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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마침내 3경기 만에 첫 승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3월 11일 조 예선 3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경기 초반 타선의 폭발과 선발 투수 박세웅의 호투를 더해 7 : 3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대표팀은 2패 후 1승을 기록했고 8강 진출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물론, 대표팀의 바라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정도의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다. 대표팀은 3월 13일 열리는 중국과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해야 하고 호주가 3월 12일 일본전에 3월 13일 체코전에 모두 패해야 한다. 그 경우 한국, 호주, 체코가 모두 2승 2패가 되고 세 팀을 세 팀 간 대결에서의 실점률을 따져 가장 낮은 실점률의 팀이 8강에 진출했다. 이에 따르면 대표팀은 호주의 2패와 함께 체코가 호주를 많은 득점이 오가는 난타전 끝에 패해야 한다.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이 점에서 체코전 3실점은 조금은 아프게 다가온다. 그 경기에서 대표팀은 선발 투수 박세웅의 호투를 앞세워 초반 기선을 완전히 제압했고 콜드 게임 승로 기대할 수 있었다. 대표팀은 체코 선발투수의 난조를 틈타 1회에만 5득점했기 때문이다.

마침 호주의 선발 투수는 대표팀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고 변화구의 위력도 크지 않았다. 이어 나온 투수 역시 평범한 구속에 날카로운 구질이 아니었다. 충분히 대량 득점이 가능해 보였지만, 이후 대표팀의 득점은 김하성의 솔로 홈런 2개 외에 더는 나오지 않았다. 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했던 대표팀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추가 득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표팀은 타순의 변화로 일정 효과를 봤다. 대표팀은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하던 메이저리그 에드먼을 하위 타선으로 내렸고 이버 대회 타격감이 떨어진 김현수 역시 하위 타선에 배치했다. 대신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박건우를 1번 타자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양의지를 하위 타서에서 6번으로 타순을 변경했다.

세리머니 주루사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표팀에서 가장 나은 타격감을 보이는 선수 중 한 명인 강백호를 선발 1루수로 겸 5번 타자로 배치했다. 이전 경기에서 나름 득점을 하기 했지만, 타선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는 1회 말 빅이닝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대신 선발 투수 박세웅의 호투가 빛났다. 박세웅은 이틀 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경기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1이닝 투구를 하고 다시 선발 등판했다. 박세웅은 당시 대표팀 마운드가 붕괴되며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마다 난타를 당하는 상황에서 일본 타선을 상대로 무실점의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박세웅의 투구는 자칫 콜드게임패의 치욕을 당할 수 있었던 대표팀을 구한 투구했다. 

박세웅은 중국과 일본전에서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을 보여준 체코 타선을 상대로도 호투를 이어갔다. 그의 장점인 다양한 변화구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는 투수에 힘이 실린 속구도 조화를 이뤘다. 체코 타자들은 박세웅의 변화구를 분명 대비했지만, 박세웅의 변화구는 체코 타자들의 방망이를 비껴나갈 정도로 날카롭게 속도 조절이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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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140킬로 후반의 속구는 공 끝에 힘이 있었고 변화구에 초점을 맞춘 체코 타자들에 효과적이었다. 박세웅은 4회 초 2사까지 15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려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위력투를 던졌다. 그가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였고 사사구는 없었다.

박세웅은 4.2이닝 무실점 투구와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 롯데의 괌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대표팀 전지훈련 참가를 위해 국내에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던 박세웅은 대표팀 연습경기와 평가전에서 가장 나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지난 도쿄 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돼 국제경기 경험도 쌓았다. 아직 20대 선수지만, KBO 리그에서 많은 경기 경험도 쌓았다. 같은 20대 선수지만 경기에 대한 긴장을 덜 할 수 있는 그였지만, 박세웅은 승리가 절실했던 호주전에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일본전에서도 예정에 없던 등판이었다. 결과론이지만, 박세웅을 호주전에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호투였다. 

