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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0개국이 경쟁했던 2023 WBC의 우승국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결승전에서 전 대회였던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우승국 미국에 3 : 2로 승리하며 마지막 승자가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속했던 예선 B조 전승에 이어 8강전과 4강전 그리고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승리하는 완벽한 우승을 했다. 이로써 일본은 WBC 3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우승이라는 결과와 함께 일본이 가장 돋보였던 WBC였다. 일본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스타로 자리한 오타니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오타니는 현대 야구의 상식을 파괴하는 투. 타 겸업에 두 부분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하고 있다.

오타니의 활약은 그를 위한 오타니 룰을 메이저리그에 도입하도록 했다. 투. 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를 배려해 선발 투수가 타석에 설 경우 마운드에서 물러나도 지명타자로 계속 경기를 뛸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그만큼 오타니의 기량을 출중하고 그 영향력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오타니는 실력과 함께 성실함과 매너를 두루 갖춘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매우 상품 가치가 큰 선수이기도 하다. 이미 그가 FA 자격을 얻을 경우 역대  최고 계약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오타니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일본은 최고의 화제성과 함께 전력 강화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계 미국인 선수 누트바르까지 대표팀에 더했다. 이는 일본이 야구 대표팀 선발에서 유지하던 순혈주의를 버린 것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누트바르는 팀에 잘 녹아들었고 일본 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주었다. 

 

 

 



이들 외에도 일본은 자국 리그 최고 선수들로 마운드와 야수진을 구성했다. 그들 주장으로는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은 WBC 대회를 일찍부터 준비했다. 대회 준비를 위한 캠프를 빠르게 차렸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다했다. 여기에 국가대항전에 진심인 일본 야구의 특성답게 프로야구계 전체가 이를 지원하고 팬들 역시 대표팀에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이런 긍정 요소들이 더해진 일본은 매우 강했다. 우리 대표팀은 2009년 WBC 대회 이후 10년이 넘은 세월을 지나 만난 일본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현격한 수준차를 절감해야 했다. 2006년과 2009년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열세라는 평가를 뒤로하고 일본과 승패를 주고받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4강과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또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일본과의 2차례 대결을 모두 승리하며 대표팀 대결에서는 충분히 라이벌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를 만들었다. 

물론, 일본 야구가 우리 야구와 비교할 수 없는 선수 저변과 야구 인프라와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준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정예 선수들이 대결하는 대표팀 대결에서는 언제든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결과들이었다. 

하지만 긴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일본은 엄청난 발전을 했고 우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보이며 큰 대조를 보였다. 일본은 조 예선에서 우리나라를 콜드 게임 패 직전까지 몰아넣으며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결국, 우리 대표팀은 조 예선 첫 경기 호주전에 이어 일본전 완패로 사실상 3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을 확정하고 말았다. 

우리에게 아픈 패배를 안겨준 일본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가볍게 제압한 일본은 4강전에서 돌풍의 팀 멕시코의 기세에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렸지만, 9회 말 극적인 역전승으로 결승전에 진출하는 뒤집기 쇼를 연출했다. 

이 기세는 결승전에도 이어졌다. 일본은 준결승전에서 결승전 선발 카드를 모두 사용하면서 선발 투수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투수들에게 이닝을 나눠 부담하게 하는 치밀한 마운드 운영 전략으로 미국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미국 타자들이 일본 투수들의 공을 파악하기 이전에 일본은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며 실점 가능성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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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의 안정과 함께 일본은 두 개의 결정적인 홈런으로 리그를 잡았고 그 리드를 지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일본은 9회 초 수비에서 간판선수 오타니를 마무리 투수로 올려 데미를 장식했다. 프로 데뷔 후 불펜 등판이 거의 없었던 오타니로서는 한 점차 리드를 지키는 상황이 부담될 수 있었지만, 냉정하면서 강력한 투구로 마지막 헹가래 투수가 됐다.

특히, 9회 초 2사후 대결한 미국 타자 트라웃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이기도 하고 현재 같은 팀 소속 동료로서 WBC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이 승부에서 오타니는 160킬로가 넘는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으로 트라웃을 잡아냈고 승리에 환호했다. 

미국은 이번 대회를 대비해 사상 유례없는 호화 멤버를 구성했고 대진의 이점까지 가지고 있었다. 조 예선에서 멕시코에 완패하면 체면을 구겼고 결승전에서 내용면에서 일본에 시종일관 밀리는 경기를 하며 2회 연속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WBC에서 일본의 전력의 강했다. 

WBC에서 본 일본 야구는 투. 타에서 그들의 장점에 메이저리그 야구를 더해 더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마운드에서 일본은 우리 야구팬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우수한 투수들이 즐비했다. 거의 모든 투수들이 150킬로 이상의 속구를 던졌고 제구마저 완벽에 가까웠다. 사사키와 오타니는 160킬로 이상의 제구가 되는 속구를 던지며 메이저리거 들이 속한 나라의 타자들을 힘으로 이겨냈다. 결승전에서도 일본 투수들이 메이저리거 들로 구성된 미국과의 마운드 대결에서 구위나 제구 등에서 분명한 우세를 점했다. 

