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야구 중위권 순위 경쟁이 점점 더 가열되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한 마디로 혼돈의 시대가 열린 느낌이다. 7월 4일 기준으로 순위표 가장 위 단을 차지하고 있는 LG와 2경기 차 내외로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고 있고 6할 이상의 승률로 3위 팀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3위부터는 상황이 복잡하다.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롯데와 NC와 9위 KIA와의 승차는 5경기가 되지 않는다. 즉, 연승과 연패가 교차하게 되면 3위가 하위권으로 밀리고 하위권 팀이 중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3위와 9위까지 팀들 모두 다 중위권 경쟁, 5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 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최근 순위 경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2강 7중 1약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순위 경쟁의 원인인 하위권 팀들의 선전에 있다. 지난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던 롯데와 한화가 시즌 초반 그리고 6월 돌풍을 일으키며 승률을 끌어올렸다. 6월부터 주춤하고 있지만, 롯데는 시즌 초반 9연승과 함께 하위권을 넘어 상위권 팀으로 올라섰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과 함께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롯데는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전 FA 선수 영입에도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물론, 성적 지표가 리그 하위권인 타선과 불안정한 불펜진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지만, 확실한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유지되고 있고 이전 시즌보다 두꺼워진 선수층, 부상 선수들의 복귀 등으로 다시 경기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화는 만년 꼴찌 팀의 불명예를 확실히 벗어난 올 시즌이다. 시즌 초반 한화는 투. 타가 모두 부진하며 최하위로 처졌다. 역시 올 시즌도 어렵겠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경기력이 살아났다. 그 시점에 수베로 감독의 경질이라는 논란의 결정이 있었지만, 이후 팀이 더 단단해졌다. 노시환과 채은성의 중심 타선이 타선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외국인 투수 2인에 영건 문동주까지 선발 3인방이 강하다. 최소한 연패를 당하지 않는 기반이 마련됐다. 여기에 리그에서도 상위권으로 손꼽히는 강력한 불펜진이 팀의 장점으로 자리했다.
이렇게 이길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한 한화는 6월 8연승으로 최하위를 벗어나 중위권 경쟁팀에 이름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마운드가 안정됐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승세가 잠깐의 바람으로 그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매 시즌 위닝 시리즈를 예감하게 했던 한화의 반전은 순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런 두 팀의 선전과 함께 기존 강자들의 시즌 초반 부진도 혼돈의 원인이 됐다. 시즌 시작 전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KT와 키움의 시즌 초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두 팀은 주력 선수들의 계속된 부상과 부진, 외국인 선수들의 기대치를 밑도는 활약으로 초반부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면 하위권 순위가 고착화될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기온이 뜨거워지면서 두 팀은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 복귀하고 부진했던 주력 선수들이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외국인 선수 교체도 원하는 결과로 연결되면서 전력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현대 KT와 키움은 6월 승률을 끌어올리며 중위권에 자리했다. 두 팀 모두 기본적으로 마운드가 단단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순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뒤로하고 5월과 6월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한때 상위권을 위협했던 NC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다만, NC는 최근 팀의 투. 타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연패가 길어졌고 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NC는 팀 중심 타자인 박건우의 선수로서의 자세 등을 문제 삼아 전격 2군행을 통보하며 팀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올 시즌 NC는 시즌 초반 주력 선수들의 잇따른 FA 이적과 부상 공백, 시즌 초반 일부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고전했다. 이 어려움에도 NC는 주전 들을 대신한 백업 선수들이 존재감을 높이며 오히려 더 응집력 있고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NC의 상승세는 엔트리 모든 선수들이 함께 일궈낸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NC는 긴 상승세 후 내림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 시점에 박건우의 2군행 소식이 들렸다. 이와 관련해 NC는 강인권 감독이 그와 관련한 브리핑을 직접 하는 등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분명한 건 박건우가 팀의 주력 선수로서 어려움에 처한 팀 상황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NC는 전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했다. 이는 올 시즌 NC는 지탱하는 원 팀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소 어수선함이 있지만, NC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팀인 건 분명하다.
이 중위권 경쟁에서 두산과 KIA는 부침이 있었던 타 팀들과 달리 최상의 전력을 올 시즌 단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꾸역꾸역 버티며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 체제로의 팀을 개편하며 팀 운영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두산은 그들의 계획과 달리 세대교체가 아직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베테랑 선수들 중 일부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하면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발 투수 알칸타라를 제외하고 두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한 점도 전력의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대신 두산은 양의지가 공. 수에서 팀 구심점으로 활약해 주고 있고 마운드가 점점 안정을 찾으면서 중위권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외국인 투수 교체가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의 타격감도 되살아나면서 전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생긴 건 긍정적이다. 다만, 연승을 하기에는 타선의 폭발력이 다소 아쉬움이 있고 선발 마운드가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는 점은 중위권 경쟁에 부담이 되고 있다.
KIA는 시즌 전 어려 악재와 주력 선수들의 부상,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등이 겹친 와중에도 국내 투수진의 분전과 타선이 분전으로 5할 언저리의 승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심 타자 나성범의 부상 복귀 등 호재가 있음에도 오히려 팀 분위기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투구 이닝이 많았던 불펜진이 과부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선발 로테이션이 부상과 외국인 선수 교체 과정에서 흔들린 점이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KIA는 여전히 강한 공격력을 유지하고 있고 마운드가 점점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질 수 있는 전력이다. 하위권에 있지만, 언제든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KIA다.
이렇게 프로야구 중위권 경쟁군에 속한 7개 팀은 모두 전력의 강점과 약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는 전력의 안전성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 이들 7개 팀은 시즌 내내 기복이 있는 모습이다. 시즌 초반부터 6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며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LG, SSG와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다. 바꿔 말하며 지금의 순위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올스타전이 열리는 7월 14일과 15일을 전후로 한 브레이크 기간 전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게 부상 선수가 복귀하고 외국인 선수 교체가 단행된 팀도 있다. 통상 올스타전 전 성적이 그 해 성적과 직결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밀리는 팀은 올스타전 이후 더 힘든 레이스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올 시즌은 아시안게임 기간 각 구단들이 주력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는 변수가 있다. 순위 경쟁에서 밀린 팀이 이를 만회하기 어려운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에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까지 기간은 모든 팀들에게 특히, 근접한 거리에서 중위권 경쟁을 하는 팀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더해진 7월, 올스타전 전까지 이 혼돈의 중위권 경쟁에서 어느 팀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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