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5종은 그 이름대로 펜싱, 수영, 승마, 사격과 크로스컨트리 달리기가 결합한 레이저 런까지 선수가 5개의 종목을 모두 소화하고 그 종합성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다. 이에 근대 5종은 영어로 펜타슬론으로 불리는데 5를 뜻하는 그리스어 펜타와 경기를 뜻하는 슬론이 결합된 말이다.
근대 5종 경기는 세부적으로 펜싱은 전신 공격이 가능한 에페, 수영은 25미터 풀에서 하는 200미터 자유형, 승마는 장애물을 넘는 종목을 치르게 된다. 앞서 언급한 종목들을 치른 후 마지막 경기로 사격과 달리기가 결합한 레이저 런 경기를 한다.
근대 5종 종목을 만든 이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이다. 올림픽 부활의 모티브를 제공한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행해진 고대 5종 경기에서 종목을 착안했습니다. 대신 종목의 구성은 달리했습니다. 고대 올림픽에서의 고대 5종 종목은 달리기와 멀리뛰기, 레슬링, 원반던지기, 창던지기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에서 중요시되는 강한 전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또한 선사시대 이래로 생존에 필요한 인간의 능력을 모아 놓은 것이기도 했다. 달리기는 사냥 대상이 되는 동물을 쫓는 능력이었고 멀리뛰기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능력이었다. 원반던지기는 돌을 던지는 능력, 창던지기 역사 맹수와 싸울 때 필요한 무기였다. 고대에는 스포츠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5종 경기인을 가장 완벽한 스포츠인이라고 했고 5종 경기는 육체적 완성이라 했다.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들이 스포츠가 되면서 새롭게 해석됐다.
쿠베르탱은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과거 프랑스 나폴레옹 시대, 군령을 전달하기 위해 적진을 돌파해 임무를 수행한 전령의 영웅담을 바탕으로 전령의 가져야 할 능력을 바탕으로 종목을 구성했다.
이동 도중 적을 만나면 칼로 그들을 제압해야 했고 이를 위해 검술 능력이 필요했다. 펜싱이 포함된 이유다. 강을 만나면 헤엄쳐 이를 건너야 하기에 수영 능력도 필요했다. 적진을 통과할 때 적의 말을 빼앗아 타고 달릴 수 있는 승마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전장에서 적을 총으로 제압해야 하는 사격술도 갖추어야 했다.
빠르게 달려 우리 진영으로 와야 했기에 거친 벌판과 숲길을 잘 달릴 수 있어야 했다. 크로스컨트리 종목이 포함된 이유였다. 강인하면서도 빠르고 민첩해야 하고 체력도 필요한 전령의 능력이었다. 이런 전령의 능력을 올림픽 종목으로 구현한 게 근대 5종 경기였다. 아울러 고대 그리스의 5종 경기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만능 스포츠맨을 가린다는 본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근대 5종 경기는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바로 종목에 포함되진 않았고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하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근대 5종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성부 종목이 추가되다. 아시안게임에는 1994년 히로시마 대부터 정식종목으로 포함됐다.
이렇게 유서 깊은 종목인 근대 5종이지만, 올림픽에서 그 입지는 불안하다. 최근 올림픽 퇴출 종목 후보에 근대 5종은 항상 포함되고 있고 아슬아슬하게 올림픽 종목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종목을 만들었다는 상징성과 함께 올림픽의 상업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근대 5종은 최근 올림픽에서 중요시되는 미디어 노출면에서 불편함이 있다. 실시간으로 5개 종목을 모두 중계하기도 어렵고 펜싱을 제외하면 개인 기록경기 성향이 강한 탓에 박진감이 떨어진다. 한 마디로 시청자들과 관중들의 이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재미가 없다. 종목의 선수층도 넓지 않습니다.
이에 근대 5종은 종목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의 종목 구성과 경기 방식은 2009년 시작됐다. 기존에는 펜싱, 수영, 승마, 사격, 크로스컨트리를 각각 했지만, 사격과 크로스컨트리를 병합한 레이저 런이 도입됐다. 이전 4종목 성적을 합산해 그 점수에 따라 마지막 레이저 런 출발 순서를 정하고 점수 차에 따라 시차를 둔다.
동계 올림픽을 잘 본 이들이라면 생소하지 않은 노르딕 스키에서 사격과 스키를 겸하는 바이애슬론 경기를 연상하게 한다. 그 바이애슬론에서 이전 경기 성적 순에 따라 경기 출발을 하는 개인 추발 경기와 유사한 방식이 레이저 런이다.
