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0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남자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이 9월 23일 코스타리카, 9월 27일 카메룬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대표팀은 2번의 평가전에서 1승 1무의 성적표를 남겼다. 코스타리카 전 2 : 2 무승부, 카메룬 전 1 : 0 승리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베스트 멤버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평가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었다.
이런 결과에도 이번 평가전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하다. 우선 평가전 상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평가전은 우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보다 강한 상대나 최소한 대등한 전력을 팀을 만나는 게 보다 유용하다. 지난 브라질 내한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들의 그들과의 큰 수준차를 절감했고 우리의 현주소와 보완해야 할 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은 그와는 거리가 먼 상대들이었다. 우리보다 FIFA 랭킹도 낮았고 먼 거리를 이동해 온 팀들인 탓에 최상의 컨디션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상당수 주력 선수들이 빠진 상태의 팀들이었다.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은 우리가 속한 월드컵 예선 H조 우루과이와 가나를 고려한 상대였지만, 예상보다 약한 전력에 팀 색깔도 이들 팀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들이 가상의 우루과이 가나가 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이들 팀들을 홈경기에서 압도하지 못했다는 점은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이 점에서 경기 장소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평가전은 우리 뿐만 아니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들 모두에게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그 탓에 본선 진출국들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고 이를 위해 먼 원정 경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유럽 원정에서 2경기를 하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유럽팀과의 경기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으로서는 조 예선에서 만날 포르투갈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유럽팀과의 대결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유럽 원정도 고려할만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보다 강한 상대, 원정 경기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해외 경기를 할 만도 했지만, 우리 축구 협회는 홈경기를 고집했다. 여건이 안 된 탓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축구 평가전의 흐름과 거리가 있었다. 이는 상대팀의 선택에도 제약을 불러왔다. 평가전 일정이 인접한 상황에서도 대표팀은 평가전 상대를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평가전 일정을 잡지 못한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이 우리 상대로 확정됐다.
홈경기는 선수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수준 높은 상대를 경험하지 못하게 했다. 열광적인 홈 관중의 응원은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본선에서 경험할 경기장 환경과는 거리가 크다. 평가전 상대와 경기 장소에 있어 이것이 의도된 것이었는지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협회의 행정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과는 거리가 있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기에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대부분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도 선수들의 컨디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여건에서 대표팀은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내야 했다. 홈에서 우리보다 낮은 랭킹의 상대라면 상대를 앞도하고 승리하는 경기가 나와야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표팀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포함되는 등 최정예 멤버로 경기에 나섰지만, 기대와 다른 경기력이었다. 1차전 코스타리카 전은 매서운 공격을 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고 상대 기습에 너무 쉽게 수비가 뚫리며 2실점했다. 코스타리카는 상당수 주전이 빠지고 젊은 선수들이 기용됐지만, 단단한 수비력에 빠른 기습이 돋보였다. 그들의 기습을 우리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우리보다 낮은 랭킹의 상대에 득점을 노리는 공격적인 전형으로 나섰다. 주로 사용하는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보란치를 활용하는 4-2-3-1 전형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의 기용하고 투톱을 활용하는 전형으로 코스타리카 전에 나섰다. 대표팀은 높은 공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빌드업 축구로 경기를 주도하는 듯 보였지만, 효율성에서 코스타리카가 앞섰다. 코스타리카는 2번의 역습을 골로 연결하며 2 : 1로 앞서 나갔다. 대표팀으로서는 경기 막바지 상대 골키퍼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세, 경기 종료 시점에 손흥민의 프리킥 동점골이 없었다면 패배하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앞서는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두는 전술을 펼쳤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으로는 상대의 빠른 역습을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 터키와 이탈리아 리그에서 큰 활약을 하며 세계적 수비수로 올라선 김민재가 중앙 수비진을 이끌고 수비 능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있었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했다. 좌우 측면을 수비하는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으로 올라간 이후 발생하는 공간이 수비 전환 시 빠르게 메워지지 못했고 수비와 미드필더의 연계 플레이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렇게 발생한 틈을 코스타리카가 파고들었다.
코스타리카보다 훨씬 더 뛰어난 개인기와 스피드가 있는 포르투갈, 우루과이라를 고려하면 우려가 커지는 수비의 모습이었다. 이는 손흥민의 멋진 프리킥 동점골의 기쁨을 퇴색하게 하는 일이었다.
2차전 카메룬 전은 한층 더 나아진 경기력이었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두는 기존의 전술로 나섰고 손흥민은 보다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원톱으로 내세웠다. 2명의 미드필더진은 수비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패스도 원활하게 하며 빌드업 축구를 잘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우세한 경기에도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계속 나타났다. 후반 손흥민의 결승골로 승리하긴 했지만, 시원한 승리는 아니었다. 후반에는 동점골을 노리는 상대 적극 공세에 고전하기도 했다.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하기에는 부족한 경기였다.
