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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시작한 한국 프로야구는 사전 준비 없이 정권 차원에서 이를 계획하고 갑자기 리그를 시작한 탓에 프로라고 하기 부끄러운 경기력과 리그 운영으로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연고제의 빠른 정착과 여가 선용의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시대 상황 등이 맞물리며 흥행에 성공했고 최고 인기 스포츠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프로야구 초창기 큰 문제였던 선수 부족과 그에 따른 경기력 문제를 일종 부분 해결해 준 이들이 재일 동포 선수들이었다. 1980년대 우리보다 앞선 야구 역사와 오래된 프로야구 리그를 운영하던 일본에서 활약했던 재일 동포 선수들은 큰 경쟁력이 있었고 프로야구 수준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초창기 프로야구 구단에서 당시로는 선진 야구를 하는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던 재일 동포 선수들은 그 팀 전력의 핵심을 이뤘다. 

이후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고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영입이 본격화하면서 재일 동포 선수들은 우리 프로야구에서 그 존재가 사라졌다. 재일 동포 선수가 우리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방법은 외국인 선수로 영입되거나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아 입단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프로야구 초창기 활약했던 재일 동포 선수들 


하지만, 일본에서 수준급 기량을 갖춘 재일 동포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 행을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몇몇 재일 동포 선수가 프로야구 드래프트 문을 두드린 사례가 있었지만, 실제 입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분위기를 깨는 한 선수가 등장했다. 2020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99순위로 두산이 안권수의 이름을 호명했기 때문이었다.

안권수는 일본에서 나고 나란 재일 동포 선수로 일본에서만 야구선수 생활을 했다. 고교, 대학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일본 프로야구 지명을 받지 못했고 KBO 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20대 후반의 나이 재일 동포 선수로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한 신분의 제약 등 문제가 있었지만, 두산은 과감히 그를 지명했다. 안권수의 한국행 희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두산에서 안권수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 선수였다. 두산의 선수 뎁스가 워낙 두껍기도 했고 안권수와 같이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좌타 외야수가 두산에 많기도 했다. 구단 운영에서 선수 육성을 중요시하는 두산의 정책 상 20대 후반 나이의 안권수가 1군에서 상시 출전의 기회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안권수는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나갔다. 2021 시즌에는 두산의 포스트시즌 멤버로 와일드카드 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의 여정을 함께 하기도 했다. 

2022 시즌 안권수는 초반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며 마침내 주전 외야수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부상이 겹치면서 초반의 기세를 아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2022 시즌 종료 후 안권수는 두산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가 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병역의무 이행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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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의지로 KBO 리그에 도전한 안권수 



일본에 모든 생활 기반이 있고 가족들이 있는 상황에서 안권수가 선수 생활 지속의 의지만으로 입대를 결정하긴 어려웠다. 안권수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기한은 2023 시즌까지였다. 두산은 그와 한 시즌 더 함께 하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결정을 했다. 이승엽 감독이 새롭게 선임되고 팀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환경 변화도 안권수의 방출에 일정 영향을 줬다. 

이렇게 안권수의 KBO 리그에서 이력이 끝날 것으로 보였지만, 롯데가 그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2023 시즌을 대비해 선수 뎁스를 확충하던 롯데는 안권수 영입을 결정했고 안권수 역시 한국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극적으로 1시즌 더 기회를 잡은 안권수였지만, 그가 롯데 주전 외야수로 시즌을 시작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롯데가 그동안 육성한 젊은 선수들과 가능성 있는 신예들에게 먼저 기히를 제공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안권수로서는 분명한 경쟁력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시즌일지도 모른다는 절실함으로 시즌을 준비한 안권수는 시범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이는 그가 2023 시즌 개막전 선발 중견수로 출전하는 계기가 됐다. 

