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SK 흔들기에 무너지다.

롯데와 SK의 수요일 경기는 경기 초반부터 강한 승부수가 충돌하는 접전이었습니다. 양팀은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와 예상을 벗어난 선수 기용으로 상대를 흔들려했고 치열한 벤치싸움이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경기는 경기 후반 승부수가 적중한 SK의 6 : 2 승리였습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양팀 모두 강했지만 경기 후반 SK의 집중력이 더 강했고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가 주도했습니다. 롯데는 선발투수 사도스키의 호투와 3회말 타선의 집중력으로 2점을 선취하면서 리드를 잡았습니다. 사도스키는 초반부터 혼신의 역투로 SK타선을 막았습니다. 평소보다 더 신중하고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스스로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투구였습니다.

사도스키는 주무기 컷 페스트볼 보다 각도가 큰 변화구 비율을 높이면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SK 타선은 사도스키의 변화구 공략에 실패하면서 타격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안치용, 이호준, 박정권의 중심 타선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주전들의 공백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초반이었습니다.

 

사도스키의 호투속에 롯데는 순조롭게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손아섭이 부상으로 빠진 타선은 그 무게감이 이전에 비해 덜했습니다. 김주찬을 3번에 배치하고 좌투수에 강한 황성용을 2번에 기용하는 임시 처방을 했지만 타선의 연결과 좌우 타자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3회말 황성용의 2루타로 시작된 찬스에서 중심타자들의 안타로 2득점 하긴 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SK는 3회말 선발 고효준을 내리고 정대현을 올리는 파격적인 투수기용으로 롯데 타선의 좋은 흐름을 끊었습니다. 좌타자가 없는 롯데 타선의 약점을 고려한 변칙 기용이었습니다. 롯데 타선은 정대현에게 꽁꽁 묶였습니다.

정대현은 평소보다 많은 투구수와 이닝을 소화했지만 노련한 투구로 롯데타선을 막아냈습니다. 항상 정대현에게 약점을 보였던 롯데 타선의 모습은 목요일에도 재현되었습니다. 사도스키의 호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투구수가 평소보다 많은 상황, 롯데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롯데의 우려는 6회초 SK의 대 반격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반 역투로 사도스키의 구위는 6회들어 크게 떨어졌습니다. SK타자들의 적응력도 높아졌습니다. 투구수 100개에 이른 사도스키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잠들었던 SK 타선은 살아났습니다. 정근우의 안타로 시작된 SK의 찬스는 어제, 오늘 침묵하던 안치용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1점을 추격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호준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위기를 넘기는가 했던 롯데는 벤치 싸움에서 밀리면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6회초 2사후 롯데는 좌타자 박정권을 대비해 발빠른 불펜 기용을 했습니다. 힘이 떨어진 사도스키를 내리고 강영식을 일찍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실점을 막으려는 롯데의 승부수였습니다. 중심타자 박정권을 바꿀 수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었습니다.

여기서 SK는 또 한번의 강수를 던졌습니다. 최동수 대타를 기용한 것입니다. 2사의 상황이었고 남은 공격이 더 있음에도 SK는 대타 성공율이 높은 최동수의 능력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강수 대 강수의 대결은 SK의 승리였습니다. 최동수는 강영식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쳐냈고 SK는 한 번의 찬스에서 3 : 2 로 경기를 역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최동수의 적시타로 경기는 SK의 흐름으로 전개되었습니다.SK는 정대현에 이어 이재영, 정우람을 기용하면서 롯데 타선에 더 철저히 막았습니다. 롯데 타선은 3회말 2득점 이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고 못했고 역전을 당한 이후에는 선수들 전체가 더 큰 부담을 가지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7회초 SK의 과감한 작전이 또 한번 성공하면서 선수들의 힘이 더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롯데는 이재곤, 진명호를 이어던지게 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기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SK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는 롯데 수비진을 흔들었고 결정적인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볼 카운트 0-3에서 나온 스퀴즈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작전이었습니다. 진명호가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주자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진명호의 투구는 폭투가 되었고 당황한 강민호는 그 공을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4 : 2 SK 리드, 팀 전체를 허탈하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롯데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를 가동할 수 없었습니다 젊은 이재곤, 진명호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이들은 경험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SK는 9회초 2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리를 더 공고히 했습니다.

롯데도 경기 후반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6회초 실점 이후 6회말에서 1사 1,2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고 분위기를 다시 롯데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롯데는 부상중인 손아섭까지 대타로 기용하면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야수 엔트리를 6회에 모두 다 소모할 정도의 중요한 승부처였습니다. 하지만 정우람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이후 더 이상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6회초, 말 양팀의 공방전은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 하이라이트 장면이었고 그 고비를 넘긴 SK는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롯데는 8회 수비 실책이 빌미가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의욕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초반 리드를 잡으면서 전날 접전에서 승리한 기운을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SK의 과감한 선수기용과 작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SK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팀 답게 중요한 경기에서 그들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SK의 흔들기에 롯데가 스스로 무너진 경기였습니다.

수요일 패배로 롯데는 다시 SK와 그 순위를 맞 바꿨습니다. 남은 경기수를 감안하면 목요일 승리가 더 절실한 상황입니다. 롯데는 송승준을 하루 더 빨리 선발 등판시키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두산전에서 부진했던 송승준의 컨디션 회복 여부가 중요해졌습니다. 이에 맞서는 SK 역시 선발진중에 가장 구위가 좋은 고든을 내세워 2위 자리를 더 굳건히 하려 할 것입니다.

목요일 경기 결과는 남은 일정에 대한 전략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패하는 팀은 준플레이오프에 대한 대비도 염두에 둬야하는 상황입니다. 2위를 향한 올인 전략의 실패는 준 플레이오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4위 KIA는 준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경기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와 SK의 3연전에서 어느 팀이 2위로 그 대결을 마감할 수 있을지, 목요일 경기 결과로 2위 싸움의 윤곽이 어느 정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양팀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또한 남다를 수 밖에 없는 경기입니다. 총력전을 펼칠 양팀의 올 시즌 마지막 대결 결과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김포총각/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