일본 투수들은 구속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변화구 구사 능력에서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의 능력을 선보였다. 일본 야구의 대표적 변화구인 포크볼, 스플리터는 가운데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것에서 벗어나 떨어지는 각도를 타자 유형에 따라 좌. 우로 변화를 주기까지 했다. 업그레이드된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과 스플리터에 상대 타자들은 제대로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더 놀라운 건 일본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들 대부분이 구위와 제구를 갖춘 투수들이라는 점이었다. 또한, 이 중 젊은 투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충격적이었다. 

이는 앞으로 국제경기에서 일본과의 대결에서 마운드 대결에서 우리가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WBC에서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활약한 김광현, 양현종 등이 여전히 주축 투수로 활약해야 했고 이제 세대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투수들도 구속이나 제구 등에서 일본 투수들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타자들의 타격도 이전의 일본과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일본 야구는 정교한 타격과 현란한 작전과 팀플레이를 연상하지만, 이번 WBC에서 일본 타자들은 메이저리거 선수들 못지않은 파워를 함께 갖추고 있었다. 일본은 고비마다 홈런포로 경기 흐름을 바꾸고 승리를 가져왔다. 멕시코와의 4강전, 미국과의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 타자들은 매우 파워 있고 적극적인 타격을 했다. 일본 야구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겼던 작전 야구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일본은 그들 야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빠르고 정교한 타격을 하는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적절히 배치해 타선의 짜임새를 더했다. 이는 득점할 수 있는 옵션을 더하고 상대 투수들에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일본의 기동력 야구는 수차례 도루 성공을 통해 미국 배터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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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023 WBC에서 일본은 그들 야구가 한 차원 더 발전했고 발전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오타니를 제외하고도 그의 필적하는 기량의 선수들이 투. 타에 걸쳐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일본 프로야구의 리그의 힘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이번 대회에서 이채로웠던 건 일본 야구 대표팀이 기존 국가대항전에서 보여줬던 매우 엄숙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깨고 경기를 즐기고 적극적인 세리머니를 하는 등 매우 역동적인 팀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이다. 다년간 메이저리그 경험을 한 오타니가 이를 주도했다. 최고 스타가 기존의 틀을 깨자 일본 선수들이 변화했다. 이는 지나친 비장함과 이로 인한 긴장감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하기도 했던 일본야구를 달라지게 했다. 이는 4강전과 결승전 접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됐다. 경기를 즐기는 야구, 이는 일본 야구의 진화가 더 강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1930년대 시작되어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야구는 야구에 대한 국민적 사랑과 성원을 바탕으로 프로야구는 물론이고 아마 야구까지 수많은 팀과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그 속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프로야구는 다수의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해 활용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원칙적으로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없다.

이는 자칫 자국 선수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까지 포함된 무한 경쟁을 통해 리그를 더 강하게 만드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외국인 선수들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선수 자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점은 우리 프로야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KBO 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와 그에 따른 연봉 상한액을 정하고 출전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최근 육성형 외국인 선수 보유가 가능해질 전망이지만, 외국인 선수 관련해서는 일본 프로야구보다는 크게 보수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엷은 선수 자원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지고 오히려 선수들의 기량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런 정책 유지의 중요한 이유다. 일견 맞는 말이다, 지금도 우리 프로야구 각 구단은 외국인 투수 2명이 5인 선발 로테이션의 원투 펀치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의 활약도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국내 투수들의 성장이 어렵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일본은 외국인 투수들을 능가하는 자국 투수들이 계속 배출되면서 우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우리와 일본야구의 수준차가 크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KBO 리그에서 정상급 투수, 타자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 중 상당수는 일본 리그에서 부진하면서 방출된 선수들이다.

이에 최근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중요한 트렌드는 일본 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리그 적응이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며 리그 수준차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023 WBC는 한. 일 양국의 야구 수준차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걸 느끼게 했다. 10년의 세월 동안 일본야구는 힘과 기술을 모두 발전시켰다. 우리 야구는 해 묶은 문제들을 개선하지 못했고 프로야구 리그의 수준도 오히려 뒷걸음질 친 모습이다.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타이틀 속에 우리만의 세계에서 환호하기만 했다.

지난 올림픽과 이번 WBC를 통해 우리 야구의 수준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단순히 정신력과 투지의 문제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로만 남으려 하지 않는다면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일본 야구의 발전을 보다 세밀히 연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준차는 더 커지고 일본의 야구 수준에 우리 야구팬들이 감탄하기만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야구계 전체의 상황인식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 야구팬들이 국제 경기만 나가면 작아지는 우리 야구를 계속 참고 성원을 보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 WBC,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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