이를 통해 경기의 긴장감을 높이고 앞선 경기에서 점수가 뒤지는 선수라도 레이저 런에서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레이저 런 경기 성적이 사실상 근대 5종 경기의 결과를 좌우한다. 이는 경기를 보는 이들도 보다 흥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근대 5종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또한, 지난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는 승마 경기에서 운에 좌우되는 결과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기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 근대 5종 경기 시작 때부터 승마 경기는 자신의 말을 타지 않고 주체 측이 제공한 말을 무작위 추천으로 정하여 경기에 나선다. 과거 전장에서 적의 말을 빼앗아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전령의 능력을 그대로 반영한 경기 방식이다. 선수는 경기 전 20분 정도 말과 교감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뿐이다.
문제는 그 말이 경기 중 문제를 일으키면 해당 선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메달 후보들이 승마경기에서 완주하지 못하면서 경기를 포기하는 일도 수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말 뽑기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결과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함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는 올림픽 근대 5종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우선, 세계 근대 5종 협회는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경기 개선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경기장을 레이저 런 코스인 오각형 형태로 바꾸고 그 안에 펜싱과 수영, 사격 경기장을 형태로 경기장을 콤팩트하게 이종 격투기 링 느낌으로 만들 예정이다. 각 경기 간 휴식 시간을 줄이는 등 경기 관전과 중계에 부적절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시도도 병행된다. 따라서 경기 일정도 빡빡하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 방식도 중도 탈락자가 나오고 결선 진출자를 결정하는 결선제를 도입해 긴장감을 더 높이려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더 힘든 레이스가 되겠지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보다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근대 5종이 기대된다.
그리고 근대 5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 종목에서 크게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부 전웅태 선수가 우리 근대 5종 역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이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우리나라 근대 5종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대표 선수를 파견한 이후 올림픽 도전을 지속했다. 1982년에는 근대 5종 협회가 창설되어 보다 체계적인 종목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대 5종은 부족한 선수층과 비 인기 종목으로서의 낮은 관심과 지원 속에 나 홀로 고군분투해야 했다. 현재 근대 5종 선수로 등록된 선수의 수는 초중고 대학과 일반을 모두 합해 50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 속에서 선수들이 계속 도전을 했지만, 올림픽 등 세계의 높은 벽에 막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도전은 이어졌고 아시아 무대에서 우리나라 근대 5종은 강국으로 자리했다. 계속된 노력의 성과도 점점 국제 경기에서 나타났고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깜짝 메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의 근대 5종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고 또 한 번의 메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 전웅태 선수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어느새 그는 근대 5종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개인전뿐만 아니라 근대 5종에서 새롭게 추가될 가능성이 큰 종목인 여성 선수와 함께 하는 혼성 계주에서도 국제 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올림픽 다관왕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당장은 내년에 열릴 예정인 아시안 게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웅태 선수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이 긍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도 점점 근대 5종 경기의 성과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는 덜 외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근대 5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근대 5종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종목입니다. 국내 대회가 어디에서 열리는지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고 선수들의 인지도도 타 종목에 비해 크게 낮다. 근대 5종이 우리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근대 5종은 태생적으로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종목의 모티브가 전쟁 중 홀로 적진을 지나 명령을 알리는 전령의 역할에서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전령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전령의 실패는 자칫 전쟁의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는 그런 중요한 임무를 하면서도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홀로 작전의 성공과 실패의 큰 짐을 져야 한다.
그런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전령은 승전의 주인공이 되기 어렵습니다. 승리의 주역은 지휘관이나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운 이들이 가져간다. 전령은 철저히 조연이다. 근대 5종 경기도 올림픽에서 돋보이지 못한다. 여러 종목 중 가장 관심을 덜 받는 조연 중의 조연이다.
이 종목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그런 조연의 역할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근대 5종 선수는 다방면의 운동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고독하면서도 힘든 종목이다. 특히, 훈련 여건이 외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이는 또 다른 어려움이다.
이 어려움 속에서도 근대 5종은 올림픽 종목으로 그 자리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우리 근대 5종도 이제는 이제 당당히 세계무대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근대 5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만능 스포츠맨의 대결이다. 운동의 기본이 되는 종목들이 망라되어 있다. 고대 올림픽의 고대 5종 경기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도 크다. 이 점에서 근대 5종 경기는 매우 매력적이다.
이런 근대 5종 종목의 배경을 미리 알고 있다면 보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있다. 또한, 우리나라 선수의 선전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종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앞으로 근대 5종이 더 큰 대중들의 관심 속에 우리 스포츠의 새로운 올림픽 메달 유망 종목으로 계속 자리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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