승리하긴 했지만 대표팀은 박세웅 이후 투수진의 투구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3실점 과정에서 베테랑 김현수, 양의지의 아쉬운 수비가 더해지는 등 경기 내용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경기였다. 체코는 3일 연속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다소 지친 모습이었고 마운드 소모가 극심한 탓에 투수진 운영도 어려워 보였다. 경기 초반 수비가 불안하면서 실점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되살아 나고 특히, 타자들의 타격이 날카로웠다. 체코 타자들은 대표팀 불펜 투수진을 부담스럽게 하는 힘 있는 타격을 했고 추격의 득점을 하면서 대표팀을 긴장하게 했다. 초반 대량 득점이 없었다면 대표팀은 다시 한번 살 떨리는 승부를 할 수도 있었다. 체코는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온 힘을 다했다. 체코는 일본과 한국에 연달아 패했지만, 그들의 야구를 제대로 알리는 경기를 했다. 

체코가 주목받는 건 기대 이상의 선전뿐만 아니라 선수 구성의 특별함 때문이기도 하다. 체코는 선수 대부분이 전문 야구 선수가 아닌 별도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감독만 해도 신경과 의사이고 소방관이나 직장인들이다. 체코 내 야구 리그가 있지만, 경기는 주말에나 열리고 경기 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다. 세미프로 선수들이라 해도 될 만한 체코 선수들이다. 야구에 있어서는 작은 나라인 체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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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코는 그들 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 작은 나라, 큰 꿈'의 제목처럼 야구에 진실이고 열정적인 선수들과 코치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야구를 취미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건 스포츠로 함께 하고 있다. 비록, 생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체코 선수들은 오랜 선수 경력을 가지고 있고 각 연령별도 선수층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나 대학리그 등에 선수들이 진출해 야구 역량을 키우고 있다. 특이한 점은 체코는 야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다른 나라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중국적 선수들은 대거 영입해 팀을 구성하는 것과 달리 자국 출신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년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체코계 미국인인 메이저리그 선수를 WBC를 앞두고 영입하긴 했지만, 팀의 주축은 자국 출신 선수들이다.

이는 체코가 나름의 야구 저변과 리그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체코는 WBC 예선에서 유럽에서는 야구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을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WBC 대회에 진출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들 야구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일과 같았다. 

어떻게 보면 체코 선수들에게는 이번 WBC가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하는 국가대항전의 첫 경험이라 할 수 있었다. 분명 긴장되고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수도 있었지만, 체코 선수들은 매 경기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중국전에서는 경기 후반 대역전극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대등한 경기를 하며 주목받았다. 한국전에서도 경기 후반 추격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체코의 예선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을 이긴 호주의 상승세가 현재 진행형이고 수준차도 분명 존재한다. 4경기를 연속으로 하는 일정도 그들에게 불리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기도 체코는 기대 이상의 내용이다. 부담 없이 그들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호주 역시 고전할 수 있다. 

이번 WBC는 기존 야구 강국이라 불렸던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중남미 나라 외에 호주를 포함해 유럽 등 제3세계 국가, 야구의 불몰지라 여겼던 나라들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과거에는 큰 실력차를 보이며 대패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다. 호주 같은 나라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여기에 축구에 밀려 야구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유럽 국가들의 실력 향상도 새로운 흐름이다. 

체코는 물론이고 유럽을 대표해 대회가 참가한 영국도 미국과의 조 예선 첫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축구가 문화의 한 부분인 유럽의 야구가 점점 세계 무대로 나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는 야구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또한, 기존 야구 강국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특히, WBC에서 세계 야구의 발전을 실감하고 있는 한국 역시 주목해야 할 일이다. 유럽세가 발전한다면 야구 불모지라는 말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에 패하긴 했지만, WBC에서 체코의 야구는 매우 진정성 있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 국제경기에서 한국이 어느 팀도 얕볼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야구팬들이라면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가 아닌 야구에 있어 큰 꿈을 꾸는 야구 변방국들이 어떻게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 WBC,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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