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프로야구에서 최하위 팀의 대명사는 한화였다. 매 시즌 순위표의 가장 밑단에 자리한 한화는 만년 꼴찌팀의 불명예를 벗아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수차례 감독과 단장이 교체됐고 선수단 구성에도 큰 변화를 주기도 했다. KBO 리그에서는 이례적으로 순위를 고려하지 않는 탱킹과 리빌딩을 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육성과 리빌딩에 일가견이 있는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한화의 시도는 큰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내부 육성을 통해 노시환, 정은원 등의 선수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고 꼴찌팀의 가지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으로 문동주와 김서현 등 앞으로 한국 야구의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는 파이어 볼러 등 다수의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었다.
올 시즌 한화는 그동안의 리빌딩 과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성적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다. 모처럼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의 야구가 완전히 자리를 잡는 시즌이기도 했고 선수단 전반에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런 기대에도 한화의 시즌 초반은 수년간 그들이 지켜왔던 자리 그대로였다. 시즌 초반 아쉬운 패배가 이어지면서 팀 전체가 침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공들여 영입했던 외국인 선수들까지 부진하면서 팀 부진의 골이 더 깊어졌다.
한화는 그동안 국내 선수 전력도 강하지 못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부진하면서 더 힘든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 결과 한화는 수년간 재계약 외국이 선수가 거의 전무했다. 지난 시즌 교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투수 페냐가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하긴 했지만, 그는 에이스 투수로의 활약을 기대한 계약은 아니었다. 연봉 수준도 타 팀 외국인 투수와 비교하면 높지 않았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신중을 기했다. 고민의 결과로 한화는 메이저리그 경력의 투수 스미스와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채워줄 수 있는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를 영입했다. 그들은 올 시즌 한화 전력의 투. 타 중심을 이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스미스는 한 경기 선발 등판 이후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가 됐고 다시는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오그레디는 깊은 타격 부진 속에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끝내 반등하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한화는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2장을 소진하고 말았다.
이런 외국인 선수들의 교체와 함께 한화는 올 시즌까지 계약되어 있던 수베로 감독 그리고 그와 함께 한화 코치진을 구성했던 외국인 코치진을 경질하는 파격을 선택했다. 수베로 감독의 경질은 한화가 반등의 가능성을 찾아가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상당수 한화 팬들은 올 시즌 부진이 프런트의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가 큰 원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프런트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만 전가하는 듯한 자세 역시 비판을 받았다.
한화는 팀의 육성 파트를 오랜 기간 담당하고 1군 감독 대행 역할을 하면서 팀 사정에 밝은 최원호 퓨처스 팀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하며 다년 계약을 했다. 그와 동시에 외국인 선수 교체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이후 한화는 좌완 투수 산체스와 외야수 윌리엄스를 영입해 전력에 추가했다.
한화의 변화 시도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최원호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기존의 무기력증을 이겨내고 이기는 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4할 승률이 버거웠던 과거와 달리 한화는 6월 28일까지 0.439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근래 들어 가장 높은 승률이다. 6월만 한정해 보면 그 승률은 더 높아진다.
한화의 선전은 순위 판도를 흔들고 있다. 한화는 최하위 자리를 삼성에 물려주고 9위에 자리했고 이제는 중위권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5위 키움과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6월 28일까지 한화는 6연승 중이고 최근 10경기 6승 1무 3패의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한화를 시즌 초반의 승수 자판기의 약체팀이라 할 수 없다.
이런 한화의 놀라운 반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는 건 외국인 투수들의 계속된 호투다. 재계약 외국인 투수 페냐에 교체 외국인 투수 산체스가 확실한 원투 펀치로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타 팀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의 연봉으로 그 기대치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효율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페냐는 시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고 시즈 초반 투구 내용도 불안감이 있었다. 팀 성적 부진과 맞물려 교체 가능성까지 있었다. 하지만 1선발 투수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스미스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교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불안감이 해소된 탓인지 5월부터 페냐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위력적인 구위에 제구가 안정을 찾았고 이닝 소화 능력도 향상됐다. 5월과 6월 페냐는 2점대 방어율의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가 됐다.
산체스의 영입도 현재까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산체스는 경력 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고 한층 선수 수급이 어려워진 외국인 선수 시장의 상황 속에서 궁여지책의 영입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서자 산체스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선발 투수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아직은 이닝 소화 면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아지는 투구를 하고 있다.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은 그동안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한화에게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할 수 있다. 두 외국인 투수는 아직 20대 선수들이고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선발 원투 펀치가 구성되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이 한결 원활해지고 팀이 연패를 당할 확률도 크게 줄었다. 이들 외에 한화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된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선발 투수진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마무리 투수 박상원이 그 자리에 잘 적응하면서 안정된 불펜진도 한화 전력의 장점이 되고 있다. 한화는 부상과 부진으로 4, 5선발 투수 자리가 유동적이지만, 강력한 불펜진의 힘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한화 불펜진은 신. 구의 조화는 물론이고 다양성도 갖추고 있다. 두꺼워진 한화 불펜진의 상황은 1군 전력이었던 베테랑들이 2군에서 콜업의 기회를 잡지 못할 정도다.
이런 마운드의 힘은 한화의 지금 상승세가 한때의 바람이 아니고 지속성을 가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페냐와 산체스 두 가성비 최고 외국인 원투 펀치가 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의 플러스 요소가 등장하는 건 팀을 한층 강하게 할 수 있기도 하다.
이제 한화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1군에 가세하면서 외국인 선수 3자리를 모두 채웠다. 외국인 선수들이 전력에 완벽하게 가세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상승 반전에 성공했던 한화임을 고려하면 한화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할 수 있다. 한화가 6월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프로야구 중위권 판도는 한층 더 뜨거운 순위 경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2023 시즌 한화는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팀이다.
이렇게 6월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프로야구 판도는 LG와 SSG의 양강 체제에 삼성을 제외하고 한화까지 더해진 7개 팀이 경쟁하는 7중, 그리고 1약의 체제로 재편됐다. 이는 앞으로 프로야구 순위 경쟁이 더 흥미롭게 이어짐을 의미한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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