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에 열전을 거듭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챔피언을 가릴 결승전 진출팀이 확정됐다. 남미 축구의 맹주 아르헨티나와 지난 월드컵 우승국인 디팬딩 챔피언 프랑스가 주인공이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이번 대회 단단한 수비와 조직력으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던 크로아티아와 모로코를 각각 이기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회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크로아티아 모로코의 결승전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전통의 강 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벽은 높았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큰 경기에서는 경험과 관록이 중요함을 일깨워줬다.
두 팀은 상대 팀의 강한 수비벽을 쌓고 지키는 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초반 득점을 하며 판을 흔들었고 만회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대팀의 수비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초반 실점으로 부담이 커진 크로아티아와 모로코는 이전 그들의 축구와 달리 공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매섭게 상대 팀을 몰아붙였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오히려 높이 끌어올린 수비 라인은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고 추가 득점을 허용하며 승부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선취 골을 빠른 시간에 넣고 보다 안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두 팀은 공 점유율을 포기하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펼쳤다. 보통 강팀들은 선취골을 넣고도 공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경기 주도권을 유지하려 하는 게 보통이지만,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달랐다. 두 팀은 철저히 실리 축구를 했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승리를 가져오는 중요한 흐름인 실리 축구를 두 결승 진출팀은 잘 보여줬다.
이런 두 팀의 결승전은 현존하는 최고 축구 선수 두 명의 대결이기도 하다. 2009년 이후 최고 한 해 최고 활약을 한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드르 상 7회 수상에 빛나는 아르헨티나의 스타 메시와 20대의 떠오르는 신성을 넘어 이번 대회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된 프랑스의 에이스 음바페가 그들이다.
메시는 그동안 유럽 빅 리그에서 큰 활약을 하며 과거 아르헨티나는 대표했던 축구 영웅 마라도나의 반열에 오른 선수다. 특히, 메시는 세계 최고 축구 클럽 중 하나인 FC 바르셀로나의 중심 선수로 수많은 우승 경력을 쌓았다. FC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국가대표로서도 메시는 20대부터 지금까지 팀의 중심이었다. 메시가 없는 아르헨티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독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메시는 이번 대회까지 4번의 월드컵을 경험했지만, 우승은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라는 최고 선수와 함께 하며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매번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메시는 이제 30대 중반의 선수가 됐고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단의 재정 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의 축구 선수 이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FC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을 이적해야 했다. 그의 이적은 축구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메시는 손꼽히는 부자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에서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과거 FC 바르셀로나에서 만큼의 영향력을 구단에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서서히 그의 시대도 저물어 감을 느낄 수 있는 메시의 이적이었다.
이런 메시가 새롭게 이적한 파르 생제르맹에는 떠오르는 스타가 있었다. 현재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의 에이스 음바페가 그 주인공이다. 음바페는 10대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았고 세계 축구 클럽의 주목을 받는 선수였다. 이미 그는 10대 나이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고 평생에 한 번도 될까 말까 하는 월드컵 우승 멤버의 영예를 얻었다.
