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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의 부진 탈출을 다짐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이 첫 경기 호주전에서 패배하며 힘겨운 조 예선을 예고했다. 대표팀은 3월 9일 호주와의 예선 B조 첫 경기에서 접전을 펼쳤지만, 7 : 8로 패했다. 이 경기 8강 진출의 최소 조건은 조 2위 가능성을 높이려 했던 대표팀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또한,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2023년에도 WBC 첫 경기를 패하는 기분 나쁜 흐름이 생겼다. 

분명 한 수 위의 전력이라는 평가였고 이번 대회를 앞둔 각오도 남달랐다. 대회 준비가 나름 충실했고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하기도 했다. 지난 대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호주는 예상외로 투. 타, 그리고 수비의 짜임새를 갖춘 전력이었고 특히, 타선의 힘이 매우 강했다. 호주 타자들의 힘은 대표팀 투수들에게 큰 부담이 됐고 경기 중반 이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번의 3점 홈런 허용으로 연결됐다. 

경기 초반부터 대표팀이 그린 그림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대표팀 타선은 4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로 출루시키지 못하고 침묵했다. 일본 현지에서의 평가전에서 타격감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호주의 투수들에게 고전했다. 선발 투수에 연연하지 않고 좌투수와 우투수를 번갈아 마운드에 올리는 변칙적 투수 운영을 했다.

그 투수들은 뛰어난 신체 조건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었다. 호주 투수들은 다소 거친 느낌이 있었지만, 제구의 흔들림이 덜했고 무엇보다 속구가 대표팀 타자들의 방망이를 힘으로 압도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호주 투수들의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호주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대표팀은 변화구 공략에 약점이 있는 호주 타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변화가 심한 공을 던지는 언더핸드 선발 투수 고영표를 일찌감치 호주전 선발 투수로 내정하고 준비했다. 고영표는 주무기인 낙차가 큰 체인지업을 앞세워 호주 타자들을 상대했고 계획대로 많은 땅볼을 유도했다. 대표팀 내야진은 단단한 수비로 땅볼을 잘 처리했다. 하지만 고영표는 호주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는 아니었다. 

호주 타자들은 고영표를 분석한 듯 자신 있고 적극적인 베팅을 했다. 아웃이 되더라도 날카로운 타구를 많이 날렸다. 고영표로서는 부담이 되는 순간이 이어졌다. 여기에 구심의 볼 판정도 좁고 엄격했다. 언더핸드 투수의 특기인 좌. 우 코너를 공략하는 투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두 번의 몸 맞는 공과 KBO 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볼 넷 허용으로 연결됐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의 범타 유도로 실점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타격에서 경기 흐름은 호주가 주도했다. 

이 흐름은 호주의 선취 득점으로 연결됐다. 호주는 4회 초 고영표의 제구가 흔들리는 사이 무사 만루 기회에서 1득점했고 5회에는 솔로 홈런으로 추가 득점했다. 4회부터 투구 패턴이 읽히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고영표의 빠른 교체를 고려할 수 있었지만, 5회 초에도 그를 마운드에 올렸고 솔로 홈런을 허용한 이후 원태인으로 교체했다. 다소 아쉬운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다행히 원태인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고 이는 반격의 발판이 됐다. 

5회 말 대표팀은 김현수의 볼넷으로 경기 첫 출루를 한 데 이어 박건우의 안타로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 안타는 이어진 양의지의 역전 3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호주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답답했던 타선의 흐름을 한순간에 깨뜨리는 한 방이었고 국제 대회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양의지에게도 기분 좋은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흐름을 가져온 대표팀은 원태인과 정철원의 무실점 투구로 마운드가 안정됐고 6회 말 박병호의 1타점 2루타로 추가 득점하며 4 : 2로 앞서나갔다. 초반 끌려가는 흐름에서 불안했던 마음이 걷히고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반 마운드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7회 초 대표팀은 소형준으로 마운드를 이어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소형준은 연습 경기나 평가전에서 다소 부진한 투수 내용이었다. 접전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강철 감독은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마무리 고우석의 부상으로 등판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무리 역할을 해야 할 김원중 앞을 지키는 투수로 선택된 소형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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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믿음에 소형준은 보답하지 못했다. 소형준은 1사 2, 3루 위기에 몰렸고 대표팀은 필승 불펜 카드 김원중을 한 타임 빠르게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김원중은 연습경기와 평가전에서 대표팀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탈삼진이 필요한 순간 김원중은 가장 적절한 카드였다. 

김원중은 1사 2, 3루에서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였지만, 2사 2, 3루 고비를 넘지 못하고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스플리터가 밋밋하고 높게 형성됐고 타자의 스윙 궤적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그 홈런으로 호주는 5 : 4 리드를 잡았다. 그래도 한 점차 승부였다. 추가 실점이 없다면 경기 후반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이 기대는 호주의 또 한 번의 홈런으로 대표팀의 불안감을 더 키웠다. 8회 말 대표팀은 베테랑 양현종을 마운드에 올렸다. 추가 실점을 막으려는 마운드 운영이었다. 양현종은 대표팀 투수 중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1이닝을 버티지 못했고 결정적 3점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호주의 8 : 4 리드, 두 번의 공격 기회만 남은 대표팀에게는 부담이 큰 차이였다. 

