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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에 프로야구를 흔드는 사건이 터져 나왔다.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이 지금은 LG 트윈스 소속인 포수 박동원과의 FA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선수에 의해 선수협에 전해지고 그 사안이 KIA 구단에 전달되면서 공론화됐기 때문이다.

KIA는 이 사건과 관련해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장정석 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사안이 매우 엄중한 만큼 이 건은 진상 규명 과정을 거치면서 KBO 차원의 징계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서는 형사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장정석 전 단장은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어떠한 의도를 가지지 않고 농담조로 한 말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협의 증언에서는 최소 2번 이상 장정석 단장이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관련 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나가는 농담이었고 오해가 있었다는 해명과는 온도차가 있다. 

또한, 이 대화 관련한 녹취록까지 증거로 제시된 상황에서 장정석 전 단장의 해명이 구차해지고 있다. 아직 진상이 더 밝혀져야겠지만, 구단에서 이 상황을 꽤 오래전 인지해 조사가 이루어졌음을 고려하면, 장정석 전 단장의 야구계에서 입지는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장정석 전 단장은 매우 독특한 이력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야구인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스타 선수가 아니었던 장정석 전 단장은 은퇴 후 구단 현대 유니콘스와 그 뒤를 이은 히어로즈 구단에서 프런트로 장기간 경험을 쌓았다. 이런 장정석 감독에서 큰 기회가 찾아왔다. 

 

 

 



히어로즈가 2017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에 이어 그를 감독으로 선임했기 때문이었다. 프로야구에서 코치 경험이 없는 프런트 출신의 감독 선임은 당시 매우 파격적이었다. 프런트가 야구단 운영을 주도하는 구단의 시스템이 고려된 결정이었지만, 장정석 감독 선임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이에 그가 실권 없는 허수아비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팀을 2018 시즌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고 2019 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만들었다. 해마다 FA 시장에서 주력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떠나가고 리그를 지배하는 외국인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룬 결과였다. 장정석 감독은 투. 타에서 젊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전력화했고 선수들의 관리에도 세심함을 보였다. 오랜 프런트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히어로즈 팬들의 장정석 감독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졌다. 

이런 성과에도 장정석 전 단장은 감독 재계약에 실패하며 팀을 떠나야 했다. 이와 관련해 그의 뜻이 아닌 구단 내부의 알력 다툼 등 외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전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을 내친다는 건 이해되기 힘든 일이었다. 이후에도 히어로즈는 감독이 시즌 중 교체되고 구단 운영의 난맥상이 노출되는 등 혼란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 장정석 전 단장은 야구 해설위원으로 능력을 발휘하며 이론가의 면모도 보였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정석 전 단장은 2022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의 단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KIA는 그때까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등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지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KIA는 팀 체질 개선을 위해 감독과 단장을 모두 교체하는 결정을 했고 장정석 전 단장은 팀의 변화와 성적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단장직에 올랐다. 

장정석 단장의 2022 시즌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FA 시장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나성범 영입을 이뤄냈고 과감한 트레이드로 팀 전력을 강화했다. 김종국 신임 감독과의 조화도 잘 이루어졌다. 그 결과 KIA는 정규리그 5위로 모처럼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KIA는 그 결과와 함께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2023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우선, FA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주전 포수 박동원과의 계약에 실패했다. 박동원은 2022 시즌 도중 키움에 20대 군필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 원에 신인 2라운드 지명권까지 주고 트레이드 영입한 선수였다. KIA는 공. 수를 겸비한 포수가 필요했고 박동원은 그에 맞는 선수였다. 그의 트레이드에는 오랜 세월 한 팀에 있어 그를 잘 아는 장정석 전 단장의 역할이 컸다.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영입한 선수이니 만큼 KIA는 박동원과의 FA 전 장기 계약이 유력해 보였다. 최근 프로야구의 중요한 흐름도 팀 필수 전력에 대해서는 FA 전 장기계약을 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시즌 중 박동원의 장기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시즌 후 FA 시장이 열리고도 박동원과 KIA의 협상 소식이 없었고 박동원은 LG와 전격 계약하며 팀을 떠났다. KIA는 선수와 신인 지명권, 현금까지 내주고 영입한 포수를  한 시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는 박동원 트레이드의 실패를 의미했다. 마침 박동원을 영입하며 키움에 내준 내야수 김태진이 전천후 내야수로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에서 큰 활약을 하는 모습은 KIA 팬들을 더 씁쓸하게 했다. 키움은 이에 더해 KIA에게서 받은 신인 지명권을 활용해 유망주 포수 김동헌을 영입해 포수진의 미래 자원을 더했다. 