이후 음바페는 기량을 나날이 발전시켰고 지금은 세게 축구계를 양분했던 두 영웅, 메시와 호날두는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젊고 재능 넘치고 이미 최고 기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발전할 수 있는 음바페의 시장 가치는 두 선수를 훨씬 능가하고 있고 그가 팀을 옮긴다면 이적료는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음바페의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음바페는 주력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프랑스 대표팀의 공격을 책임지며 그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음바페는 현역 마지막 월드컵 출전을 하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 지루와 함께 멋진 공격 콤비를 이루며 프랑스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마치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에서 캐인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끄는 모습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음바페는 엄청난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 높은 골 결정력까지 완벽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 홀로 플레이가 많아지만, 이번 대회에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연계 플레이와 어시스트 능력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만만치 않은 대결이 예상됐던 모로코와의 4강전에서 음바페는 자신에 집중된 상대 수비를 역 이용해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음바페에게서 파생된 기회는 2골로 연결됐다. 프랑스는 두 개의 유효 슈팅을 모두 득점과 연결하는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첫 번째 골은 음바페에 모로코 수비가 집중된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이 빈 공간으로 파고든 프랑스 선수에게 향한 결과였고 두 번째 골 역시 음바페에게 무려 6명의 수비가 집중된 틈을 음바페가 패스로 뚫었고 공격에 가담한 선수에게 공이 전달된 결과였다. 대한민국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이 자신에 집중된 상대 수비 사이로 패스를 내주고 황희찬이 마무리하며 극적인 역전골을 넣었던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이렇게 음바페는 조 예선부터 시종 일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며 프랑스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대회에서는 젊은 유망주였지만, 이제는 당당한 팀 중심이 된 음바페다. 이에 잉글랜드와의 8강전을 앞두고 그의 부상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음바페를 앞세운 프랑스는 1958년과 1962년 브라질 이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두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프랑스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또다시 차지한다면 이는 팀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음바페라는 새로운 축구 황제의 등장을 알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의 음바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 그 중심에 있는 축구 황제 메시를 함께 넘어야 한다.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이 이전 대회와 달리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조직력이 단단해지고 있고 메시 역시 나이를 초월해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시는 30대 중반의 나이라 할 수 없는 경기력이다. 메시는 음바페와 함께 5골로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고 3개의 도움으로 이 부분에서도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결승전에서도 공격포인트를 추가한다면 득점과 도움 타이틀 홀더가 될 수 있다. 팀 우승이 더해진다면 대회 최고 선수의 자리고 그의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 메시는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 있지만, 메시는 적절히 체력을 안배하고 있다. 메시는 힘을 쓸 때 쓰고 그렇지 않을 때 페이스를 잘 조절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플레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로 메시를 돕고 있다. 물론, 메시 중심의 플레이는 이전에도 아르헨티나의 기본 전술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메시는 이전 대회와 달리 동료 선수들과 함께 하는 플레이가 늘었다.
메시는 자신에게 집중된 수비를 이용하며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이전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메시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메시에게서 파생되는 기회가 많이 생기도 했다. 한편으로 메시는 팀의 페널티킥을 전담하며 그 골을 어김없이 득점과 연결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유난히 페널티킥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페널티킥에 임하는 선수들의 긴장도가 크고 이에 대응하는 골키퍼들의 능력치가 올라간 결과다.
메시는 그런 중압감을 견뎌내고 있다. 또한, 팀의 리더로 팀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조 예선 첫 경기에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에게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메시를 중심으로 팀이 하나로 뭉쳤고 그 패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승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승리 여정의 끝에서 프랑스를 만났다.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를 넘고 1986년, 펠레와 함께 세계 축구사에 남을 축구 영웅 마라도나가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 이뤄낸 멕시코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아울러 현존하는 축구 황제지만 월드컵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축구 영웅 메시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주려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메시가 진정한 축구 황제로 자리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제 현역 마지막 월드컵에서 나서는 메시로서는 월드컵 우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지금이고 그런 메시에게 우승컵을 안겨주려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의지도 매우 강하다.
물론, 아르헨티나만큼이나 프랑스의 우승 의지도 강하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들이 챔피언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려 하고 있다. 또한, 10년 이상 세계 축구계에서 절대적인 자리에 있었던 메시와 호날두의 아성을 깨뜨리는 새로운 황제 음바페의 시대를 열려 하고 있다. 프랑스의 우승은 축구 영웅의 세대교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메시의 경기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정말 올라올 만한 팀들이 올라온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다. 여기에 메시와 음바페, 음바페와 메시라는 신. 구 축구 황제의 대결이 더해지며 축구 팬들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현재 파리 생제르멩에서 함께 활약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동료이자 라이벌, 신. 구 축구 영웅을 대표하는 메시와 음바페는 결승전 승패를 좌우하는 키맨이다. 팀 우승은 이번 대회 최고 선수의 자리로 그들을 이끌 수 있다.
과연 메시와 음바페 중 누가 팀 우승과 함께 최고 선수 자리에 우뚝 서게 될지 궁금하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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