안권수는 그가 3시즌 함께 했던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맹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활약은 시즌  초반 계속 이어졌다. 롯데는 오랜 세월 고민이었던 1번 타자의 고민을 덜었고 외야 수비의 안정감도 더할 수 있었다. 안권수는 경기장에서 활약과 함께 벤치에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격려하는 등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선수로도 존재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담긴 절실함과 진정성이 롯데 팬들이 그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이는 이전 롯데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고 롯데 팬들이 선수들에게 바라는 플레이였기 때문이었다. 롯데 팬들이 롯데를 응원하는 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매 경기 승부욕 넘치는 플레이를 원하는 것도 있었다. 안권수는 롯데 팬들이 원했던 유형의 플레이를 했다. 이런 안권수의 활약은 시즌 초반 롯데의 상승세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안권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예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금메달 멤버가 된다면 병역혜택도 가능하고 롯데 선수로 보다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실제 시즌 초반 안권수의 공. 수 활약은 국가대표 선수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안권수의 기세는 부상으로 좌초되고 말았다. 안권수는 시즌 초반부터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다. 이를 참고 경기에 임했지만, 경기 출전이 많아지면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 필요했지만, 이는 장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음을 의미했다. 누구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안권수로서는 수술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결국, 안권수는 수술을 결정했다. 통증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권수는 통증의 원인 제거를 하기로 했다. 안권수는 수술과 함께 장기 재활에 들어갔다. 이로써 그의 국가대표 꿈도 함께 사라졌다. 한국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그 이력을 더하고 싶었던 그의 소망도 물거품이 됐다. 보통 선수라면 자포자기할 수도 있었지만, 안권수는 일본에서 재활을 매진했다. 

그가 복귀를 준비하는 사이 롯데는 깊은 부진에 빠져들었다. 안권수의 부재가 전적인 원인이라 할 수 없지만, 롯데는 여름이 되면서 팀 전력 전반이 문제점을 노출했고 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그 과정에서 팀 내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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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큰 존재감 보였던 안권수 


안권수가 예상보다 빠른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시점에도 롯데는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급하게 재활을 마친 안권수 역시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과 같은 활약이 아니었다. 안권수의 또 다른 꿈이었던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도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하지만 안권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장에서 온 힘을 다해 치고 달렸다. 벤치의 응원단장으로 쉼 없이 선수들의 독려했다. 윤동희와 김민석 등 젊은 야수들의 멘토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컨디션을 회복한 9월과 10월에는 3할이 넘는 월간 타율과 함께 테이블 세터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이렇게 안권수가 출전 경기의 매시간을 절실함으로 채워가면 갈수록 이별의 시간도 점점 가까워졌다. 롯데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결정될 즈음에 안권수의 이별 시계는 더 빠르게 흘러갔다. 롯데 팬들 역시 안권수와의 이별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롯데 팬들은 비록 한 시즌만을 함께 했지만, 안권수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그의 타석에서는 힘찬 응원과 박수가 나왔고 팬들이 만든 그에 대한 격려 문구가 곳곳에서 보였다. 안권수 역시 더 힘을 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안권수는 롯데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강렬했던 한 시즌, 그리고 아쉬운 이별 


그토록 의연했던 안권수였지만, 자신만을 위해 주어진 시간에 그는 감정을 쉽게 다스리지 못했다. 그에게도 이별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듯 보였다. 그는 어렵게 팬들의 성원에 감사를 전하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안권수는 시즌 마지막 원정 경기까지 함께 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롯데와 KBO 리그의 작별은 그렇게 찾아왔고 그는 벅찬 감정을 마음에 담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두산과 롯데를 포함해 4시즌 재일 동포 선수라는 신분적인 제약이 있었고 그 제약을 극복할 수 없었지만, 안권수는 마음껏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롯데에서는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뜨거운 응원을 함께 하며 경기할 수 있었다. 그에게 롯데에서 한 시즌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올 시즌 후 빅 네임,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고 대대적인 팀 개편을 하고 있는 롯데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구성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성적과 연결될 수 없다. 그동안 롯데는 팀 응집력과 관련해 아쉬움이 소리를 자주 들어왔다. 안권수는 팀을 응집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선수였다. 이는 롯데 팬들이 안권수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렇게 한 시즌이었지만, 안권수는 롯데 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선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안권수에 대한 롯데 팬들의 뜨거웠던 성원과 아쉬움은 롯데 팬들이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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