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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6월 이후 급 상승세와 함께 최하위 팀의 오명을 벗어나 중위권 경쟁 팀으로 올라선 한화 이글스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채은성과 함께 한화의 중심 타선을 이끌고 있는 노시환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프로 데뷔 5년 차가 된 노시환은 이제 한화의 중심 선수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형 내야수로 그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노시환의 2023 시즌은 한 마디로 눈부시다. 노시환은 7월 6일 기준으로 리그 홈런 부분에서 19개의 홈런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최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정은 공교롭게도 노시환과 같은 3루수다. 노시환이 홈런왕에 오른다면 오랜 세월 유지되 온 최정의 리그 최고 3루수 자리의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시환의 홈런 페이스는 여름이 되면서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노시환은 5월 한때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고비를 넘긴 이후 더 강력한 타자가 됐다. 6월 한 달 노시환은 월간 타율이 0.369였고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그 타격 페이스는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노시환은 7월 6일까지 4경기에서 홈런 4개를 때려냈다. 6월 11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홈런 부분 단독 1위에 올랐지만, 7월 들어 소속팀 SSG의 부진과 함께 홈런 페이스가 떨어진 최정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노시환이 홈런 부분 단독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노시환

 




노시환 기록의 가치는 홈런뿐만 아니라 타격 거의 전 부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노시환은 홈런 부분 뿐만 아니라 장타율과 OPS에서 리그 최상위권이다. 최다 안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고무적인 건 그의 단점이었던 삼진 비율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데뷔시즌 부터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침없는 스윙을 했다. 최근에는 그러면서도 삼진 수를 줄이고 타격에 정교함을 더했다. 이는 크게 높아진 출루율과 연결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노시환은 특별한 약점을 찾을 수 없다. 구종이나 코스의 편식도 사라지고 있고 유인구에도 잘 솎지 않는다. 상대 실투는 여지없이 장타와 연결하고 있다. 이런 활약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발전되고 있다. 이제 노시환은 리그 모든 투수들이 경계하는 타자가 됐다. 그 속에서도 노시환은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스스로가 한 차원 더 발전했다 할 수 있다. 

이런 노시환의 활약은 팀 성적과 연결되며 더 주목받고 있다. 노시환은 채은성이라는 강력한 중심 타자가 FA 영입되면서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덜 수 있었다. 이기는 야구를 하면서 팀 전체가 긍정적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노시환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날카로운 타격 능력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타자가 영입되며 노시환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노시환으로서는 최고 시즌을 만들어갈 환경이 곳곳에서 마련됐다. 노시환은 올 시즌 중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도 선발됐다. 여기서 금메달 멤버가 된다면 병역혜택도 가능하다. 절정의 기량의 과시하는 그에게는 선수 생활에 날개를 더 달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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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의 급성장에 마음 한 편이 씁쓸한 선수가 있다. 이대호의 후계자라는 평가와 함께 롯데 새로운 4번 타자 후보였던 한동희가 그렇다. 한동희는 노시환보다 한 시즌 먼저 프로에 데뷔했다. 여기에 한동희는 같은 3루수고 노시환과 같은 경남고를 졸업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선수로 한 팀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롯데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할 가능성도 있었다. 2019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시는 존재했던 연고지 선수 우선 지명권 제도를 활용해 롯데는 노시환을 지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선택은 서준원이었다. 노시환은 기대되는 거포형 내야수였지만, 데뷔 시즌부터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로 큰 기대를 하는 유망주 한동희와의 포지션 중복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롯데는 사이드암 투수로 150킬로의 속구를 던지는 서준원의 재능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노시환은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세 번째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연고지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노시환에게 한화행은 올 시즌 성공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한화는 미래 중심 타자로 노시환에 대한 기대가 컸고 리빌딩에 들어간 팀 상황과 맞물리며 노시환은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 주전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리빌딩 중인 팀 상황은 타석에서 결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한동희 역시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 주전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롯데는 성적이 필요한 팀이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한층 더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그런 와중에도 한동희를 꾸준히 선발 3루수로 출전시키며 경험치를 쌓게 했다. 하지만 데뷔 1, 2년 차에 한동희는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에 대한 롯데 팬들의 비난도 강해졌다. 

하지만 한동희는 데뷔 3년 차가 그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동희는 2020 시즌 17개, 2021 시즌 17개, 2022 시즌 14개의 홈런으로 장타자의 면모를 보였고 2022 시즌에는 3할이 넘는 타율을 더하며 완성형 타자로 발전했다. 이에 롯데 팬들의 비난도 응원으로 바뀌어갔다. 한동희는 롯데의 미래 4번 타자로 점점 그 위상을 높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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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의 성장과 발을 맞춰 노시환도 데뷔 3년 차부터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데뷔 2년 차인 2020 시즌 홈런 12개로 가능성일 보인 노시환은 2021 시즌 18개의 홈런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두 선수의 활약은 리그 미래 3루수 자리를 놓고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했다. 두 선수 사이에 LG 유망주 문보경이 더해지며 미래 3루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2022 시즌 한동희는 3인 경쟁 체제에서 가장 앞서가는 듯 보였지만, 2023 시즌 상황은 그렇지 않다. 한동희는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타격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고 있고 홈런이나 타점 생산력도 평균 이하다.

올 시즌 장타력 증진을 위해 시도한 타격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콘택트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부진한 성적이 이어진 탓인지 타석에서 서두르는 모습도 보인다. 한동희는 올 시즌 약점인 수비에서 큰 발전을 보였지만, 그의 장점인 타격에서 부진하면서 노시환, 문보경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이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서도 이들에 밀려 탈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한동희는 팀 내 입지 면에서도 선발 출전 기회를 박승욱 등에 내주며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늘어났다. 롯데는 한동희를 한때 2군으로 내려보내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을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노시환과 한동희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노시환은 리그 최고 타자로 그 위상을 높여가며 정규 시즌 MVP 후보군에 속해있지만, 한동희는 팀에서도 주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 변화라 할 수 있다. 

 

 

한동희

 



이 시점에서 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 장면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롯데가 지명했던 150킬로의 속고를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1, 2군을 오갔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미성년자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이와 관련해 서준원은 팀 차원의 중징계를 받고 팀에서 방출됐다.

현재 상황은 서준원이 프로야구 선수로 복귀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결과론이지만, 그때 롯데의 선택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물론, 롯데가 당시 노시환을 지명했다고 해서 그가 지금의 활약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한화와 노시환이 여러 가지로 잘 맞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동희로서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아직 시즌은 남아있고 한동희는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재능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처럼 기량이 정체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롯데가 그를 더는 기다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상무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내야 유망주 나승엽이 복귀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은 한동희를 긴장하게 할 수 있다. 나승엽의 주 포지션은 한동희와 같은 3루수고 1루 수비도 가능하다. 한동희가 중심 타자로 그 존재감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포지션 경쟁을 할 수 있다. 한동희로서는 남은 시즌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한동희의 노시환의 관계다. 비록, 지금 두 선수의 처지는 엇갈리고 있지만, 언제든 뒤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 있다. 두 선수의 경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한화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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