KIA는 급히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백업 포수 주현상을 영입하며 포수진의 뎁스를 더 두껍게 했지만, 올 시즌 내내 포수진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수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삼성과의 트레이드 설도 있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박동원 영입 이후 입지가 좁아진 베테랑 포수 김민식을 SSG로 트레이드 한 게 아쉬울 정도다. 

이 상황에서 박동원과의 FA 협상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이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박동원이 왜 KIA와의 장기 계약 협상과 FA 협상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박동원은 장정석 전 단장과 매우 돈독한 관계였고 협상 분위기도 좋게 가져갈 수 있었다. 자금력에서는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 KIA라면 박동원과 LG의 계약 조건 이상을 제시할 수 있었다. 들리는 예기는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했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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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박동원은 LG와 FA 계약을 했다. 이와 관련해 KIA 구단과 장정석 전 단장은 일례적으로 선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FA 선수가 자신의 원하는 팀과 계약하는 건 당연한 권리다. KIA가 박동원과의 협상에 실패한 건 프로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비슷한 조건이면 수도권 팀을 선호하는 선수들의 성향이 계약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 그런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박동원으로서는 자신과 막역한 단장의 뒷돈 요구를 단순한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한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런 요구가 있었다면 상당한 부담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 더 나은 조건의 계약을 한다 해도 검은 거래로 엮인 관계는 선수 생활 내내 부담이 큰 압박감이 될 수 있다.

이에 박동원은 대화 내용을 녹취하고 증거를 남겼다. 이미 그 제안을 받은 상황에서 박동원과 KIA의 관계는 파탄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동원은 KIA를 떠나는데 머물지 않고 이 내용을 알리며 공론화하도록 했다. 분명 쉽지 않을 결정이었다. 우리나라 야구계가 학연 지연으로 대부분 엮여 넓지 않고 그의 폭로는 자칫 야구계 전체를 어렵게 하는 일로 내부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실현되지 않은 일을 굳이 알려 분란을 만드는 데도 내부의 반감이 있을 수 있다.

박동원은 용기를 냈다. 어느 조직이든 내부 고발자는 외롭고 이런저런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협이 그의 옆에 있었다.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선수협이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동원과 함께 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동원과 선수협은 이와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와 야구계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이를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익과 편안함을 먼저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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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사건이 과연 장정석 전 단장의 개인적인 일탈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장정석 단장이 이전에도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프로야구의 FA 계약과 같은 금전이 오가는 상황에서 검은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이미 아마야구에서는 입시와 관련한 비리가 수시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FA 계약이 밀실에서 협상이 이루어지고 깜짝 계약이 많이 나오는 현실에서 계약 전반에 대한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FA 계약과 관련해 다양한 이면 계약이 존재하고 있고 밝혀진 사례도 있었다. 실제 FA 계약 금액 이상의 돈이 오간다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KBO에서 금지하고 있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 사전 접촉 의혹도 매 시즌 FA 계약에서 등장하고 있다. 즉, 계약의 투명성에서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는 KBO 리그의 FA 계약이고 강한 선. 후배 관계로 엮여있는 야구계의 현실 속에서 또 다른 거래가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 점에서 장정석 전 단장 사건은 프로야구 전반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올 시즌 프로야구는 WBC 실패와 서준원의 믿을 수 없는 미성년자 상대 범죄 악재와 함께 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또 다른 악재가 생겼다. 이번에는 팀 운영을 총괄하는 단장의 문제다.

장정석 단장은 야구인 출신 단장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제 리그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야구인 출신 단장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 언제든 이런 검은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심은 각 구단의 모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매년 수백원을 야구단에 지원하는 모기업으로서는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가는 구단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 또한, 투자한 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새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프로야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할 수 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에게 수백원은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반대로 프로야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데 따른 금전적 손실도 크지 않다.

 

 

 



대기업 들은 프로야구단이 가지는 다양한 홍보효과와 콘텐츠로서의 가치,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의 긍정 효과와 여론 등을 고려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투자 효과가 적다면 판단되면 마음을 달리 먹을 수 있다. 아직 프로야구 구단들의 자생력이 극히 부족한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투명한 구단 운영은 생존을 위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점에서 장정석 전 당장 사건은 프로야구 전반의 자정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이를 축소한다면 프로야구는 신뢰 상실의 무거운 짐을 안고 가야 한다. 이는 언제든 프로야구 전체를 짓 누를 수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FA 계약과 신인 지명과 계약 전반에 KBO의 심의 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한 중립적인 전문가가 필요하다. 구단들도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있어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와 관련한 사례가 있었다면 이를 밝히고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 선수들 역시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와 관련 기구를 상설화해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노력과 행동이 없다면 프로야구는 또다시 불신의 늪에서 상당 기간을 보낼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사건은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프로야구 전체가 큰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여러 악재에도 흥행에 순풍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계속 적립되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와 관련 사건들은 언젠가 큰 폭풍이 되어 프로야구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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