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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투수들에게 선발과 불펜 중 그 역할을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선발 투수를 선택한다. 거의 매 경기 불펜에서 대기를 해야 하고 몸을 풀어야 하는 불펜 투수는 컨디션 조절이 매우 어렸다. 불펜 투수는 상황에 따라 연속 경기 등판도 필요하고 반대로 장기간 등판에 공백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의 루틴대로 몸과 마음을 준비할 수 없고 쫓기듯 시즌을 보내야 한다. 여기에 한 번의 실패는 팀의 승패와 직결되는 일이 많고 자신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실패는 자신에 대한 팬들의 큰 비난과 비판에 직면하게 한다. 결과에 대한 압박감이 매우 큰 게 불펜 투수다. 잦은 등판과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체력적으로 신체적으로 소모가 큰 게 불펜 투수이기도 하다. 이에 불펜 투수로서 장기간 최고 활약을 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발 투수는 정해진 등판 일정에 따라 투구를 준비하면 된다.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대신 실점에 압박감이 덜하다. 1실점을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불펜 투수와 달리 선발 투수는 5이닝 3실점 정도만 해도 제 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6이닝 3실점 이하면 퀄리티스타트라 하면서 성공적인 등판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상반된 상황 사이에서 불펜 투수로 긴 세월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투수가 한화에 있다. 올 시즌 한화의 주장으로 선임된 정우람이 그렇다. 정우람은 2004 시즌 SSG 랜더스로 이름이 바뀐 SK와이번스에 입단한 이후 거의 매 시즌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불펜 투수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두 번의 FA 계약을 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계약 금액을 받았다.

 

 

 



그 사이 정우람은 197세이브에 137홀드의 기록을 쌓았다. 통산 방어율도 3.07로 매우 준수하다. 더 놀라운 건 2005 시즌부터 2021 시즌까지 매 시즌 5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오를 만큼 꾸준했다는 점이다. 정우람은 SK, 한화로 이어지는 그의 프로야구 선수 이력에서 혹사라 할 수 있는 등판을 지속했지만, 큰 부상 없이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그에게 고무팔이라는 별명이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정우람은 30대 후반의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한화에서 중요한 1군 전력이다. 올 시즌에는 한화의 주장으로 선임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흐름은 팀 내 최고참 선수에게 주장 역할을 맡기지 않지만, 한화는 정우람을 주장으로 선택했다.

올 시즌 만년 최하위 팀의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F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온 힘을 다하며 시즌 준비에 공을 들였던 한화는 과정이 아닌 결과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했고 선수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존재인 정우람이 필요했다. 

정우람 역시 SK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자신과 2번의 FA 계약을 하는 등 그의 야구 인생의 영광을 함께 한 한화에 대한 애착이 크다. 올 시즌은 두 번째 FA 계약의 마지막 해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시즌이기도 하다. FA로 한화에 온 이후 많은 패배와 좌절의 시간을 함께 한 그로서는 이전과 다른 긍정 분위기로 가득한 한화에서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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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정우람은 팀 전력 구상에서도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시즌 정우람은 부상으로 장기간 공백기가 있었고 프로 데뷔 연도를 빼고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의 나이와 누적된 피로 등이 겹치며 정우람은 분명한 구위 저하와 신체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시즌 후반기 안정된 투구를 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장시환이나 강재민에게 내주긴 했지만, 필승 불펜조에서 활약해야 한다. 한화는 올 시즌 투. 타에서 확실한 전력 보강을 했고 외국인 선수들의 역할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육성해온 젊은 선수들도 시범경기에서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를 버티기 위해서는 팀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들이 역할이 필요하다. 올 시즌 육성이 아닌 성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한화로서는 꾸준함의 유지가 중요하다. 정우람은 불펜진의 꾸준함을 유지해 줄 투수다. 김범수 외에 1군에서 활약할 좌완 불펜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풍부한 경험에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정우람은 필승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김범수는 지난 시즌 고질적인 약점이 제구가 크게 개선되고 강속구 좌완 투수의 장점을 보다 극대화하면서 국가대표 후보군에도 포함됐지만, 아직은 볼넷 비율이 높고 기복이 있다는 약점이 있다. 정우람은 이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또한, 마무리 투수 후보군에 있는 장시환과 강재민, 강속구 신인 투수 김서현이 흔들릴 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정우람이다. 한화 불펜진의 구원 투수로서 정우람은 여전히 그 역할 비중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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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시즌에도 드러났지만, 정우람은 이제 내구성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유연한 투구폼에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해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그도 절실히 느끼는 지난 시즌이었다. 정우람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투구 이닝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정우람은 불펜진을 구원할 수 있는 조커로서 그 역할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정우람을 중심으로 불펜진이 안정감을 보인다면 한화는 마운드에서 한층 자신감을 가지고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선발 투수진은 시범경기 호투를 거듭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스미스를 중심으로 국가대표 경력의 우완 김민우와 베타랑 장재민, 시범경기 주춤한 모습이지만, 구위만큼은 인정받고 있는 외국인 투수 페냐, 한화가 기대하는 강속구 유망주 문동주까지 5인 로테이션이 든든하다.

불펜진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베테랑 이태양과 한승혁,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신예 남지민도 선발투수 후보군에 속해 있다. 이들 세 명은 선발과 불펜진을 두루 강화시킬 수 있는 자원이다. 마운드가 버텨낸다면 한화의 올 시즌은 보다 희망적이 될 수 있다. 

한화 타선이 이전 시즌과 다른 생산력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는 시범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타선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가 아직 기대한 모습이 아니지만, 중심 타선에 서야 할 노시환의 타격감이 뜨겁고 지난 시즌 주춤했던 정은원도 쾌조의 타격감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았던 젊은 선수들이 기존 주전들을 위협할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FA 영영 등으로 베테랑들의 경험치를 더하며 한화 라인업에 다양한 경우의 수가 생겼다. 지난 시즌 1군에서 쓸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말이 사라진 한화의 모습이다. 

 

 

 



이런 전력의 상승효과를 잘 조화하고 결합시킨다면 승률 자판기 한화가 아닌 누구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2023 시즌의 한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우람은 이런 한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선수다. 또한, 노쇠화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고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올 시즌 정우람이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불펜 투수로는 보기 힘든 세 번째 FA 계약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는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성적만으로도 정우람은 리그 최고 불펜 투수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받았다. 그에게 이제 남은 건 선수 생활을 보다 명예롭게 마무리하는 것일 수 있다. 정우람으로서는 최하위 팀에서 선수 이력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한화는 긴 침체기를 벗어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우람에게는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정우람은 한때 최하위를 전전하는 팀 상황이 길어지면서 미래 전력감을 더 확보하기 위한 트레이드설에 휩싸이기도 하다. 최하위 팀에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마무리 투수는 낭비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는 팀에게 정우람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불펜 투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는 정우람을 떠나보내지 않았고 8번째 시즌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23년 시즌, 한화는 신규 홈구장의 건축 시작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팀 성적 반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한화와 정우람이 올 시즌 반등의 드라마를 함께 써 나갈 수 있을지 한화 팬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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