 돌파는 대표팀 공격의 활로를 수차례 열도록 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싸움 능력이나 전. 후반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체력적인 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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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의 플레이는 앞으로 이강인이 경기 후반 조커가 아닌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공격의 핵심 선수로 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손흥민에 대한 집중 견제를 덜하게 할 수 있고 대표팀 공격 루트를 다변화할 수 있다. 이강인이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 공격수로도 역량을 발휘하면서 스스로 활용폭을 넓혔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중요한 전술인 4-2-3-1 전형의 최 정점에 있는 스트라이커들의 부진은 아쉬움이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조규성과 황의조는 평가전에서 돋보이지 않았다. 조규성은 특유의 많은 활동량과 몸싸움 능력을 보이긴 했지만, 스트라이커에 필요한 골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이 중앙에서 공격을 주도하면서 공격 비중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뛰어난 골 결정력과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유럽 리그에서도 그 입지가 줄어든 황의조 역시 평가전에서 반등하지 못했다. 황의조는 유럽 리그에서 벤치로 밀리며 떨어진 경기 감각 회복과 경기력 반등을 위해 K 리그 FA 서울로 이적하며 평가전에서 활약을 기대하게 했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두 원톱 선수들의 부진과 달리 카타르 월드컵 예비 선수로 마지막까지 함께 하며 열정적인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던 오현규는 교체 출전 시 수차례 날카로운 슈팅과 돌파를 통해 존재감을 높였다. 우루과이전에서 비디오 판독 끝에 골이 취소되긴 했지만, 수비를 제치고 넣은 그의 골은 그의 공격 재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현규의 재발견이 있었지만, 공격의 구심점이 돼야 할 스트라이커들의 무딘 공격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대표팀 공격력에서 옥에 티였다. 조규성과 황의조가 시즌이 한창인 K 리그에서 활약 중이고 올여름 유럽 리그 진출을 목표하는 하는 만큼 빠른 경기력 회복이 필요하다. 

이렇게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첫 평가전은 대표팀의 장점과 단점이 함께 하는 경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얼마 안 지난 시점의 경기인 탓에 대표팀 선발과 전술 운영에 있어 기존 벤투 감독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아 활용했다. 대표팀 선수들 역시 부상 선수를 제외하면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고 전술 역시 빌드업 축구의 흐름을 이어갔다. 아직은 그의 축구 스타일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경기들이었다. 또한, 평가전임을 고려해 보다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점은 또 하나의 작은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에 따라 이전 모습과 달리 공격 작업이 더 빨라지고 필요시 롱 패스를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도 있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활용에 있어서도 기존 벤투 감독과는 다른 모습이 보였다. 꽉 짜인 전술을 선호하는 이전 벤투 감독과 달리 보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축구를 하는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이제 두 번의 평가전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의 파악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삼은 만큼 이에 대비한 준비를 위한 밑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플랜을 작성할 기반을 마련한 평가전이었다.

두 번의 평가전은 결과를 떠나 그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내는 경기력이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클린스만 감독의 시간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에 어떤 색깔을 입히고 변화를 가져올지 다음 A 매치에서는 어떤 경기를 할지 궁금해진다. 

사진 : KFA,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