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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 사상 유례없었던 개최 연기,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도 정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상황, 예상치 못한 외적 변수로 어려움이 컸던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무관중 경기가 대부분이었고 방역을 위한 철저한 통제 속에 치러진 올림픽은 여느 올림픽과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1년이 연기되며 어렵게 열린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뜨거운 열정과 의지로 경기에 나섰고 스포츠가 전해주는 감동을 보는 이들에게 안겨주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도 그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이 있었고 성적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급속이 냉각된 한. 일 관계와 코로나 상황 지속에 따른 실전 경기 부족에 따른 준비의 어려움 등 각종 악재를 안고 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선수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전통적인 메달 종목인 양궁은 세계 최강의 면모를 유지하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차지하는 수확이 있었다. 최근 올림픽에서 메달 종목으로 자리한 펜싱도 참가한 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했다. 체조는 양학선 이후 도마에서 신재환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며 금메달을 차지했고 한국 체조의 레전드 여홍철의 딸 여서정이 부녀 올림픽 메달 리스트의 영광을 함께 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 밖에 태권도, 유도 등 격투기와 사격과 배드민턴에서도 메달이 있었다. 올림픽 참가 최초로 근대 5종에서 가치 있는 동메달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있었지만, 이전 올림픽과 비교하면 성적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각 종목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고 올림픽이 1년 연기된 것이 악재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인기 스포츠로 국민적 기대가 컸던 야구와 축구의 메달 획득 실패는 아쉬움이 더했다. 이들 종목의 메달 획득 실패에 대해서는 상당한 비난 여론이 뒤따랐다. 지금도 그 원인과 선수들의 자세 등 여러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올림픽을 보는 달라진 대중들의 자세와 시선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메달리스트에게만 집중됐던 시선이 여러 종목으로 넓어졌고 해당 종목 선수들의 스토리와 그들의 성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메달 이상의 가치를 찾고 응원을 보냈다. 메달이 국위 선양이고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시대가 아닌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대중들의 여유롭고 수준 높은 스포츠에 대한 시선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불러왔다. 우리 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육상과 수영에서 스타 선수들이 등장했다. 올림픽 초반 남자 수영 100미터와 200미터에 출전한 10대 선수 황선우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그는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지던 자유형 단거리에서 세계의 유수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했다.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니고 국제 대회 출전 경험도 일천한 황선우는 예선에서 한국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을 새롭게 하며 주목을 받았다.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체구의 서구 선수들과 왜소해 보이기까지 한 황선우는 체구는 그를 더 돋보이게 했다. 아직 부족한 레이스 경험 등이 겹치며 결승에서는 메달 획득을 하지 못했지만, 그의 힘찬 레이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 수영의 영웅 박태환의 은퇴 이후 긴 침체기에 빠질 것 같았던 우리 수영에 황선우는 새로운 영웅 탄생을 예고하게 했다. 그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킨다면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은 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수영 종목 중 하나인 다이빙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남자 스프링보드에서 우하람은 세계 상위 선수들과 경쟁하며 결선 4위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번 실수가 없었다면 메달도 가능한 경기력이었다. 얇은 선수층에 훈련 여건도 열악한 가운데 이룬 결과였다. 우하람은 묵묵히 기량을 발전시켰고 국제 대회 출전을 통해 잠재력을 보였다. 아직 젊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깜짝 스타 우상혁도 주목받았다. 그는 결선 통과조차 불투명한 선수였다. 대회 직전 가까스로 출전권을 얻었고 출전 선수 중 랭킹이 최하위권이었다. 그의 높이뛰기 결선 진출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우상혁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결선에서 놀라움을 선사했다. 세계적인 선수와 경쟁하며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긴장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는 25년 만의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 진출에 이어 20년 넘게 깨지지 않았던 한국 신기록을 넘어서는 235센티미터를 뛰어넘었다.