이 두 경기의 결과는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우려와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벤투 감독은 역대 축구 국가대표 감독 중 가장 재임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4년 넘은 시간을 대표팀과 함께 했다. 그의 축구가 대표팀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가 추구하는 빌드업 추구는 아직도 완성됐다고 하기에는 곳곳에서 허점이 보이고 있다. 특히,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팀에서 수비적 전형으로 나서는 팀에서 대표팀은 고전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초반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고 이후 보다 유연한 전술 운영과 선수 기용으로 위기를 극복한 전력이 있다. 이후 대표팀은 무난히 최종 예선 통과를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선을 앞둔 시점에 벤투 감독의 전술은 유연함과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평가전 등을 통해 벤투 감독은 공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점유율 축구를 더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브라질과 같은 강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됐고 결과는 완패로 이어졌다. 본선 상대들이 우리보다 강한 전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화가 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버리지 않고 더 강하게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평가전은 새로운 실험과 변화 모색의 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기존의 축구 스타일을 더 공고히 하는데 활용했다.
그 이유 때문인지 대표팀의 평가전 멤버는 부상 변수가 없다면 변화가 없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량의 차이도 있겠지만, 유럽파 위주의 선수 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편중 현상이 여전하다.
단적으로 에이스 손흥민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가 여전하다. 손흥민의 기량이 출중하고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건 맞지만, 그가 막혔을 때 대표팀 공격은 원활하지 못하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 중심의 전술에서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은 손흥민의 부상 공백에도 승리를 가져오며 손흥민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듯 보였지만, 다시 손흥민과 아이들 시절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손흥민 외에도 대표팀의 베스트 11과 본선 엔트리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팀의 안정과 조직력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선수들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은 상존하다.
이는 우리 축구의 미래 에이스로 주목받는 이강인에 대한 벤투 감독의 외면과 연결된다. 이강인은 청소년 레벌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량을 인정받았고 어린 나이부터 스페인에 축구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성장해 스페인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잠시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올 시즌 이강인은 경기력이 되살아났고 특유의 패스 능력과 탈 압박 능력이 돋보이고 약점이던 수비 가담 능력도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소속팀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약 팀이지만, 도움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이고 여러 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이강인은 오랜 시간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다 이번 최종 평가전에 선발되며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우리 축구팬들의 이강인 기용에 대한 기대에도 그를 최종 평가전 2경기에서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벤치만 달구다 소속팀에 복귀했다. 이강인에게는 국가대표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가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대표팀 최종 엔트리 포함이 가능하겠지만, 최종 평가전에서 벤투 감독의 이강인에 대한 태도를 보면 최종 엔트리 포함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이는 K리그 복귀 후 물오른 득점 감각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대표팀에서 외면 받고 있는 이승우 역시 마찬가지다. 이강인과 이승우는 젊고 우리 축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이다. 월드컵 경험은 그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창 때 기량도 되찾았다. 이제 30살을 넘어선 손흥민의 나이를 고려하면 손흥민 이후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이강인, 이승우는 소중한 자원이다.
경기력 측면에서 이강인의 패싱과 개인기는 공격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고 빌드업의 시발점으로도 유용하다 이승우의 빠른 스피드와 골 결정력은 경기 후반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우리 축구의 미래보다는 당장의 월드컵, 그의 감독으로서의 커리어, 그의 축구를 견고히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기존 틀을 바꾸거나 변화하지 보다는 조직력을 강화하고 극대화하는 데 더 중심을 두고 대표님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고 하지만, 벤투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은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 선구 구성은 역대 그 어느 대표팀 보다 화려하다는 게 중론이다. 월드 클래스 선수인 손흥민을 시작으로 해외 빅 리그를 포함해 엔트리 상당수가 해외파 선수들로 채워질 수 있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다년간 경험을 한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경험 부족이라는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K 리그 선수들의 수준도 이전과 달리 높아졌다. 분명 선수들의 역량은 이전 대회 이상이다. 여기에 벤투 감독 체제가 4년 이상 지속되면서 팀 조직력의 완성도를 더했다.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건 생각해 볼 부분이다.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은 강팀에는 여전히 수준차를 보이고 있고 약 팀에게 시원한 승리를 못하고 있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라 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부분이 보인다. 대표팀의 구성이 과연 최적의 조합인지도 의문이 생긴다.
물론, 선수들을 가장 잘 아는 건 감독이고 선수 구성이나 전술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최근 여론 추세도 감독에 대한 임기를 보장하고 그의 축구 철학을 존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벤투 감독은 역대 어떤 감독보다도 외풍의 흔들림 없이 감독직을 수행했다. 이제는 그가 옳았음을 증명할 시점이다.
과연 벤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이 평가전을 평가전일 뿐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을지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채 2달도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대표팀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신뢰와 믿음으로 바뀔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카타르 월드컵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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