기회는 있었다. 8회 말 대표팀은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구가 흔들리는 호주 불펜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틈타 빅 이닝을 기회를 잡았고 3득점하며 한 점차로 추격에 성공했다. 흐름대로라면 역전도 가능해 보였지만, 흐름을 바꿀 적시타가 없었다. 밀어내기 볼넷과 두 개의 내야 땅볼로 득점을 이어갔지만, 아쉬움이 큰 8회 말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은 3점 홈런을 때리는 등 타격감이 올라온 양의지를 대신해 연습경기와 평가전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준 김혜성을 대타로 출전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혜성은 볼넷 출루로 추가 득점에 발판을 마련해 주긴 했지만, 한 방이 필요한 경기 흐름에서 김혜성 대타 기용은 선수 활용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오히려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오지환 타선에서 그를 기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었다. 

결국, 8회 말 기회를 더 키우지 못한 대표팀은 9회 말 무득점에 그치며 승리를 상대에 내주고 말았다. 호주는 가용한 투수 자원을 거의 더 투입하는 마운드 총력전으로 대표팀의 후반 추격전을 막아냈고 승리에 환호했다.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호주 역시 8강 진출의 가장 큰 고비가 한국전임을 알고 있었고 그에 맞는 경기 운영을 했다. 같은 총력적이었지만, 호주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대표팀은 그렇지 못했다. 

패배의 원인이 여러가지 있지만, 마운드가 버티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경기를 역전할 경기 후반이 아쉬웠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 김원중과 최고 선발 투수 중 한 명인 양현종의 각각 허용한 3점 홈런은 경기 분위기를 크게 좌우했다. 모두 정교하지 못한 제구가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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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타자들은 정교한 타격은 아니지만, 힘 있는 배팅을 했고 강한 타구를 날려 보냈다. 거친 듯 보이면서도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도 있었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장타력이 있고 출루를 할 수 있는 OPS형 타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작전 수행능력이 있는 타자들이 조화를 이루며 쉽게 볼 수 없는 타선을 구성했다.

이런 힘 있는 타자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구위로 이겨내거나 정교한 제구가 필요했지만, 그에 부합하는 대표팀 투수들이 없었다. 승부처에서 김원중은 변화구 위주 투구가 실투로 연결되며 장타를 허용했고 양현종은 속구로 승부를 했지만, 호주 타자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구속은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안정된 제구와 속도 변화를 이용한 투수들인 원태인과 이용찬의 투구가 빛났다. 결과론이지만, 경기 후반 투수 선택의 실패가 패배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대타로 타석에 나와 2루타를 날리고도 세리머니 과정에서 태그 아웃되는 상황을 연출한 강백호의 모습도 대표팀의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됐다. 

경기 운영에서도 투구 교체 타이밍과 투수 선택에서 오류가 있었다. 여기에 9회 말 무사에 에드먼이 안타 출루한 이후 역전을 기대하며 김하성, 이정후에게 강공을 밀어붙였지만, 이들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는 장면도 아쉬웠다. 말 공격을 하는 대표팀이라면 동점을 기대하는 보내기 번트 작전도 고려해 볼 만했다. 마침, 김하성은 경기에서 뛰어난 타격감이 아니었다. 발이 빠른 에드먼이 주자로 있다면 활발한 작전을 무사나 1사에 펼칠만했다. 2사후 에드먼의 도루 시도가 있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그마저도 아웃되며 대표팀의 반격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KT 감독으로 포스트시즌에서 과감한 작전과 마운드 운영을 했고 좋은 결과도 만들었다. 하지만 호주전에서 이강철 감독은 경기 개입을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선수들을 믿는 마음도 있겠지만, KT 감독 때와 같은 빠른 결정도 필요했다.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패배는 예상하지 않았던 호주전이었다. 초반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반 이후 경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대표팀으로서는 내일 있을 일본전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일본전에서도 패한다면 대표팀은 3회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한. 일전의 특수성으로 인해 경기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 일본은 최고의 전력이고 준비도 철저했다. 홈팀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면 탈락이라는 부담까지 짊어진 대표팀에게는 더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점에서 호주전 패배는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또 한편으로는 기술보다는 파워가 더 중요시되고 있는 야구 흐름 속에 상대의 파워를 제어할 수 없는 우리 마운드의 현실과 150킬로 이상의 속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우리 리그 타자들의 수준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경기였다. 호주는 KBO 리그 1.5군 수준이라는 평가였지만,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기량은 수준급이었다.

결과론이라 할 수 있지만, KBO가 과연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프로야구 리그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방심하지 않고 충분히 준비한 경기에서의 패배하는 점에서 우리 수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결과였다. 이런저런 원인이 있지만, 패배의 근본 원인은 상대 힘에 마운드가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결코 이변이라는 단어에 숨을 수 없는 실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다른 길은 없다. 일본전에서 대표팀은 우리 야구의 수준을 다시 한번 평가받게 된다. 호주전 패배가 실력이 아닌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심기일전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대표팀이 극적 반등을 할 수 있을지 당장은 짙은 먹구름이 대표팀에 드리워진 건 분명하다. 


사진 : WBC,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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