그는 최종 4위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우리 육상사에 남을 순간을 만들었다. 어릴 적 사고로 신체적인 어려움이 있고 군인 신분으로 상무 소속의 선수라는 이채로운 이력도 화제가 됐다. 또한, 우상혁은 유쾌함 가득한 인터뷰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는 경기 자체를 즐기고 자기표현에 거리낌이 없고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MZ 세대로 칭해지는 최근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와 함게 수영의 새로운 스타 황선우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는 나라를 대표해 대회에 출전하다는 사명감을 강요받았다. 말을 하는 데 있어 진중함이 있어야 했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금기시됐다. 그렇지 않다면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우상혁과 황선우는 달랐다. 다른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 양궁에서 이례적으로 경기 중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자신의 텐션을 올리고 함께 하는 선수들을 응원한 남자 양궁의 10대 선수 김제덕, 예상치 못한 페미 논란의 주인공이 되며 흔들릴 수 있었지만, 끝까지 냉철함을 잃지 않고 금메달 3개를 따낸 여자 양궁의 20대 젊은 선수 안산 역시 그랬다. 

이들 외에 메달 리스트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탁구 천재로 주목받으며 예능에도 출연했던 여자 탁구의 신유빈은 10대의 나이에 대표팀의 에이스가 되어 올림픽에서 출전했다. 그는 경기력도 뛰어났지만, 자신의 기호와 특정 연예인에 대한 선호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여자 배드민턴에서 상위권 선수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8강에 진출한 안세영 또한 10대 선수였다. 이 밖에 여러 젊은 선수들이 자기표현에 적극적이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새로운 유형의 선수상을 보여줬다. 대중들은 이들에게 성적과 상관없이 큰 성원을 보냈고 선수들도 유명세에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는 스포츠를 보는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일이었다. 

이 밖에도 대중들은 비인기 종목들에도 관심을 보였고 어려운 여건에서 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성숙함도 보여주었다. 결과가 메달이 아니어도 그들은 최선을 다한 것에 따스한 시선을 받았다. 달라진 대중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은 종목은 여자배구였다. 

여자배구는 세계적인 스타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라는 상징성이 있는 도쿄 올림픽이었지만, 학폭 사태로 주전 레프트 이재영과 세터 이다영이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악재가 있었다.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팀 조직력을 새롭게 해야 했다. 가뜩이나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대표팀에서 단기간에 새롭게 팀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외국인 라바리니 감독을 중심으로 빠르게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김연경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뭉친 대표팀은 조 예선에서 난적 도미니카에 이어 일본마저 풀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절대 열세가 예상됐던 터키와의 8강전에마저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4강 진출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전 경기에서 가지고 있던 역량의 최대치 이상을 쏟아낸 탓인지 4강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브라질, 세르비아에 연패하며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2016 리우 올림픽 8강, 2020 도쿄 올림픽 4강의 중심에 있었던 김연경은 그가 마지막으로 꿈꾸었던 올림픽 메달을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10대의 나이에 대표님에 발탁된 이후 30대 나이가 되도록 대표팀의 리더로 주 공격수로 활약하며 여자배구의 위상을 드높였던 김연경이었다. 그는 해외 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으로 최고 자리에 있었다. 국가대표로서도 최선을 다했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자배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선수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구단과 배구협회와 맞서 싸우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김연경은 대표팀의 리더로서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의 뛰어난 실력과 리더십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존재로 자신을 만들었다.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스토리와 함께 각종 부상을 안고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의 스토리가 더해지며 여자배구 대표팀은 메달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야구와 축구의 참패와 비교되며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메달 여부와 상관없이 여자배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중들 마음속에 남은 진정한 승리자였다. 

이렇게 여자배구팀의 가슴 뜨겁게 하는 이야기와 함께 도쿄 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대회 시작 전부터 각종 우려가 있었고 대회 진행에서도 문제점이 있었지만, 도쿄 올림픽은 큰 사고 없이 대회를 끝냈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하지만,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삶의 활력소이기도 했다. 또한,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하는 계기도 됐다.

대중들은 올림픽의 메달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있다. 대중들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승리가 아닌 패배자에게도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이제는 1등만을 기억했던 편협함에서 벗어나 스포츠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여전히 성적을 위해 가혹행위가 묵인되고 방조되고 있는 우리 엘리트 스포츠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였다. 이런 변화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언론과 미디어의 관심도 늘어나게 할 수 있다. 성적 지상주의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은 이번 올림픽의 큰 성과일지도 모른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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